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인간의 연약함
베르디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이다. 숙박업과 상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뒤늦게 음악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는 연령제한에 걸려 입학에 실패, 개인교습으로 작곡을 시작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대리 지휘를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는 능력을 인정받고 작곡 의뢰를 받기 시작한다. 물론 계속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실패도 분명 있었고, 심지어 작곡을 단념하기도 한다. 그의 주변인들은 그에게 힘을 주었고, 그는 8년 동안 14곡의 오페라를 작곡한다. 이때 작곡된 오페라에는 애국주의가 주입되어 이탈리아의 애국의 상징이 된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시기 이후에 그는 더욱 명성을 얻게 된다. 우리가 앞에서 다뤘던 '리골렛토'가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오텔로'는 그의 인생의 후반기에 작곡된 오페라이다.
베르디는 오텔로에서 전통적인 '번호 오페라' 형식을 벗어나 음악과 서사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각 장면은 끊김 없이 이어지며, 이를 통해 관객은 극의 흐름에 몰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품의 서곡 대신 폭풍우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관현악의 강렬한 리듬과 금관악기의 폭발적인 음향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자연적 배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전반의 갈등과 혼란을 예고하며, 음악과 서사가 하나로 융합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영화의 인트로와 같은 역할을 하게 했다. 또한, 베르디는 등장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아고의 "Credo"는 불협화음과 불안정한 리듬을 통해 그의 교활함과 악의를 생생히 드러낸다. 반면, 데스데모나의 "Ave Maria"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그녀의 순수함과 슬픔을 강조하며, 두 인물 간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이러한 음악적 표현은 단순히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관객이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베르디는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 기법(인물의 메인 멜로디 반복)을 사용하여 음악만으로 어느 캐릭터의 등장임을 미리 알게하여 관객들의 상상력과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베르디는 성악의 극적 전달력을 강조하기 위해 음역과 강약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감정의 극대화를 가지게 한다.
오텔로는 '무어인'으로 흑인이다. 당시의 사회에서 '외부인'으로 권력을 쥔 사람이다. 그는 늘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고 자신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유효한 인종 문제와 문화적 차별이고,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어쩌면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물리적 전쟁에서 승리를 해도, 그가 더욱 원했던 것은 타인들로부터의 인정과 사랑이었다. 그의 아내인 데스데모나에 대한 사랑은 이야고의 음모에 소유욕으로 변질되어 결국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인간이 자신의 연약함을 직시하지 못할 때,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아고의 행동은 인간의 탐욕과 질투가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열등감과 사회적 좌절감을 악과 음모로 발산한다. 흑인보다 못한 위치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열등감,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무지는 이야고의 연약함이 원인이 된다. 이런 갈등은 철학자 니체의 '권력 의지'와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넘어서는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파멸로 치닫기도 한다.
데스데모나는 작품에서 순수하고 헌신적인 인물로, 흑인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에서 희생되는데,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내면의 고뇌와 운명을 직감하며 그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결국, 오텔로는 데스데모나의 죽음이 자신의 연약함때문임을 깨닫고 자결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오페라에서는 오텔로의 마지막 선택은 단순히 죄책감이나 절망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와 갈등을 직면하는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돌아감을 부각한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음과 더 이상 영웅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수용하는 용기와 선택을 전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는 용기와 그것에 대한 책임 그리고 연약함의 파멸은 우리가 겪었거나 겪어야 할 문제이다. 원작에서 오텔로의 마지막 대사는 "나는 그녀를 키스하며 죽였노라"이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으며,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연약함을 보여주며 비극의 주체로 만든다.
다시 돌아간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의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