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향기

심장은 다시 피어난다

by 빛나

달 : 오늘은 무슨 향이 끌려?


비 : 잘 모르겠어. 머리는 어지럽고, 내면은 조용한데… 심장이 아파.


달 : 눈빛보다 향이 먼저 닿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따뜻한 시나몬차로 하자.


비 : 응… 고마워.


달 : 숨이 조금 돌아왔지. 오늘 네가 고른 아로마 심리카드는 로즈우드(Rosewood), 프랑킨센스(Frankincense), 페티그레인(Petitgrain)이야.


비 : 요즘 감정이 안 움직여.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고, 그냥 멍하다는 느낌. 로즈우드 향을 맡아도 반응이 안 와. 내면이 아무 말도 안 해.


달 : 그건 무감각이 아니라 생존이야. 감정이 너무 오래 지쳐서, 지금은 잠들어 있는 거야.


비 : 그런 말… 이상하게 위로가 돼. 그냥 계속 버티고만 있는 것 같아서.


달 : 이번엔 프랑킨센스. 감정의 경계가 무너질 때 반응하는 향이야.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는 계속 움츠러들고 있지?


비 : 맞아. 사람들이 원하는 표정, 목소리, 감정을 먼저 떠올리다 보니까 내 자리는 점점 작아졌어. 그게 편한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나조차 희미해.


달 : 스스로를 덜어내는 동안 마음은 깊이 잠기지. 그래서 이 카드 페티그레인이 필요해. 이건 흐릿해진 자각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아로마 향으로 네 감정은 너의 것임을 다시 기억하게 해.


비 : 향이 들어오니까 생각이 맑아져. 아까까진 흐리멍덩했는데, 지금은 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


달 : 지금 너는 느끼는 중이야. 닫혀 있던 감정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어.


비 : 시나몬차도… 도움이 되네. 따뜻한 게 목을 지나가니까, 감정이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야.


달 : 감정은 언어가 닿기 전에 먼저 반응하니까, 향이 스며들면서, 마음도 조금씩 반응하더라.


비 : 그랬나 봐. 아까까진 나조차 내가 무슨 상태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뭔가 더 말하고 싶어 져.


달 : 좋아, 이번엔 로즈차야. 이 향은 감정을 살며시 감싸줘서 마음 깊은 이야기들도, 천천히 꺼내기 좋아.


비 : 사실은… 나,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분주했어. 하루 종일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늘 뭔가 해야 했고, 놓치면 안 되는 것들로 가득했거든.


달 : 지금은?


비 : 너무 조용해. 갑자기 혼자가 됐거든. 함께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고, 난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기분이야.


달 : 그래서 이번에 고른 아로마 심리카드는

티트리(Tea Tree), 네롤리(Neroli), 클라리세이지(Clary Sage)야.


비 : 티트리 향… 뭔가 차가워. 거리를 두는 기분이 들어.


달 : 감정이 멀어졌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야. 너무 가까워서 다친 적이 있으면, 감정과도 선을 긋게 되거든. 가까워지기 전에 먼저 끊는 거, 그게 익숙해진 건지도 몰라.


비 : 맞아. 사람들한테 기대고 싶다가도, 그게 무서워서 한 발 물러나게 돼. 그러면서도 또 외롭고… 복잡해.


달 : 감정이랑 연결되지 않으면, 나중엔 나조차 내가 뭘 느끼는지 헷갈려. 그때 마음은 닫히는 대신, 무기력해지지.


비 : 그게 지금 나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정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멈춰 있는 느낌.


달 : 그럴 땐 네롤리가 반응해. 선택을 미루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마음. 우울과 무기력은 감정의 끝이 아니라, 감정이 스스로 숨은 방식이야.


비 : 나, 예전에 중요한 선택 앞에서 도망친 적이 있어. 너무 무서워서. 그 순간만 넘기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달 : 어떤 선택이었어?


비 : 가까운 친구가 있었어.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 어느 날, 조심스럽게 물었어.

“조금 더 가까워질 생각은 없어? “라고.


달 : 그 말,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어?


비 : 고마웠어. 그런데 동시에 무서웠어. 친구로서의 관계는 편했는데, 그 이상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거든. 그게 시작이 아니라, 끝일까 봐 겁났어.


달 :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을까?


비 : 있었지. 예전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대고 나서 완전히 무너졌던 적이 있어. 그때 이후로는… 누가 다가와도 내가 먼저 한 발 물러나게 되더라.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고 싶어졌어.


달 : 그래서 티트리 향이 먼저 반응했던 거야.

