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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노을 Oct 07. 2024

딸들과의 두 번째 일본여행

대학생이 된 큰아이가 일찌감치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심 나는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교환학생 가기를 희망했지만 집밖을 나가는 것을 겁나 하는 아이라 그나마 일본어가 편하고 한국과 가까운 일본으로 가겠다고 하였다. 

 올해 3월 말 큰아이는 일본 도쿄로 떠났다. 나는 현충일 연휴, 학교자율휴업일로 인해 4일 연휴에 맞추어 도쿄 여행을 가기로 했다. 비행기 가격이 엄청나서 하루 연가를 쓰고 평일로 떠나기로 했다. 고3 작은 아이를 데려갈까 말까 하다 마침 6모가 끝난 다음 날이라 같이 가기로 했다. 또 작은 아이도 언니가 많이 보고 싶을 것이기에.. 가서 여자 셋이 실컷 놀았다. 그 때의 일을 차근차근 적어볼까 한다.

 6월 5일 수요일 오전 9시 45분 진에어로 출국, 6월 8일(토) 오후 5시 20분 대한항공으로 입국하는 일정이다. 숙소는 신주쿠 워싱턴호텔로 조식 포함 3박으로 정했고. 더블 침대보다는 이왕이면 트윈룸으로 정하자 하니 가격이 더 높아졌다.

 큰아이는 자기 숙소로 가고 나와 둘째만 묵었다. 대신 큰 아이는 아침마다 신주쿠역에서 만나 여행하였다. 첨엔 시부야 토브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가 큰애가 오기엔 신주쿠 오는게 편하다 하여 취소하고 워싱턴 호텔로 바꿨다. 그 바람에 나리타 공항에서 시부야까지 넥스를 타려 했는데 급 리무진 버스로 변경했다. 리무진 버스가 호텔 앞에 바로 딱 내려주는 게 워싱턴 호텔의 큰 메리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항에서 내려 숙소 갈 때 일본 지하철 타는 게 겁났었는데 리무진 버스로 인해 그나마 걱정이 덜었다. 숙소 갈 때는 90분 정도 걸렸고 공항으로 돌아갈 때는 신주쿠역 주변을 도느라 올 때보다 20분 정도 더 걸렸다. 다행히 교통체증은 없었고 바깥풍경을 보면서 오니까 지루하지 않았다. 클룩으로 왕복 결재하니 2인 10만원이 조금 넘었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 할 때 회원가입하면 음료수 한 캔과 한 시간 레이트 체크아웃 서비스를 해준다고 하여서 시간이 좀 걸렸지만 무사히 회원가입을 하였다. 그래서 마지막 날 편히 퇴실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신주쿠 워싱턴호텔의 또 다른 메리트는 조식부페이다. 도쿄도청 뷰가 끝내주었다. 음식 역시 퀄리티가 좋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날씨요정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주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하던데 우리가 가 있는 4일 동안은 비 한 방울 안 오고 낮 기온 25~28로 다니기 정말 좋았다.

  첫째날은 큰 아이를 오후 4시반에 시부야 하치코 개동상에서 만나서 여행을 시작하였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듣던 대로 정말 인파가 장난 아니었다.

 저녁으로는 유명하다는 모토무라 규카츠 정식 신주쿠 분점에서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게 너무 맛있었다. 

 다음은 걸어서 하라주쿠로 건너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거리 규모가 작았다. 홍대 정도 예상했는데.. 소품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 듯 싶었다. 여행 준비하면서 봤던 유튜버 산보노트에서 언급한 유명한 크레페도 먹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돼지 까페도 있는 게 신기했다. 

 바로 다음 블록인 오모테산도로 걸어갔다. 방금 전 하라주쿠와는 전혀 다른 세련된 명품관이 쫙 늘어선 거리였다. 가로수랑 키를 맞춘 낮은 건물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무엇보다 가는 길에 마침 노을이 지고 있는 풍경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다시 시부야로 와서 다시 한번 인파 속에 몸을 맡기고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본 후 미야시타 파크 옥상 공원에 올라가서 얕은 야경 보고 아이 숙소 근처로 갔다.

