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시간들
시나몬 Cinnamon : 사람과 사람 사이엔 마음의 언어와, 공기 속에 퍼지는 목소리가 중요해.
만다린 Mandarin :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딱 그 온기. 등을 맞댄 채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봐도, 함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메이창 May Chang : 거리를 둔다는 건 배려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도 조용히 전해지는 울림이 있을 테니까.
라벤더 Lavender : 여름 바람처럼 스친 숨결 하나가 마음 안에 잔잔한 물결을 만든다.
타임 Thyme : 완벽한 박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서로의 리듬이 겹쳐지는 순간, 이미 하나의 음악이 시작돼.
베티버 Vetiver : 감정은 서서히 배어들수록 진해져. 억지로 맞추기보다 바람처럼 퍼져갈 때 오래 머문다.
네롤리 Neroli : 대사 없는 순간일수록, 감각은 더 예민해져.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마음은 먼저 서로를 알아봐.
라임 Lime : 거리에는 공식이 없어. 기분이 흐르는 만큼 움직여도 돼. 다만 서로를 놓치지 않을 만큼만 유연하게.
바질 Basil : 네 속도를 듣고 내 호흡을 맞추는 일, 어쩌면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몰라.
유칼립투스 Eucalyptus : 투명한 틈이 있어야 마음이 숨을 쉬어. 너무 밀착된 순간보다, 흐를 수 있는 여백이 더 깊은 연결이 돼.
진저 Ginger : 가끔은 한 걸음 뒤에서 더 많은 게 보여. 중심은 언제나 가장 조용한 자리에 숨어 있으니까.
넛맥 Nutmeg : 감정이 날이 설 때가 있어. 그럴 땐 한 뼘 멀어진 시선이, 서로를 더 따뜻하게 감싸줘.
주니퍼 Juniper : 별이 멀리 있어도 빛은 도착해. 거리가 마음을 끊지 못한다는 걸 가끔 하늘이 알려줘.
자스민 Jasmine : 마주 보지 않아도 전해지는 다정함이 있어. 손끝보다 마음의 기척으로 건네는 온기랄까.
산달우드 Sandalwood : 관계는 하모니. 숨을 섞고 울림을 나누며, 서로에게 기대고 놓아주는 리듬을 찾아가는 일.
페퍼민트 Peppermint : 생각은 번개처럼 스치고, 감정은 황혼처럼 느릿하게 머문다. 해는 졌는데 마음만 남아 있을 때가 있지.
블랙페퍼 Black Pepper : 기린이 목을 뻗어 먼 곳을 보듯, 마음도 가끔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외로움이 가벼워져.
일랑일랑 Ylang Ylang : 작은 기울임이 큰 온기를 만든다. 묵묵히 곁을 지키는 시간이 때로 어떤 말보다 깊다.
시더우드 Cedarwood : 소리가 고르게 퍼지려면 살짝 비켜선 자리가 좋아. 관계도 정면만 고집하지 않아도 돼.
패출리 Patchouli : 너무 가까우면 흐려지는 것들이 있어. 반 발짝 물러설 때 마음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클라리세이지 Clary Sage : 감정이 먼저 흐르고 언어가 뒤따라오는 리듬도 있어. 그건 부족함이 아니라 나만의 순서야.
스피어민트 Spearmint : 해가 진 뒤에야 드러나는 색이 있듯, 감정도 어스름에서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프랑킨센스 Frankincense : 오래된 지도 속 설렘이 나를 비춘다. 이해보다 수용이 먼저인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배우는 중이야.
오렌지 Orange : 웃음 뒤에 숨은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 빛보다 그림자를 먼저 감지하는 감각이 내 안에도 있어.
팔마로사 Palmarosa : 번역이 서툴러도 우주는 흘러가. 선택이 엇갈린 날에도 나는 나의 궤도를 이어왔다.
파인 Pine : 시민 황혼. 끝난 듯하면서도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그 시간, 감정은 천천히 숨을 고른다.
로즈 Rose : 마지막에 오래 남는 건 향. 시간이 스쳐가도, 거리가 멀어져도, 사랑이 남긴 잔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에필로그
이 글에는 『잡학사전 통조림 2』에서 만난 다채로운 감각과, 사주라는 오래된 리듬을 함께 얹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 관계의 온기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머무는 자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감정도, 향처럼 퍼지는 성향도
그저 타고난 설계도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사주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마음의 진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싶어서.
하지만 시간을 알지 못한 채,
반쯤 열린 창문처럼 흐릿한 사주는
오히려 더 큰 상상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정확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 불완전함 덕분에 ‘나를 해석하는 일’은
오히려 더 유연해졌다.
이 글이, 나처럼
정확한 출발선을 몰라 답답했던 누군가에게도
조금은 말 대신 향으로, 조용히 닿는 울림이 되기를.
책에서 말했듯,
세상은 궁금함으로 연결되고
사주는 그 궁금함을 ‘수용’으로 바꿔주는
다정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블로그 : 정보 설명 에세이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https://novel.munpia.com/476921
작가의 말
시간이 틈을 만들면, 그 틈 사이로 잊고 있던 이름들이 조용히 깨어납니다.
누군가는 기억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감응에 이끌려 문을 엽니다.
하지만 어떤 시작도 대가 없이 주어지진 않겠죠.
천상계에 드리운 다음 계절이, 초아와 반야, 세온을 어디로 데려갈지… 지금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