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요즘 겨울이라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은 필자만의 고민일까? 젊을 때 관리하지 못했던 몸을 코로나 시기때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대학생 시절의 몸무게로 돌려놨다. 몸이 가벼워지고 몸의 수치들은 다시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하지만 그 몸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자 고통이었다. 약 3kg 다시 올라온 몸무게로 4년 째 유지 중이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는 운동을 못하는 상황(게으름)이라 식사량과 식단으로 조절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150km 이상 자전거 라이딩을 할 때의 쾌감을 다시 느끼려는 의지는 계속 꺾인다. 자전거 위의 감각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것이다.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 몸에 대해 많이 말한다. 건강, 다이어트, 운동, 수면, 영양, 정신건강까지 몸은 끊임없이 분석되고 평가된다. 나의 몸은 데이터화되어 휴대폰이나 스마트시계에 숫자로 기록된다. 그 숫자로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하며 조절한다. 하지만 몸의 느낌, 감각은 수치로 이해가 될까? 데이터는 몸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몸 안의 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 그 감각이 뭘까?우리에겐 어떤 감각이 있을까?
과거의 감각
고대 그리스의 감각은 진리를 향한 기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플라톤은 감각은 불완전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보지 않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식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내가 느끼는 것을 감각이라 보지 않고, 세상이 나에게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더 중점을 두었다. 감각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 몸이 아프다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가 무너졌다고 봤다.
중세의 감각은 도덕적, 종교적 의미를 갖게 되면서 개인적인 느낌보다 신과 세상이 보내는 메시지로 여겼다. 고통은 시험이고, 쾌락은 유혹이며, 배고픔과 피로는 영적 훈련의 일부로 해석한다.
이처럼 고대와 중세의 감각은 사적인 것보다 자연의 일부이며 나의 심리 상태보다 신의 뜻이고, 나의 몸보다 우주의 구조로 해석했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드디어 감각은 내부로 들어온다. 신과 세상이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온전한 나의 것으로 해석된다. 자연이 보인다라는 개념이 아닌 자연이 나에게 보여진다의 전환이다. 이 전환은 감각은 하나의 진리가 아닌 다양함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동시에 의심과 분석 그리고 측정과 관리가 필요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감각은 관리해야 할 개인적 경험으로 작아진다.
현대의 감각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각은 시각, 청각, 촉각 같은 외부 감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몸 안에서 일어난 내적 감각으로 시작된다. 사실 의학이 발달하면서 감각보다는 생리적인 신호를 더 많이 접한다. 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 심박수는 안정되고 호흡은 깊어지며 소화 기능과 면역 반응이 좋아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감소하고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이 안정되며 이것을 모두 조절이 가능하게 된다. 이 상태를 의학에서는 '항상성'이라 부른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이렇게 해석하지 않고 감각으로 느낀다. 수면 부족, 식욕 저하, 근육 통증 등의 여러 가지로 느끼며 '항상성'이 붕괴됨을 느끼게 된다. 아마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이 모든 것을 늘 조정하고 조정되는 과정에 있다. 나이, 환경, 감정에 따라 우리의 감각은 늘 다르다. 특히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몸과 감각은 정신없이 조정당하고 있을 것이다.
감각의 철학
근대 이후, 감각이 다양해지는 전환이 일어나며 오류와 불안정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데카르트는 감각은 나를 속일 수 있기에 신뢰할 수 없고, 오로지 사유를 하며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로크와 흄은 감각의 경험은 중요시했지만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하며 불안정하다는 쪽으로 한 표를 던진다.
20세기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감각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의식의 현상으로 보며 세상 속에 나를 던지는 경험으로 해석한다. 즉 중요한 것은 감각 그 자체가 아니라 감각이 나타나는 방식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해석하기 전의 의식의 접촉이며 사유 전의 살아있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며 불안정하지만 그것은 살아있음의 증거가 된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강한 자극에 조련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감각이 개인적인 현상이나 경험으로 가까워졌기에 세상과 연결되는 링크는 많이 약해져있다. 매체에서는 더 자극적인 화면과 내용으로 도배가 되고, 음식은 더 짜고 더 매워진다. 더 이상 커다란 세상의 감각과는 단절되며 개인적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나누고 전파한다. 어쩌면 너무 과잉으로 소비되고 있기에 피곤하고 공허해진다.
작은 것에 반응하며 신뢰를 쌓아야 하며, 그것을 해석하며 그 안에 머무르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질문이다.
우리는 감각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감각을 관리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