 


 아이 숙소에 들어가 봤다. 정말 비좁았다. 고시원 같은 이곳에서 두 달 동안 생활을 하고 밥을 해 먹었다니 좀 안쓰러웠다. 그래도 한 달 월세가 70만원이라니까 한국이나 일본이나 주거 환경이 힘든 건 마찬가지인 듯 싶다. 한국으로 보낼 봄옷들을 캐리어에 다 담았다. 이제 날씨가 더워지니 필요없어져서 내가 가지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토리키조쿠 술집에 가서 맥주와 하이볼을 먹었다. 안주값이 싸고 술값이 싸서 가성비가 좋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역전 할머니 맥주집 분위기 느낌이 났다. 

 큰아이와 헤어지고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데 약간 술기운이 올라왔다. 작은 아이가 구글맵으로 길을 찾고 있을 때 큰아이가 맡긴 짐가방 캐리어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뿔싸! 다치진 않았지만 안경이 깨져 버렸다. 여행 첫날에 안경이 깨져 버리니 앞으로의 여행이 막막하였다. 눈 밑도 멍이 들었다. 너무 속상하였다. 

 이튿날 큰아이를 불러 나 대신 조식을 먹으라 하고 나는 안경점 문이 열렸나 산책 겸 나가 보았다. 큰아이와 다시 갔을 때 수리하기 힘들다 하였고 다시 안경을 맞추는 것도 일주일이 걸린다고 하였다. 낙심하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본드로 붙이면 될 것 같다고 하며 다이소에서 강력접착제를 사다가 붙여주었다. 기스가 많이 났긴 했지만 쓸 만했고 관광하기에는 괜찮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관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신주쿠역에서 오차노미즈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다. 그곳은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벌건 기둥인 미즈미가 올라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색깔이 각기 다른 열차 세 개가 만날 때 사진을 찍으면 멋지다는데 두 개만 만나도 괜찮게 사진이 나왔다.



 

 오늘 원래는 요코하마를 가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놀이동산이 휴무일(목욜)이라서 내일 가려고 했던 오다이바로 급 변경했다. 놀이동산에 대관람차가 핫스팟이기 떄문에 휴무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시간에 여유가 있어 일정에 없던 아키하바라를 오차노미즈에서 걸어갔다. 

 여긴 별천지였다. 구경할 곳도 많고 오다쿠의 성지였다. 그 많은 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슬램덩크도 찾았다. 가격이 후덜덜이라 사지는 못했지만.

 다음은 해양열차를 타고 오다이바로 갔다. 앞이 통창인 열차라 개방감이 좋아 마치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았다. 이것 역시 색다른 경험이었다. 

 사람 많은 시부야 신주쿠를 벗어나 오다이바로 오니 완전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시원하고 한적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다도 있고 레인보우 브릿지도 멋있고 커다란 건담과 각종 캐릭터물을 파는 쇼핑몰까지 남녀노소 취향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점심은 급 검색해서 간 에그띵스 레스토랑에서 생각보다 정말 맛나게 먹었다. 특히 엄청난 생크림에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야경이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냥 내일 요코하마 야경을 기대하며 신주쿠로 돌아왔다. 

 라면을 먹고 싶어 이치멘 라면집을 갔는데 줄이 어마어마했다. 그냥 길 가다 아무 라멘집 가서 라면을 먹었다. 여행 와서는 1분 1초가 금이기에 음식먹을 땐 복잡한 가게는 안 가는 게 상책이다.

 셋째날은 날씨가 쨍하지 않지만 그리 덥지 않아 좋았다.

 오늘 일정은 내가 가고 싶었던 야사쿠사와 어제 못 간 요코하마이다.

 신주쿠에서 야사쿠사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 인사동의 커다란 버전인 듯 싶었고 주전부리할 것도 정말 많았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일본 사람들은 모든 걸 작게 만드는 걸 잘하는 것 같다.

