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베르테르'

낭만 오페라의 극치

by Polymath Ryan


오페라 '베르테르' 사랑과 죽음의 구조


오페라 '베르테르-Werther'는 단순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파멸을 통해 18세기 말 유럽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인간형, 곧 근대적 자아의 탄생을 드러낸다. 원작인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에서 이미 제시되었던 이 인물은, 줄 마스네의 음악을 통해 더욱 섬세하고 심리적인 존재로 재탄생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감정이 세계를 압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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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규정하며 세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그 질서의 균열에서 낭만주의가 태어난다. 낭만주의는 감정을 오류나 약점이 아니라 진리의 통로로 이해했다. 베르테르는 바로 그 전환의 상징이다. 그는 사회적 의무나 공동체적 계약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며,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통해 해석한다. 다시 말해, 세계는 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색채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근대적 자아의 핵심을 발견한다. 중세적 인간이 초월적 질서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켰다면, 베르테르는 자신의 내면을 질서의 중심에 둔다. 그는 사회를 파괴하려는 혁명가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더 높은 질서로 여기는 인물이다. 샤를로트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은 사회적·윤리적 질서의 완성을 의미하지만, 베르테르의 감정은 그 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감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타자를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그것은 동시에 자기 자신을 향한다. 그는 샤를로트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절대화한다. 그의 감정은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증명하고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랑은 타자와의 상호성이라기보다, 자기 심연을 확장하는 통로가 된다. 반면 샤를로트는 현실을 선택한다. 그녀는 어머니의 유언과 사회적 책임을 존중하며 공동체적 인간으로 남는다.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공동체적 질서와 근대적 자아의 충돌을 그린다.


그렇다면 베르테르의 죽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의 자살은 표면적으로는 패배이지만, 낭만주의적 관점에서는 자아의 일관성을 끝까지 밀어붙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철회하지 않으며, 외적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내면의 진리를 유지한다. 죽음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절대화를 위한 최종 선택이 된다. 그는 삶을 포기하지만, 자기 감정의 논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과 마주한다. 자아의 진정성을 위해 생을 포기하는 선택은 숭고한가, 아니면 자기중심적 완고함인가.


마스네의 음악은 이 질문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죽음의 순간조차 서정적으로 감싼다. 아름다운 선율은 비극을 정당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관객을 감정의 공모자로 만든다. 우리는 베르테르의 선택을 이해하고, 심지어 공감하게 된다. 이 공감의 가능성이야말로 이 작품이 여전히 현대적인 이유다. 이런 감정의 공모는 현실에 '베르테르 효과'로 나타난다. 실제로 젊은이들은 베르테르처럼 옷을 입고, 심지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베르테르는 자유로운 인간처럼 보인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 자유는 해방이라기보다 자기 감정에 대한 종속으로 밀려간. 그는 사회에 의해 파괴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요구하는 절대성에 의해 소진된다. 근대적 자아는 외적 권위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동시에 자기 감정의 독재에 노출된다. 이것이 오페라 '베르테르'가 제시하는 근대의 역설이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베르테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감정을 삶의 진정성으로 간주하고, 타협하지 않는 내면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 작품은 묻는다. 감정은 어디까지 진리인가. 사랑은 타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인가. 그리고 자아의 일관성은 생존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결국 오페라 '베르테르'는 한 시대의 유행을 넘어, 근대 이후 인간이 안고 살아가는 질문을 응축한 텍스트다. 베르테르는 죽지만, 감정을 절대화하는 자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를 비극적 인물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과거의 낭만주의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근대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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