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굴데굴 구르는 마성의 이라부 선생이 자꾸 생각난다..
욕심내서 감정소모가 큰 소설들을 빌려두고, 산뜻하고 가볍게 읽을 책을 찾던 중 [라디오 체조]를 고르게 되었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공중그네]가 학생 시절 큰 인기를 끌어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솔직히 “ 아 좀 뻔한 느낌 아닐까?” 라며 반신반의 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고 통쾌했다.
[라디오 체조]는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5편 모두 별개의 이야기이며 각기 주인공이 있다. 다만 이 주인공들은 책 전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환자가 된다. 이라부 선생은 대대로 병원을 이어온 부잣집 도련님이자, 주사 놓는 걸 좋아하는 변태이기도 하다. 극 중 뱃살이 두둑하고 모든 사람들과 경계없이 친숙해지는 인물로 표현되며 개그캐이기도 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인물이다.
5편의 이야기는 사람들에 대한 화를 참으며 과호흡까지 오게된 주인공, 완벽하게 준비하고 연습하지만 오히려 광장공포증에 걸려버린 피아니스트 및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상경한 대학생 등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 정신 질환을 겪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평범할 수 도 있는 주인공들이 별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통해 해괴한 치료법으로 치유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들 겪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상황들이 공감가고 해결방법이 정말 재미있다. 다만 4-5편 쯤 되어서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또 이라부라는 인물이 부유한 의사로 설정되어서 그 인물 특유의 넉살좋고 여유로움이 있는거 아닌가 라며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달리 또 생각해 보면 흔한디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 드라마 중 대박을 터뜨리는 드라마는 매화 웃음과 긴장감을 주지 않는가? 이 책이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이라부라는 인물이 독특하지만 클리셰적인 역할을 하는데, 어쩌면 독자들에게 쌓인 고민이나 스트레스들을 가볍게 날려주기 위해서지 않을까? 더하지 않아 아름다운 백자처럼 말이다. 단편을 따로 꽤 오랫동안 읽었는데 항상 스트레스 없이 가볍고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라부 선생이 데굴데굴 구르느 장면인데, 책을 도서관에 반납해서 구절을 쓸 수 가 없다.
근데 정말 웃겼다. 푸하하
이라부 선생이 나도 살짝 치료해 주고 간 것 같다.:)
추천도
⭐️⭐️⭐️⭐️⭐️
책을 간만에 읽어보고 싶은데, 딥한건 싫은 사람 or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
강렬하고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찾는 사람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평안을 바랍니다.
왠지 모르게 이 책과 어울리는 밤빵사진을 함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