가챠삽도 그렇고 소품 가게에도 예쁜 미니미들이 참 많다. 한국 오면 예쁜 쓰레기가 될 게 뻔해 충동구매를 꾹 참았다~^^; 



 

 상점들을 쭉 지나 센소시 절까지 걸어갔다.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곳인데 사람들이 많아 어떻게 찍어도 인파가 엄청났다. 그곳에 있는 운수 뽑는 기계에서 둘째가 대길(大吉)이 나와 엄청 기분 좋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파 골목에 있는 빙수집에 들어갔는데 예상치 못하게 퀄리티가 대박이었다. 어제 먹은 생크림이 높이 쌓인 핫케이크에 이어서 오늘 빙수 집은 빙수 위에 딸기와 초코가 그야말로 높이 쌓여 있었다. 빙수를 먹고 걸어서 스미다강까지 걸어갔다 돌아왔다. 강가의 바람을 맞으니 잠시나마 인파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좋았다.

 다음은 내가 이번 일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요코하마이다. 가는 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층 열차길래 얼른 이층에 탔는데 거기 일등석 좌석을 따로 끊어야 하는 곳이라며 두 정거장 만에 쫓겨서 일반 객실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거긴 사람이 꽉찬 우리나라의 전철 같은 객실이었다. 마치 항공석 같은 시스템인 것 같았다. 같은 열차에 일등석과 일반실이 같이 있으니까 말다. 요코하마역도 매우 복잡했는데 간신히 빠져나와 대관람차를 향해 걸어갔다. 가는 길에 호빵맨 박물관이 아기자기한 게 너무 예뻤다. 

 점점 해가 지는 요코하마가 너무 아름답고, 시원하고 넓었다. 대관람차는 어디에서 찍어도 시선 강탈이고 핫스팟인 곳이 많았다.

 이번 여행에서 오다이바와 요코하마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사람 많은 시부야와 신주쿠에서 진이 다 빠졌을 것이다. 저녁은 쇼핑몰에서 아무 데나 들어갔는데 평일 저녁 6시 전까지 해피 아워 시간대로 가격할인 받아서 가성비 있게 잘 먹었다.



 

 요쿄하마는 모두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유람선이었다. 1,500엔이 하나도 안 아까웠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데 정말 낭만적이고 최고였다. 듣던 대로 요코하마는 낮보다 밤이 최고인 도시였다. 

 마지막 날 나는 아침 조식을 포기하고 혼자 신주쿠 교엔으로 9시 개장 시간에 맞춰갔다. 호텔에서 나와 신주쿠역을 지나 공원까지 25분 정도 걸어갔다. 입장료 500엔 역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곳은 봄에 벚꽃으로 유명하다는데 여름에는 초록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이른 시간이라 덥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더 좋았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정원인데도 조용하니 산책하길 좋았다. 혼자서 한 바퀴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신주쿠 교엔은 나에게는 잊지 못할 힐링 장소여서 한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신주쿠 교엔을 배경으로 하는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아침에 본 곳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추후에 학교 도서관에서 <언어의 정원> 책도 빌려 봤다. 책이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마지막 일정은 도쿄도청 무료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가서 보니 날씨가 청명하였다. 정말 도쿄는 거대한 도시인 것 같다.

 짧은 됴쿄 여행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먼저 전망대에서 보니 완전 도심을 제외하고 높은 건물이 없었다. 아파트가 없는 것도 신기했다. 좁은 집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거리에 차들도 큰 차는 거의 없고 대부분 경차다. 전철이 잘 발달되어 그런가? 버스도 많지 않다. 일본 사람들은 지하철에 자리가 나도 잘 앉지 않는다. 전철 탈 때 줄을 정말 잘 서고 횡단보도 기다릴 때도 두 줄로 서 있는 거 보고 참 놀라웠다.

 길거리 음식이 거의 없고 까페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길가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도 많이 먹고 플라스틱 컵 막 아무 데나 버리는 데~ㅠ 그래서 그런가 복잡한 신주쿠역도 도로며 역사며 매우 깨끗하다. 심지어 휴지통도 거의 없는데 말이다. 워싱턴 호텔도 좁아서 그렇지 오래된 호텔임에도 곰팡이 하나 없이 깨끗이 관리 되는것 같았다. 음식점에 혼밥 좌석 엄청 많고 거리에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다니면서 떠들지 않으니 그리 시끄럽지 않은 것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엔화가 싸니 쇼핑하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딸이 없었으면 JR순환선만 타고 다녔을 텐데 일본어를 잘하는 딸 덕분에 다양한 열차 많이 탔던 것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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