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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층간소음 경찰신고를 하다

by 두몽


지난 금요일 저녁이었다. 나도 넷플릭스 [멜로무비] 시리즈에 집중해 보고있어 늦게 눈치챘는데,

잠시 영상을 멈춘 순간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래.. 금요일이니까.. 밤 10시(오피스텔 공동 주의시간이다)가 되면 조용히 질꺼라 기대했다.

10시가 되자 오히려 노래방 기계를 쓰는지, 악기연주소리도 나고 거의 MT를 이 작은 공간에서

여려명이 잔뜩모여 놀고 있다는 사실에 점차 분노가 켜져갔다.

심지어 감히.. 김동률의 노래를 망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단전에 화가 들끓었다.


몇달 전,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사고를 통해 윗집에는 여성 2명이 사택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금요일의 소음은 남자들의 소리, 노래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간간히 여자 목소리도

한 명있는 듯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 사택이라서 회사 사람들끼리 미친듯이 놀기로 작정한건가?

화장실 누수건으로 만났을 때 어디 회사인지 알아두는건데!!!' 라며 본인들 집이 아니라고 이렇게

쉽게 소란을 피우는거라 생각하며 분노했다.


11시가 되어도 전혀 소리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경비실에 연락을 했지만 여기서 나는 헛웃음만 더 났다. 아저씨가 누가봐도 자다 깬 목소리로 "아... 어딘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아니라고 하면 민망하기만 해서 좀 어렵겠는데요.." 이러시는 것.. 사실 층간소음이라는게 근원지를 정확히 찾기가 어려워 여러번 허탕의 방문을 하셨을 가능성도 크기에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 솔직한 심경을 듣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은 그냥 안갈거라도 "네~ 가볼게요~"하고 상황을 무마하지 않는가. 근데 말그대로 헛웃음이 나고 황당할 뿐 화가나지는 않았다. 그냥 좀 웃겼다. 솔직함의 매력이란 이런 것인가. 아저씨는 끝내 가보겠다고 하시며 통화를 끝냈지만 역시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에 소음 경찰신고로 검색을 하고, 간단한 주의로 끝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하다. 여럿이 모여서 저 정도로 온 오피스텔이 울리는 소리라면 경고를 한 번 줄만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의심했던 윗층으로 향했다. 아니 근데 이게 뭔가. 윗층은 전체가 너무 조용했다. 오히려 무서울만큼 조용했고, 나의 윗집 문근처에 귀를 대보아도 전혀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더 윗층까지 갔지만 여전히 조용했다. 그렇게 하나 더 아랫층을 가보려는데 엘레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그냥 어물쩡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오니 소리가 안났다. 뭐지? 내가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소리를 들은건가?

아니면 딱 자정이 되어서 내가 탐색하러 나갔는데 12시까지만 놀기로 결심한건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생각하고 내일을 하고 있는데 다시 소음이 시작되었다. 자정도 넘었고,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다시 윗층과 2층 위까지 가보았지만 여전히 너무나 조용했다. 그렇게 우리층의 아래층을 가보니 찾았다. 요놈. 나의 딱 아랫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둥둥둥둥둥 소리가 울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잡았다 이놈들. 오히려 다시 소리를 켜줘서 감사할 지경.


112에 문자로 바로 신고를 했고 신고 15분만에 경찰관 2분이 도착하신 듯 했다. 하지만 또 어이없게 경찰관분들이 아랫집 문앞에 도착하자 다시 소리가 없어졌다. 하.. 정말 기가차다. 뭐 복도를 보고 있는건가 소리를 들은건가.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소음 허위신고를 한 사람이 되는 건가 싶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경찰관 두분이 소음이 다시 날때까지 대기를 하겠다고 하셨고, 5분이 채지나기 전에 다시 소리가 시작됐다. 근데 너무나!! 아쉽게도 이전만큼 큰 음악소리는 아니었지만 소리가 시작되었고 이내 조용해졌다. 경찰관 분들이 다시 전화주셔서 잘 주의조취를 했다고 말했고 그렇게 사건은 일당락 되었다.


사실 살면서 경찰신고를 할 일이 거의 없었던 치라, 소음신고를 해도 되는건가. 이런걸로도 도와주는가. 또 신고를 당한자와 한자가 번거러운 절차에는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소음신고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기에 나도 신고당한 이들도 그냥 가벼운 에피소드로 넘길 수 있는 주의정도에 끝나는 것 같아 용기 내어 신고했다. 잘 해결이 되었고, 다행히 주말은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아마도 옆집이나 주변집들은 나보다 더 시끄러웠을 수도 있는데 참고 있던 것이 정말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피스텔이나 아파트같은 주거형태가 대부분이다 보니 층간소음, 벽간소음에 쉽게 노출된다. 가족들과 아파트에 살때보다 혼자 작은 오피스텔에 있다보니 나 자체도 소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때 정말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냥 포기하고 귀마개를 샀었는데 정말 너무 분명한 큰 소음이 오랜만에 발생하여 그 근원지를 혼자 찾아다니고 신고까지 하여 해결하는 과정이 꽤나 본인에게는 재밌었다.

근원지를 혼자 수색(?)하며 혼자 탐정놀이를 즐겼다. 그리고 괜히 의심했던 윗집에게 미안하다. 정말 조용했던 그 층의 분위기, 공기가 생각난다. 아마도 나처럼 원인이 아닌 집을 이유로 생각하며 화를 내는 경우도 정말 많을 것 같다. 경찰신고를 했을 때도 왜 그 집을 지목하는지 물어보신걸 보며, 근원지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기도.


모두들 공용주의시간에는 다들 조심해서 생활하며,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앞으로 더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모두 소음에서 벗어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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