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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by 두몽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글쓰기를 꿈꾸었지만, 또 굉장한 텀을 두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백수가 된지는 어느덧 1년 6개월이 훌쩍 지나 2년을 달려가고 있네요.


정말 무더웠던 여름이 조금 지나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독서를 여럿 하고 있는데요.

엄청난 병렬독서를 하는 저에게 병렬독서를 멈추게 한 엄청난 몰입감의 소설책을 읽게 되어 간단한 줄거리와 생각했던 점들을 남깁니다.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은 영어원서 2권 [feel-good productivity], [Material World]과 마스다 미리의 기분좋고 공감되는 책 몇권 그리고 고전 소설[나는 고백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입니다. 필굿프로덕티비티는 원서를 읽기 쉬운 책이고 내용도 삶에 충분한 귀감이 되지만 어렵지 않아서 좋고, 한국어 제목으로 물질적 세계인 머터리얼 월드는 사실 내 영어수준으로는 원서로 읽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대충 60-70%만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어느정도의 내용만 이해하면 읽는 중인데, 몰랐던 인류의 삶을 받쳐주고 있는 물질 자원들의 이야기라 매우 흥미롭다. 예를들어 아주 작은 금 한조각을 위해 몇백톤의 바위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알았는가!!


소설을 좋아하지만 최근 근 5년간(?)은 꽤나 현대소설에 치중했었는데 급 고전이 읽고 싶어졌다. 하여 고른 [나는 고백한다]를 읽다가 정신이 혼미해지고 산만했는데, 이를 붙잡아 물입감을 선사 한 것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입니다. 너무 재밌어서 병렬독서를 관두고 이 책을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주인공 폴르는 39세의 여성으로 그럭저럭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래된 연인은 로제를 사랑하지만 로제는 바람둥이이며, 로제를 항상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폴르는 그와 껄끄러운 얘기를 하지않으며 그 불편한 구석을 안고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중, 젊고 아름다운 청년 시몽의 구애를 받게 된다. 부잣집 아들에 변호사인 시몽.. 정말 완벽한 왕자님이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폴르가 묘사하는 시몽은 어딘가 부족하고 어리게 보인다.

그러던 중 계속된 시몽의 구애 속 시몽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동시에 로제의 또다른 바람(ongoing)을 알게되면서 폴르는 시몽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그 과정 중 시몽이 폴르를 음악회에 초대하면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그 질문에 폴르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뭔지 고민하게 된다. 이 장면이 꽤나 소설의 핵심을 관통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로제도 사실은 관성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닐지,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몽을 선택하여 새로운 삶은 살아가는 폴르이지만 시몽의 관계속에서 계속 로제를 생각하게 되고, 시몽이 모든 일을 뒤로하고 자신만을 기다리며 사랑을 바라는 그 모습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이성간의 사랑보다는 측은함이나 모성애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폴르는 로제를 선택하게 되고, 이야기의 끝에서 로제는 또 폴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암시하며 끝난다.


흠 이 소설을 읽고,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겠지만 저는 두가지 정도의 주제가 가장 생각났습니다.

첫번째는 살아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얼마만큼 직면하고 있고,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수치적인 점수로 두 남자를 평가하자면 분명 시몽이 더 높은 점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폴르는 자신에게 솔직했고, 비록 외부의 기준에서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과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선택을 합니다. 비록 그 선택이 본인을 때로는 불행하게 할지라도 받아들인 것이지요.

예를 들어,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대부분의 우리들은 외부의 기준에 맞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그 기준들에 맞추면 어느정도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아마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도 비슷하겠죠. 뭐가 답인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한번 쯤은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솔직한 선택을 하는 삶 또한 참 멋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MZ 친구들이 요구르트 배달일을 한다는 뉴스가 한때 대두되기도 했는데 물론 선택의 과정에 다른 이슈들이 있기도 했겠지만 본인의 삶에 당당한 모습들이 멋져보였네요.


두번째 주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 모든 걸 내던지는 존재보다, 갈증나게 하는 사람을 필연적으로 끌려하지 않는가? 입니다. 좀 구식일수도 있으나 썸을 탈 때 바로 답장을 하면 안된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안된다라는 말이 있기도 하니까요. 저 또한 저에게 바로 마음을 보여주는 이들에게보다는 뭔가 나를 헷갈리게 하고 열받지만 안달나게 하는 사람에게 끌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충분히 다른 분들도 있겠지만 기본 적으로, 잡힐 듯 다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 매력을 더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소설 속 로제처럼 장기관계에서도 그런다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자기에게 모든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은 조금 쉽게 생각되고, 오히려 미안하거나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성애적 사랑은 나를 안달나게 하는 사람에게 느끼기 쉽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삼각관계 구조 속에서 주인공 폴르의 신랄하기도 한 솔직한 감정을 볼 수 있어서 공감도 되고 정말 재밌었습니다. 소설은 정말 놀라운 힘을 가졌다고 매번 느끼는게, 본인이 가진 추한 감정이나 못된 감정들을 여실없이 느끼게 해주고 되짚어보게 해준다는 점이 정말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것 같네요.


이상으로 글을 마치며, 모두들 더운 여름 조금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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