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리뷰] 양귀자 소설 [모순]을 읽고...

모순 투성이의 삶과 세상

by 두몽

요즘 양귀자 붐인가 싶을 정도로, 책 좀 읽는다 싶은 사람들에게 핫한 소설 [모순]을 드디어 읽었다.

이 소설을 추천한 사람들에 공감하며 하루만에 다 읽었다.


리뷰글에서 주로 소개된 줄거리였던 주인공 안진진이 결혼 상대를 고르기 위해 두 남자와 일명 썸을 타며 겪는 본인의 감정과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이야기 또한 모순이라는 소설의 주제와 함께하고 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가는 마음과 동시에 뜨끔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우선, 두 남자들을 고민하며 진진이 선택을 위해 차용한 기준은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느냐' 였다. 본인의 치부를 모두 드러 놓을 수 있었던 남자 나영규(추억까지 계획하는 파워 J라 진진을 기가막히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자인데, 이를 묘사한 부분도 상당히 재밌다!!) 그리고 가난함과 가족들의 못난 모습을 숨기고 싶게하는 이 시대의 감성남 김정우. 진진은 이를 통해 자신이 김정우를 사랑함을 확신하게 된다.

그와의 드라이브 데이트에서 사랑의 감정을 처음 직면하고 알아버린 진진은 기분이 좋기보다는 당황스럽고 힘들다. 솔직하지 못해서 선택한 그의 앞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자신의 아버지 같은 모습을 난생처음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처럼 모순적인 감정이나 행동 등 모든 모순적인 것들이 소설에서 계속해서 나타난다.


근데 정말 사람이, 인생이, 세상이 모순적이지 않은가. 위처럼 정말 사랑하는 상대는 너무 소중하고 잃을까 무서워 솔직한 나를 드러내기가 어려우며, 겉으로 난폭하고 위험한 인물처럼 보이는 이의 내면은 사실 여리고 나약하기도 한다. 소설 중 진진의 아버지가 그러하다. 알코올 중독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진진의 눈에 그는 품위있어 보이기도 하며, 단순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표현된다.

일란성 쌍둥이지만 고된 삶으로 더 늙어버린 어머니와 이모도 모순된 모습이다. 순탄해 보이는 삶을 살았던 이모가 내면에서는 어머니보다 더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산다. (엄청난 결말이 있으니 스포는 하지 않겠다. 후후)


인상깊고 공감되는 구절이 정말 많았으나 아래가 가장 인상적이여 남겨본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127p)


소설 중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이 일어나면 이모를 호출해 진진과 남동생을 데려가길 부탁했다. 그런 상황이 여러번 있었고, 이모의 남편은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아버지의 사업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모부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을 데리러 갔을 때 이모부부의 자식들에게만 생선을 발라주고 진진 남매에게는 주지 않았던 장면을 목격해서였다.

물론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사실 양으로 따져보면 이모부에게 매우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판인데 오히려 미워해버린 것이다.

나 또한 돌이켜 보면, 내가 받은 상처는 천배 만배 더 날카롭고 깊게 생각하고 내가 받은 것은 당연시 하지 않았는가. 마음의 무거운 돌을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 받는 것을 계산하지 않는 것이 최고이겠지만, 적어도 감정적으로 내가 못받은 것만 백배 천배 되샘기질 하며 누군가를 미워해오지 않았는가.


아아 내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이다.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고 알려준다. '인생 똑바로 살아' 라고.


영국의 소설가 프레더릭 라파엘의 말한 '소설이 더 사실적이다' 라는 말이 소설 읽는 내내 느껴진다. 현실보다 더 사실을 간파한 대목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잽을 날린다.


말이 조금 길어졌습니다만, 책을 한동안 멀리한 사람에게도, 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상 글을 마치며 세상의 모든 모순들을 응원합니다.


추천도

✨✨✨✨✨

읽는 내내 흥미로워 술술 읽힌다.

계속 되짚어 보게 되는 인물들의 모순적인 모습들과 대사들이 나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한다.


얼마전 카페에 가 만난 봄이 느껴지는 라넌큘라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주절주절] 좋아하는 일을 쫓는다는 것은 괴로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