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몰라도, 감정은 맞았다
Black Pepper (블랙페퍼) : 아침 공기 속에 작은 비가 스며들었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흐릿한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있었지.
Thyme (타임) :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안에서 자꾸 속도를 내고 싶었어, 천천히 가도 되는데 자꾸 마음이 앞서갔거든.
Ginger (진저) : 그래도 어느 순간, 마음 안에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듯 다시 살아나는 열기를 느꼈어.
Juniper (주니퍼) : 그래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정리했어, 쏟아지던 생각들도, 말없이 젖어 있던 감정들도.
Chamomile - German (캐모마일) : 빗물이 고인 자리 위에 조용히 앉았어, 나를 재촉하던 소리들이 이제는 들리지 않았어.
Ylang Ylang (일랑일랑) : 그제야 나도 나를 쓰다듬을 수 있었지, 비 맞은 마음도 괜찮다고 안아주듯이.
Lemongrass (레몬그라스) : 빗줄기 사이로 고개를 들어보니 흐림 속에서도 빛은 있었어, 새로운 시작이 어렴풋이 보였거든.
Basil (바질) : 마음속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 내보내니, 더는 고여 있지 않았어, 흐르기 시작한 감정들이 비처럼 맑았어.
Patchouli (파출리) : 저녁이 되자 땅이 젖는 냄새처럼 안정이 밀려왔어, 불안했던 마음도 천천히 눅어졌지.
Rosemary (로즈마리) : 그때서야 기억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어, 오늘 하루, 내가 참 잘 걸어왔구나 싶었거든.
Geranium (제라늄) : 균형은 결국 이런 거였어, 내 안에서 조용히 나를 중심에 놓는 일.
Clary Sage (클라리세이지) : 하루가 저물 때,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마음은 더 맑아졌어, 지금 여기, 이 감정이면 충분하다고 느껴졌거든.
Bergamot (버가못) : 활기차게 시작했지만, 내 안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숨어 있었어.
Black Pepper (블랙페퍼) : 문제를 마주했을 땐, ‘혹시 이 길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지.
Grapefruit (그레이프프루트) : 그래도 결국, 나는 웃으며 끝냈어. 다시 살아난 내 안의 낙천성이 날 구했으니까.
Clary Sage (클라리세이지) :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지금 판단이 선명하지 않을 수 있어
Palmarosa (팔마로사) : 익숙한 방식에 머물면, 변화의 흐름을 놓치게 돼
Frankincense (프랑킨센스) : 하지만 중심은 분명히 내담자 안에 있어. 이번 인터뷰도 그것이 내담자 님을 지켜줄 거야
에필로그
비가 내렸다.
계속 내리진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엔
물방울 하나씩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자격증 시험을 본 날이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안다.
최선을 다했다는 감각은, 언제나 결과보다 선명하게 남는다는 걸.
그리고 나는,
어느 내담자의 내일을 조용히 떠올렸다.
그 사람의 인터뷰도 비처럼 시작되겠지만,
마침내는 스스로의 중심으로 돌아올 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블로그 : 정보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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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물결은 손잡이를 달지 않는다.
그러니 흐름을 붙잡고 싶다면,
그 결의 숨부터 느껴야 한다.
이야기도 그랬다.
말은 흘렀고, 숨은 번졌다.
손잡이 없는 말들 사이,
우린 감정으로 서로에게 닿았고,
흔들림 위에 조용한 다짐처럼 섰다.
말보다 오래 남는 건
눈빛 하나, 결을 쓸던 손끝 하나.
왕비의 곁을 지킨 것도,
궁의 방향을 바꾼 것도,
결국은 그런 작고 정직한 감정이었다.
한동안 멈춘 줄 알았던 흐름은
자격시험이라는 현실의 문턱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
이야기는 다시 흐른다.
펜을 들고, 결을 느끼며,
35화의 문장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세운다.
흐름은 멈춘 적 없었다.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