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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스윗한 사람이 되고싶은데 화가 난다.

반성을 반복하며 나아지겠지.

by 두몽

언제나 다정함과 스윗함을 갖춘 사람들을 보면 너무 멋지고 덕분에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다정한 편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에 따라 날카롭게 변하기에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다짐 또 다짐해도 어느샌가 확 열 받아 버린 나를 발견한다.


한 예로, 전 직장에서 팀리드로 일할 때 팀원들에게 스윗해져야지, 친절해져야지 라는 다짐을 매일 새기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실수나 질문들이 반복되면 어느새 차갑고 날카로워진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당시에는 내 안의 난폭함을 나름 잠재운 것이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누가봐도 급냉상태의 나를 발견한다.

또 다른 예로는 얼마 전 도서관 노트북 열람실을 이용할 때다.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데, 노트북과 싸우고 계시던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수상받은 시조를 어떻게 찾는지 여쭤보셨다. 어르신이 신형 노트북은 있지만 인터넷 검색도 잘하지 못하시는 부분에 내심 놀라며 처음에는 성의껏 도와드렸다. 도와드리니 감사 인사와 함께 언제 집에 갈건지, 내일 또 오는지 여쭤보셔서 뿌듯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고 내가 과연 내일도 모레도 이 분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얼마나 더 물어보실까?', '가장 기본인 검색도 못하시면서 노트북은 어떻게 구매하신거지?' 등등 못되고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다. 결국 목표했던 포트폴리오를 끝내지 못했음에도 어르신께 말했던 귀가시간이 되자 나는 짐을 챙겼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쓰여, 갖고 온 사탕을 하나를 드리며 어르신의 자리로 가 작별인사를 드렸더니, 이번에는 시조 수상 작가의 집 근처의 호수를 찾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 달아나고 싶어졌다. 어르신이 눈이 편치 않으신 것 같았지만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으악, 우리 부모님보다 심각한 총체적 난국이잖아' 라고 생각하는 들었다. 더해서 이런 말을 쓰는게 죄송하긴 하지만 옆에 서있기만 해도 며칠 씻지 않은 듯한 냄새가 엄청났다. 여쭤보신 작가의 집 부근을 찾아도 정확한 호수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 부탁하신 검색과 구글 지도를 펼쳐서 드렸다. 말끔히 해결해 드리지 못한채 "이제 집에 가봐야 해서.." 라는 말을 남기며 부리나케 짐을 챙겨 나왔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어르신은 시조 작가의 시선에서 시조를 감상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어떤 호수를 보았기에 그런 시조가 나왔는지 말이다. 인터넷 검색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면서 그 검색조차 쉽지 않은 한 사람에게 10분 20분 남짓한 시간을 쓰기 싫었던 나였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길은 참 쉽지 않다.


내것을 챙기는 일과 남을 위하는 일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 더 남을 위한 공간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또 욱하기도 하고 도망칠 것 같다. 그래도 또 반성하고 또 결심하기를 반복하다보며 반성의 주기가 조금씩 줄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화이팅.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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