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향이 스민 마음의 자리

by 빛나

불꽃: 요즘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숨 좀 트이고 싶어, 그래서 시원한 페퍼민트차가 자꾸 생각나.


달: 페퍼민트는 마음 깊은 곳에 잊고 있던 목적을 다시 데려오는 향이야. 찻잔에 담아줄까?


불꽃: 응~ 고마워. 지금 나한테 딱 필요했어.


달: 향이 천천히 퍼지면, 마음도 풀릴 거야. 어떤 생각이 그렇게 복잡했을까?


불꽃: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겠어. 심리학도, 아로마도, 글도, 투자도… 다 좋은데 내가 과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방향이 흐릿해.


달: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네 안에 가능성도 많다는 뜻이야. 다만 그걸 어떻게 꿰어야 할지 막막할 뿐이지.


불꽃: 나, 며칠 전에 이상한 꿈을 꿨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해.


달: 어떤 꿈이었는데?


불꽃: 컨벤션홀에서 세 번이나 불이 났어. 처음 두 번은 길이 보여서 도망쳤는데, 마지막엔 불꽃이 커져서 도망칠 수 없었어. 근데 이상하게도 무섭진 않았어. 실험실 같았달까. 누가 유리벽 안으로 날 데려가고, 누군가는 선풍기로 열기를 식혀주고, 또 누군가는 출구를 찾고 있었고… 난 그냥 그 안에 가만히 있었어.


달: 그 꿈, 지금 네 마음 풍경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 불은 변화의 상징이야. 처음엔 감당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변화가 훨씬 커진 거지. 그런데도 무섭지 않았다는 건… 네 무의식이 이미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야.


불꽃: 실험실처럼 느껴졌던 건, 뭘까?


달: 결과보다 과정, 정답보다 탐색이 중요한 시기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 아직 확신은 없어도, 그 안에서 뭔가를 실험 중인 거지.


불꽃: 그 꿈에서 불안하지 않았던 건… 누군가 출구를 찾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 같아. 지금도 어딘가 길이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달: 그 믿음, 네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을 말해주는 걸지도 몰라. 무의식은 늘 네 편이었어.


불꽃: 그렇다면, 이제 그 무의식이 던져준 단서들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


달: 좋아. 네가 고른 아로마 심리카드 11장, 그 안에 너의 이야기가 다 담겨 있어. 하나씩 펼쳐보자.


불꽃: 응, 준비됐어.


달: 첫 번째 카드는 오렌지야. 지금도 네 안에는 기쁨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살아 있어. 억지로가 아니라, 웃으면서 벌고 싶은 바람이 있어


불꽃: 맞아. 억지로 버티는 건 진짜 못 하겠어. 즐겁게, 나답게 살고 싶어.


달: 두 번째 카드는 페티그레인이야. 생각은 넘치는데 감정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 방향을 정리하려 애쓰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수선하지?


불꽃: 완전 그래.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정작 한 발도 못 떼고 있어.


달: 블랙페퍼는 걸림돌의 자리야. 지금 너는 방향보다 결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어. ‘왜’ 시작했는지, 그 처음의 감각이 희미해졌거든.


불꽃: 아… 진짜. 처음의 감각은 잊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은데… 무얼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


달: 그래서 네롤리가 조용히 얘기해. 완벽한 해답은 없어. 대신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쪽으로 가보자고.


불꽃: 글 쓸 때 그런 느낌이 나. 살아 있다는 감각. 특히 상담 사례를 글로 풀어낼 때… 그게 나다운 순간이라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달: 과거 카드엔 팔마로사가 있어. 예전의 너는 잘 적응했지만, 동시에 네 뜻은 눌렸을 거야.


불꽃: 맞아. 결혼하고 생존은 가능했지만, 내 가치는 점점 뒤로 밀려난 것 같았어.


달: 프랑킨센스가 해결의 실마리야. 그건 자기 보호의 향이야. 상처받을까 봐 스스로를 계속 감췄던 거지. 이제는 조금씩 그 보호막을 벗어도 괜찮아.


불꽃: 무서운 게 뭔지 알아.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 괜히 미움받을까 봐… 두려웠어.


달: 가까운 미래엔 로즈마리가 기다리고 있어. 창의력, 연결감, 그리고 결합의 힘이 너를 감싸게 될 거야. 네 안의 조각들을 네 방식으로 이어내는 시기야.


불꽃: 나 진짜 그거 하고 싶어. 심리학, 향, 글… 이 모든 걸 엮는 작가가 되고 싶어.


달: 네가 너를 바라보는 시선은 베티버야. 아직 뿌리를 못 내렸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이미 단단한 중심이 있어. 다만 그걸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야.


불꽃: 그 말 듣고 나니까… 눈물이 나려 해. 나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늘 모자란 사람처럼만 느껴져서,,,


달: 다른 사람들이 보는 넌 카모마일이야. 부드럽고 따뜻하고, 말과 글에서도 그 온기가 느껴져.


불꽃: 그 말, 정말 위로가 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


달: 너의 두려움은 로즈 카드에 담겨 있어. 감정이 풍부한 만큼, 관계에 대한 불안도 크지. 가까워지면 다칠까 봐, 멀어지면 외로워서.


불꽃: 혼자가 편한데도, 또 외롭고. 누가 다가오면 불편해. 그래서 늘 거리를 두게 돼.


달: 마지막 카드는 파출리야. 감정, 생각, 몸, 마음… 이 모든 걸 네 안에서 하나로 묶을 수 있어. 더 이상 나눠지지 않아도 돼. 그냥 너로 사는 것,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야.


불꽃: 오늘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처음으로 정리된 느낌이야. 내가 쪼개져 있던 게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거였구나.


달: 맞아. 페퍼민트차처럼, 네 안의 흐름이 조금씩 맑아지고 있어. 방향은 이미 너 안에 있어. 천천히, 너답게 가면 돼.


불꽃: 고마워. 두려움보단 확신이 조금 더 커졌어. 이 길이, 나한테 가장 맞는 길 같아.


달: 그래. 이제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돼. 네 안엔 이미 모든 답이 있으니까.

에필로그


모든 향에는 계절이 있다.

숨이 막히던 여름에도, 마음 한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듯.

불꽃의 마음엔 페퍼민트차가 닿았고, 그 잔잔한 향이 복잡한 생각 사이를 천천히 정리해 준다.


진실을 감춘다기보단, 그 진실이 고개를 들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말을 건넨다.

지금처럼.


그렇게, 불꽃은 자신의 조각들을 한데 모으는 중이다. 흩어졌던 감정도, 잊고 있던 방향도.


향은 사라지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오늘,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그런 한 잔이 필요했기를.


블로그 : 정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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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감정이 기억보다 먼저 도착할 수도 있다는 상상에서 48화는 시작되었어요.


‘복귀’가 누군가의 귀환이 아니라, 잊힌 감정의 회복이라면, 그 시작은 기억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떨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말로 붙잡히지 않는 감정의 결.

시스템보다 먼저 존재했던, 이름 없는 흔적을 따라가면 무엇이 보일까요(?)


기억이 사라져도 감정은 남고, 존재는 여전히 여기에 머물 수 있다는 믿음으로요.


O9 솔루션의 첫 결이 열렸습니다.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돌아오는 여정, 이제 함께 걸어요.

https://naver.me/5SS7jx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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