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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Jun 25. 2018

독일에서 일자리 찾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정


독일인들은 어디서 일자리를 찾을까? 한국과 비슷하고도 다른 여정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오프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외국인으로서 일자리를 찾으려면 물론 독일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며 비자발급 문제도 남아있다. 하지만 현지인과 비슷한 조건으로 채용된다면 비자발급은 영국이나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독일에도 대졸 공채가 있다  


수시채용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독일에서도 드물게 대졸 공채 개념의 채용제도가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지주회사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graduate program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공채를 진행한다. Finance, sales, engineering, marketing 등의 분야로 세분화시켜놓고 서류면접, 적성평가, 공개 인터뷰 등의 절차를 통과하면 2년 간의 졸업생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독일 내 유학생부터 인근 국가의 학생들, MBA 졸업생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며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우선 선발되는 인원수가 적기 때문이고 정규직으로 계약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장점인 이유는 유럽뿐 아니라 타 대륙에 있는 지사에 지원할 수 있고, 3-4개월 주기로 여러 계열사에서 근무해본 후 본인의 적성에 잘 맞는 직무를 발견할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거비 보조 등 회사에서 비용이 지불되므로 이 기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가장 큰 단점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원자에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으나 그 혜택만 취하고 다른 회사로 가게 될 수도 있고, 지원자들도 사실 정규직 오퍼를 받지 못할 까 봐 이 기간 내내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혹은 첫 번째로 배치된 회사에서 딱 3개월이 지나고 나서 정규직 자리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 때도 선택의 연속이다. 앞으로 펼쳐진 불확실하지만 매력적인 길 대신에 그 자리를 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624개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그 중 107개의 회사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다


  

채용인원 한 명인 자리를 뚫고 들어가는 길  

하지만 졸업생 프로그램이나 MBA 대상 선발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공석이 발생해서 채용하는 수시채용의 형태이다. 한국에서의 경력직과 마찬가지로 이때의 선발 인원은 0명이다. 그 좁은 길을 통과하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첫 번째 단계인 서류제출을 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채널들을 주로 이용한다.



1. Linkedin, xing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보편화되어 있지 않지만, 독일이나 인근 국가에서 linkedin 은 필수로 사용하는 SNS이다. 실제로 이 채널의 채용공고를 통해 지원했던 회사에서 석사 공부 시절 근무를 했고, 같은 프로그램의 친구 중 한 명은 회사 HR에서 직접 연락을 해 와서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 근무 후 현재까지 그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회사의 채용사이트로 넘어갈 필요 없이 Linkedin을 통해 직접 지원서를 제출할 수도 있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그룹에 가입하여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할 수도 있다. Xing은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사이트로, 링크드인의 독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독일식 링크드인이기에 다 독일어로 되어 있고, 독일에서 취업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채널에 계정을 만들고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친구들끼리 하는 SNS가 아니라 나의 잠재적 고용주가 맨 먼저 나를 찾아볼 수 있는 채널이다. 셀카나 사적인 사진보다는 프로페셔널한 증명사진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팁 2: 링크드인은 학력사항,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와 상세한 직무들도 기입되어 있기 때문에 수많은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를 불특정 다수 타인과 나누고 싶지 않다면 개인정보 설정을 통해 본인의 프로파일이 구글에 전부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오로지 링크드인 가입자들만 찾아보게 할 수 있다.   



 2. Indeed, Stepstone

사람인의 독일 버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인처럼 친절하고 아기자기하게 사이트가 꾸며져 있지 않고 기본 기능에 충실한 채용사이트다. 본인에게 맞는 직무 (controlling, supply chain management, sales.. )와 원하는 도시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채용공고들을 볼 수 있다. 아주 소규모 회사부터 대기업까지 거의 모든 회사의 정보가 이 곳에 모인다. 회사 정보가 굉장히 많아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여 검색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채용공고를 찾기 힘들 수 있다.

indeed 와 stepstone의 검색페이지. 간단하게 지역과 직무/회사명으로 직업을 검색해볼 수 있다



 3. 회사의 채용페이지

평소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회사라면 즐겨찾기에 추가한 후 수시로 채용공고를 살펴보는 정도의 열정은 필요하다. 우리가 이름만 들으며 알 만한 회사들 – 아디다스, 코카콜라, BWM 등등은 채용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리지 않기도 하고, 올리더라도 지원은 채용 회사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원하게 되어있다. 본인의 프로파일을 회사 사이트에 등록해 놓고 뉴스레터를 수신하여 채용공고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도 있다. 나는 즐겨찾기 탭에 가고 싶은 회사의 채용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은 후 알맞은 채용 공고가 있는지 살펴보곤 했었고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4. 채용박람회, 전시회 참여

대도시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력서 컨설팅도 받아볼 수 있고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가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회사의 채용담당자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직접적인 채용 박람회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산업군의 전시회에 참여하여 현직 종사자들을 만나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시회의 나라답게 독일에서는 매 년 수많은 직업 박람회가 열린다. 기회는 열려 있으니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베를린에 거주했을 당시에 취업 박람회에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었고, 현직에 있는 직원들이나 혹은 HR담당 직원과도 간단하게 이야기해볼 기회가 있었으나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팁: 이력서를 여러 장 준비하고, 굳이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갖춰 입고 가는 편이 낫다. 운 좋게 그 자리에서 이력서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고, 현직에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므로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도록 차려입고 가는 것을 권한다. 물론 관심회사가 참여한다면 그에 맞는 사전조사와 질문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5. 인맥 활용

공석이 발생하면 회사에서는 우선 내부 지원자부터 선발한다. 혹은 직원들 중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을 통해 인터뷰를 볼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력서가 HR 선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낙하산 개념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 아는 사람을 추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 수록 기회는 많이 생길 수 있다.

신입사원도 종종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대학생/대학원생들이 실제로 회사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한 회사에서 1~2년 정도 근무한 후 졸업 후 정규직 오퍼를 받는 경우도 있다. 나도 학생 아르바이트를 1년 남짓 했고, 학기가 끝나기 전에 실제로 정규직 제안을 받기도 했다.   




어느 채원을 통해 지원하든 그 채널과 관계없이 채용공고를 먼저 꼼꼼하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독일에서의 채용공고는 정말 중요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채용공고만 읽어봐도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공석은 어떤 자리인지 대충 감이 온다. 대부분의 채용공고는 간단한 회사 소개-직무소개-자격요건-지원방법 형식으로 마무리하는데 어떤 회사들은 가끔 정말 성의 없이 공고를 올리곤 한다.

몇 줄 되지 않는 설명만으로는 그 포지션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회사들은 아예 제외했었다. 때로는 굉장히 과한 채용공고들도 있다. A4 종이 한 장 반에서 두 장정도에 달하는 아주 자세한 업무 소개와 지원요건을 제시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자리기에 이렇게 많이 적어 놓는 것인지. 매일 12시까지 야근이라도 해야 할 듯이 과한 소개들도 적당히 걸러놓고 시작한다.  


내가 이력서를 정성 들여서 제출하듯이, 채용공고는 회사가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력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첫 소개팅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오는 사람이 좋게 평가될 수 없는 것처럼 회사가 보이는 첫 얼굴인 채용공고가 별로라고 생각된다면 당신의 첫 느낌이 맞는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채용시장에서 구직자가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내 앞으로의 인생설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직장 선택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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