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in Jun 29. 2018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 연애와 취업은 닮아있다







첫눈에 맞는 상대를 알아차리는 기적과도 같은 일  


어떤 소개팅은 첫 만남 장소에 앉은 지 10분만 지나도 그 사람과 내가 잘 될 사이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연애뿐 아니라 결혼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혼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기적과도 같은 경험담들. ‘첫눈에 이 사람이랑 결혼할 거라는 느낌이 왔어’ 그렇게 운명을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 기적이 찾아온 순간을 알아차리는 일은 어렵지 않은가 보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연애와 취업이 미묘하게도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본인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한 번 떠올려보라. 면접이 유쾌하지만은 않았고 회사가 백 프로 성에 차는 것은 아니었지만 경제적 이유 때문에 혹은 이력서에 공백을 만들고 싶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정말 원하던 회사 그리고 붙을 것 같은 회사와의 만남을 떠올려보면 ‘이 회사와 나는 잘 맞는 것 같다’라는 느낌을 인터뷰 자리에서 아니 어쩌면 지원서를 제출하는 순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 같은 자리, 될 것 같은 사람하고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친 후 ‘너로구나’ 하고 만나게 된다.     



도전해봐야 실패도 할 수 있다. 적극적인 사람이 쟁취할 수 있는 것 

 

그렇게 기적을 찾는 일이 쉬울까? 결코 쉽지 않다. 가만히 방에만 앉아 있는 사람에게 꼭 들어맞는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기는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만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사이트에 접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게임이라도 하는 행위를 통해 만남이 이어지는 것이지, 가만히 나무 아래에 앉아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소개팅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대방과 어떤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흔히 말하는 그린라이트를 보내지 않으면 내가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적극적인 사람이 미인을 차지하고 미남도 차지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취업도 마찬가지이다. 지원서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링크드인을 통해 회사나 헤드헌터에서 역으로 접근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링크드인에 내 프로파일이 있으니 연락을 해오는 것이다. 링크드인 계정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조차도 찾아 오지 않는다.   

지원서를 작성할 때도 모든 회사에 들어맞게 복사 붙여 넣기로 써넣는 것과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사 후 거기에 맞는 내용을 작성한 것. 두 가지 버전은 퀄리티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최근의 이슈는 무엇이며 내가 거기에 입사하면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최소한의 조사와 준비는 필수다.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가 자리를 차리 할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노하우도 생기지만 그만큼 까다로워진다  


주변의 연애고수들을 보면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본인의 어떤 점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 잘 알기에 그 점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상대의 성격과 반응에 따라 본인의 태도도 바꿔가면서 공략한다. 연애의 경험이 쌓일수록 본인이 원하는 상대가 어떤 유형인지, 내가 죽어도 포기 못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 혼자만의 스코어카드가 생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부터 사람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려워진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외모가 내 스타일이어서, 옷을 잘 입는 센스가 있어서, 나랑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스케쥴이 나와 비슷해서 등등 어떤 한 가지의 소위 말하는 ‘꽂히는’ 점이 있으면 만남이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이 쌓이면 적용되는 필터도 많아지기 때문에 거기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업무 10년 차 정도의 경력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요즘 같은 기술발전 속도로는 강산이 네다섯 번은 바뀔 정도의 변화가 생긴다. 그 시간 동안 특정 기술을 갈고 닦았고 그 업계에서는 전문가로 정평 나있으며 리더십도 있다. 이 정도면 옮길 회사가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내가 걸어온 길과 아주 유사한 공석이 발생해야 일단 지원이라도 해볼 텐데 그 정도 경력의 자리는 공석의 개수가 일단 적다. 쉽게 말해서 신입사원을 대단위로 뽑아서 그 사람의 배경에 맞게 회사에 있는 자리를 배분해 주는 것과, 딱 한 자리 발생한 공석에 그 사람을 뽑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와 직무가 마음에 들면 연봉이나 보상 정도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보통 경력으로 이직을 하면 이전 회사의 연봉을 고려해 협상을 하게 되는데 기존 직장에서 받던 수준만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업무적 스킬뿐 아니라 비슷한 산업군에서 일했던 경험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직의 문화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사람을 들이는 일은 조직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똑같은 조건의 두 사람이 있다고 치면 회사에서는 당연히 조직에 잘 녹아드는 사람을 뽑을 것이다. 문화적 배경,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아야 하고 이미 일하고 있는 팀원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연애는 정확히 5:5의 비율로 동등한 양의 사랑, 시간, 돈, 노력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한 사람이 먼저 관계를 시작할 수 있고 한쪽이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관계가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늘 받기만 하는 쪽은 그 마음을 당연시 여기게 되고 주기만 하는 쪽은 그런 냉정함에 어느 순간 지쳐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연애에도 기브 앤 테이크가 있는 것처럼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죽어라 일만 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거나 발전이 없는 회사라면 그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다. 반대로 급여 수준과 직원 복지가 타 회사에 비해 아주 뛰어난 회사라면 그만큼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높아진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 받을 스트레스 수준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고 윈윈 하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것은 쉽지 않다. 어쨌든 ‘영원히’라는 것은 없고 양쪽이 비슷한 수준의 것들을 주고받는 노력을 통해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렵다. 일 못하고 착한 사람 vs. 일은 아주 잘하고 능력 있지만 소위 말하는 싹수없는 사람. 누군가 나에게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일단 일 잘하는 사람을 고른다고 했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인간관계’ 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로봇이 일자리를 대신하는 시대가 와도 그 일의 시작점과 끝에는 '실행'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 사람들간의 관계로 많은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남녀관계를 넘어서 사람간의 관계는 회사안팎,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든 중요하지만 그만큼 또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일자리 찾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