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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4세의 나이듦에 대한 회고

여러 생각들..

by 두몽

오늘 우연히 화려한 색색깔의 옷들을 입으신 어머님들 무리를 보고 '와 날이 좋아서 예쁘게 꾸미고 놀러 오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어른들의 형형색색한 등산복 나들이 옷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가 떠오르며, '와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게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고,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는 멋진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변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 확실히 다양한 사람들의 만나고 또 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변화도 관찰하면서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고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나 싶다.


20대 후반에는 30대에 대한 막연한 싫음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것이 얼마 전 같은데, 벌써 34살이 되었다. (만나이로는 32세..) 28-29 살 사이에는 '으악 어떡하지!!!' 라는 느낌이 가득했다면 29-31살 때는 점점 받아들이면서 여기저기서 축하도 받고 마음이 편해졌던 시기였던 것 같다. 32살 이후로는 굳이 나이를 안 세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드는 것은 서럽기도 하고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길가다가 뽀얀 얼굴의 학생들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지어지는데, 이제 나는 그런 에너지가 없어졌구나... 싶어 슬프기도 하고, 그 시절에는 그런 내가 가진 아름다움을 전혀 눈치 못채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것이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어쨌든 지나가면서 보이는 노인들의 모습은 어딘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몸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해 보이는 편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왠지 무섭고 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나 자신의 미래라는 걸 어느정도 알고 있어서 더 무섭게 느껴젔을려나..?

근데 점점 세월이 지나면서 나도 늙고, 우리 부모님도 점차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아 그분들도 누군가의 부모님이었을 텐데, 열심히 살았을 뿐이었을 텐데 어떤 사람의 한 부분만 보고 판단했던 나를 반성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든다는 것은 왠지 슬프고, 안티에이징이나 주름방지와 같은 말들을 보면 쉽게 현혹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미디어에서 노인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는 항상 노부부의 모습이라던가, 손자, 손녀와 함께 지내는 조부모님의 모습같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청년 중년들의 당당한 1인으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장년 노인층의 당당한 1인으로서의 모습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바람이 든다.


브런치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기는데, 쌀쌀했던 계절에서 어느 덧 무더운 여름의 날씨가 되었고 곧 기나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취업전선에서 고군분투 하며 여러잔의 고배를 마시고 우울하기도 기쁘기도 한 날들을 보냈다. 한가지 확실히 배운 건 나를 책임져줄 사람은 역시 나 뿐이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조금 더 아껴주고 친절해지고 사랑해 주고 싶다.

나이 얘기를 하다가 여러가지 뜬금포 같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긴 합니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오늘 하루 평안하시고, 스스로를 아껴주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이만! 오늘의 뜨거운 햇볕아래 광화문에서.

2025.6.12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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