감정이 멀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을 긋는 쪽으로 익숙해졌던 거지.


비 :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었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히 침묵하다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어.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그 사람… 결국 나보다 먼저 떠났어.


달 : 그때 네 안에 있었던 감정, 지금은 조금 더 또렷해졌어?


비 : 응. 그땐 몰랐는데… 도망친 게 아니라, 나를 감췄던 거였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상처도 없을 거라고 믿었어.


달 : 그래서 클라리세이지가 마지막에 나왔나 봐.

이 향은 복잡했던 마음속에서, 스스로에게 되묻는 힘을 열어줘. 지금 너는, 네 마음을 다시 바라보고 있는 중이야.


비 : 그 말, 듣고 나니까 이상하게 또 다른 감정이 올라와.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직 정리가 안 돼. 근데 하나는 확실해. 나, 지금 이대로만 있을 순 없을 것 같아.


달 : 그 마음, 아주 중요한 시작이야. 지금은 아직 흐릿할 수 있지만, 뭔가 바꾸고 싶다는 감각이 깨어난 거니까.


비 : 맞아.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조용한데…

심장은 또 이상하게 두근거려. 좀 이상하지?


달 : 괜찮아, 그런 마음엔 레몬차가 잘 어울려.

너무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 주고,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주거든.


비 : 음 … 향이 새콤한데도 이상하게 편안해.

숨이 조금 정돈되는 기분이야.


달 : 이번에 네가 고른 마지막 아로마 심리카드는

샌달우드(Sandalwood), 펜넬(Fennel), 로즈마리(Rosemary)야.


비 : 샌달우드… 예전엔 이 향 맡으면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요새는 오히려 더 복잡해져. 자꾸 딴생각만 하게 되고, 집중이 안 돼.


달 : 마음이 조용해지는 게 불편할 만큼 지쳐 있는 상태라 감정이 지칠수록 안으로 들어가게 돼


비 : 나 계속 뭔가 틀어놓고, 사람보단 화면만 보면서 시간을 보냈어. 그게 덜 아픈 줄 알았는데, 결국 내 마음은 아무 데도 없더라.


달 : 산만함은 감정을 피하기 위한 방식이야. 뭔가 계속 복잡하면, 정작 중요한 감정은 가려지니까.


비 : 펜넬 향은 처음인데… 묘하게 익숙해. 사실 최근에 누군가한테 연락하고 싶었거든. 근데 자꾸 망설였어. 예전에 가까웠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와서 괜히 불편하게 만들까 봐. 혹시나 난 잊혔는데 나 혼자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


달 : 두려움은 상처의 기억을 지키려고 만든 경계야. 하지만 감정은 결과보다 ‘마음을 꺼내는 순간’에 반응하지.


비 : 맞아. 계속 미루다 보니까 더 어색해지고, 그 사이에 나는 혼자만 남은 것 같았어. 멈춰 있으면서도 계속 지쳤던 이유가 그거였던 것 같아.


달 : 마음은 결국 연결 안에서 살아 있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립감이 더 커졌다면, 그건 네 감정이 다시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야.


비 : 로즈마리 향이 지금은 진하게 느껴져.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 안 났던 아이디어들이 다시 떠오르고, 조심스럽게 그 사람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달 : 창의력도, 의욕도 감정이 회복되면 다시 떠올라. 그 마음은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네 안에 자연스럽게 생긴 흐름이야.


비 : 갑자기 거창한 걸 하긴 어렵지만, 오늘 안에 한 줄 톡으로라도 연락해 보려고. 이런 마음 생긴 게 오랜만이라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


달 : 그게 진짜 회복이야.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일. 작아 보여도 그 실천이 널 다시 현실과 연결해 줄 거야.


비 : 오늘은 그냥, 마음이 다시 조금 살아났다는 느낌이 들어. 그거면 충분한 하루인 것 같아.


달 : 감정은 살아 있으니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에필로그


달은 지금, 샌달우드(Sandalwood), 펜넬(Fennel), 로즈마리(Rosemary)를 조용히 블렌딩 하고 있다.


부드러운 나무 향과 다정한 씨앗의 기운, 그리고 다시 움직이게 해주는 맑은 허브의 숨결이

천천히 비의 손에 건네지고 있다.


조금씩 살아나는 마음을 안고,

지금 이 순간, 상담실엔 소향의 ‘바람의 노래’가 잔잔히 흐르고 있다.


PS: 이 글은 실제 상담 장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감정 중심 심리코칭형 상담 에세이입니다.

아로마 심리카드는 내담자의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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