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렙드

피로, 긴장, 회복 그리고 나

by 빛나


Eucalyptus (유칼립투스) : 출렁다리 위를 걷는 너의 발끝이 흔들리는 감정을 통합하고 있었고, 나는 그 리듬 속에서 비로소 나를 느꼈어.


Cypress (사이프러스) : 싸리꽃 앞에 서 있던 너의 침묵은 변화의 입구 같았고, 그 순간부터 오래된 마음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어.


Geranium (제라늄) : 무지개 의자에 앉은 너는 새로운 균형을 잡는 중이었고, 나는 그 한가운데서 흔들리지 않는 감정을 처음 보았어.


Chamomile - German (캐모마일) : 밤실마을 이야기 앞에서 너는 말없이 내려놓고 있었고, 나는 그 손끝에서 지나간 시간들이 흘러나오는 걸 봤어.


Lavender (라벤더) : 자귀나무 그늘 아래 잠든 표정이었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양육하는 일이란 걸 나도 이제야 알겠어.


Cedarwood (시더우드) : “시월”이라는 이름의 밥상 앞에서 너는 성장 중인 마음에 용기를 얹었고, 나는 그 조용한 결심이 부럽기만 했어.


Patchouli (파출리) : 고등어가 짜지 않았다고 웃던 너의 말에서, 나는 감정도 결국 통합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배웠어.


Palmarosa (팔마로사) : 커피를 들고 무심히 걷던 너의 걸음은 순응이라기보단 흐름이었고, 나는 그 유연함이 진짜 강함이라는 걸 깨달았어.


Clove (클로브) : 도자기박물관 앞에서 너는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 같았고, 나는 그 담백함이 가장 용기 있어 보였어.


Myrrh (미르) : 백수문학관의 언덕에서 너는 단어보다 깊은 영감을 받는 듯했고, 나는 그 시선의 끝에서 오래된 감정을 읽었어.


Pine (파인) : 시립박물관 대숲에서 가만히 서 있던 너는 자존감을 지닌 사람처럼 보였고, 나도 그 고요함 속에서 조금씩 바로 섰어.


Black Pepper (블랙페퍼) : 마지막 조형물 앞에 선 너의 얼굴은 방향을 찾아낸 사람의 것이었고, 나는 그 확신이 참 선명하다고 느꼈어.


Silk Tree (자귀나무) : 네가 올려다봤을 때 나는 조용히 접히고 있었고, 그건 피로보다도 부드러운 회복이었어.


Lespedeza (싸리나무) : 아무 말도 없이 옆에 있던 나는 네 하루에 조용히 피어난 감정이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했어.


Rosemary (로즈마리) : 정보는 많은데 흐름은 끊겼고, 마치 책갈피 없이 펼쳐놓은 페이지를 읽으려 애쓰는 기분이었어.


Thyme (타임) : 마음은 이미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몸이 따라오지 못하고, 과한 집중이 피로를 부르고 있어서 의지가 스스로 꺼져가더라.


Juniper (주니퍼) :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맑아질 거야~ 실전에서는 가볍고 선명한 손끝으로, 이미 준비된 감각들이 깨어날 테니까.


Petitgrain (페티그레인) : 머리는 맑지만 마음이 말랑해서, 나만 느린 건 아닐까 싶고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조용한 불안이 뒤를 따라와.


Sandalwood (산달우드) : 너무 침착해지려다 보면 오히려 멈춰버릴 때가 있어, 긴장을 억누르기보단 가볍게 흘려보내는 게 좋을지도 몰라.


Rose (로즈) : 결국엔 언제나 돌아오더라,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들이 나를 증명하고 있다는 그 단단한 마음으로.



에필로그


자연과 함께한 오늘의 루틴,

그리고 시험 전날 뽑힌 여섯 장의 카드.


처음엔 세 장만 뽑으려 했는데

카드들이 여러 장 한꺼번에 튀어나왔고,

그 안에서 페티그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감정의 결이 어긋난 것 같아

나는 다시 조용히 세 장을 뽑았고,

그 첫 장이 다시 페티그레인이었다.


의식 깊숙이 눌러두었던 불안이

그렇게 두 번 연속, 내 앞에 얼굴을 드러낸 것.


계속 불안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은 말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아.”

그건 기억도, 암기도 아닌

감각의 확신이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건 충분히 단단한 준비였고, 충분히 나다운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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