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대학교 2학년 때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제목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던 것이다.
이전의 나는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의 시선이 내 삶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이제야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는 지난 내 시간들 속에 진정한 내가 없었다는 서러움에 펑펑 울었다.(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 속의 나도 나였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서 내 생활, 내 성격은 많이 변했다. 혼자 여행도 떠나보고, 일기도 쓰고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해보고 싶었던 밴드 동아리에 지원도 해보고, 축제 때 열리는 가요제에 신청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기 시작하니 살맛이 났다.
내 삶은 내 모든 선택들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가치관이 되었고, 힘들 때마다 나를 일어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니 주변 사람들도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주변에서 처음 듣는 말도 듣게 되었다. “너는 참 무던한 사람 같아,”, “네가 하고 싶은 것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
나는 그냥 나를 위한 삶을 산 것뿐인데 주변에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는 것이 신기했다. 이제 더 이상 주변의 평가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나의 모습을 멋있게 봐주는 사람들도 멋있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의 법학과에 들어갔다. 그땐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진로인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행복, 자유, 여유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정말 변호사가 되고 싶을까? 그리고 내 일상을 포기해 가며 치열하게 공부할 만큼 그에 대한 열정이 있는 걸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좀 밍숭맹숭하게 살고 싶다. 이제라도 내 내면의 말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꿈이어서, 부모님이 기대하고 있어서, 친구들이 멋있다고 해줘서 그 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 난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의 꿈이라고 생각했던 변호사라는 꿈을 포기했다. 그동안 나는 그런 큰 꿈을 갖고 있으면서 그에 맞는 노력을 하지 않는 나를 채찍질했고, 지금 당장의 행복을 미뤘으며 그 꿈을 이뤄야만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괴롭히는 일을 놓기로 했다. 그리고 내 행복을 지키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엔 이루기 어려운 꿈이니까 그냥 포기한 걸 뭘 저렇게 거창하게 말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용기였다.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 내 행복을 위해 여태 좇던 꿈을 포기하는 것.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나의 내면을 살피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천천히 그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