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결 따라 피워낸 향기
초림 : 여기… 맞지?
달 : 맞아. 천천히 들어와. 아직 방 안 공기도 좀 버겁지?
초림 : 응. 공기 자체가 눌러앉은 느낌이야. 아침인데 이미 하루 다 쓴 기분.
달 : 오늘은 문 열자마자 공기가 꾸덕했어. 네 마음도 그런 질감일까, 싶더라.
초림 :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마음 한쪽이 눅여져 있는 느낌이야. 딱히 무슨 일 있는 것도 아닌데… 속이 자꾸 무거워져.
달 : 이런 날엔 레몬차가 딱이야. 기운도 깨우고, 마음도 환기시키는 데 딱 좋아.
초림 : 레몬차… 상큼한데 생각보다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야.
달 : 맞아. 레몬(Lemon)은 감정이 엉켜 있거나 흥분 상태일 때, 이성을 다시 데려오는 데 탁월하지. 균형 잡힌 사고, 그리고 활력. 단순히 상큼하다고만 하기엔 깊이가 있는 오일이지.
초림 : 뭔가… 내가 숨을 안 쉬고 있었구나, 싶어. 향 맡는 순간, 그걸 알아차렸어.
달 : 그 무의식적인 억눌림, 가끔 몸보다 향이 먼저 알아채
초림 : 그래서 더 웃긴 것 같아. 내가 나를 숨기고 있는 속 마음을 냄새에 먼저 들켜버리는 기분이야
달 : 그래, 그럼 오늘 네 안에서 제일 말 걸고 싶어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우리 아로마 심리카드로 들어볼까(?)
초림 : 응. 나도 그게 궁금했어.
달 : 그럼 세 장, 천천히 골라봐. 손이 가는 대로. 이유는 묻지 않을게.
초림 : … 이거. 그리고 이거. 마지막은… 이 카드.
달 : 음, 첫 장은 바질(Basil). 자기표현의 카드야. 억눌린 감정이나, 말하고 싶지만 삼켜버리는 진심. 그런 거 혹시 있어?
초림 : 요즘 계속 그래. 말해봤자 뭐 하나 싶고, 그러다 보니 입을 아예 닫게 되더라.
달 : 근데 말하지 않으면, 마음이 엉켜. 바질은 그런 때, 진심을 꺼내주는 향이야. 표현하는 순간,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알게 되거든
초림 : 요즘 내가 뭘 느끼는지도 헷갈려. 솔직함이 고장 난 느낌이랄까.
달 : 두 번째 카드는 마조람(Marjoram). 불안의 카드야.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마음은 항상 뭔가를 걱정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초림 : 응. 자꾸 미래를 앞당겨서 시뮬레이션 돌리듯 상상해. 아직 안 일어난 일인데도 마음이 벌써 피로해져.
달 : 마조람은 그런 상상 속 피로에 ‘지금’이라는 고리를 걸어줘. 실체 없는 불안을 끊고, 관계 안에서 다시 신뢰를 느끼게 해주는 오일이야.
초림 : 나한테 지금 필요한 말 같다. 너무 앞서 가버려서 지금을 자꾸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
달 : 마지막 카드는 로즈(Rose). 사랑의 카드이자, 감정 회복의 오일이야. 묘하지? 상처를 꺼내보자고 하진 않는데, 그걸 감싸 안게 해주는 느낌이 있어.
초림 : 처음엔 그 단어가 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냥 따뜻해. 뭘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같아.
달 : 그래, 로즈는 그렇게 말해.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초림 : 지금 차, 향, 심리카드도… 전부 숨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잠깐이지만 그게 위로가 되네.
잠깐이라도, 숨 쉬는 느낌이 나니까… 좀 더 머물고 싶어졌어.
달 : 그럼 좋아. 오늘은 천천히 더 들여다보자. 혹시 괜찮다면, 이번엔 다른 차를 내려볼까? 자스민 어때?
초림 : 자스민차… 향이 부드럽고 깊어. 마시는 순간, 마음이 한 템포 늦춰지는 듯 잊고 있던 감각을 꺼내주는 느낌이랄까.
달 : 자스민(Jasmine)은 ‘지금 여기’에 몰입하게 도와주는 오일이야. 감각을 깨워주고, 탈진한 마음에 열정을 다시 심어주어서 생각이 너무 분주할 때 좋아
초림 : 요즘 그런 순간이 많았어. 하고 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자꾸 지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마음이 다 쏟아지는 것 같았어.
사실, 어제 하루 종일 아침부터 팀 전체 회의, 실무 미팅, 클라이언트 응대까지. 단 하나도 내 생각이나 감정을 말할 틈이 없었어.
달 : 그럼 오늘 뽑은 카드들도, 그 무게에 말 걸어줄지 몰라. 자, 한 장씩 볼까.
초림 : …응. 이 카드가 먼저 보였어.
달 : 티트리(Tea Tree). 감정 거리감, 분석 과잉, 소통 단절. 혹시 스스로 감정을 잘라내고 있는 건 아닐까?
초림 : 맞아. 일할 땐 늘 감정을 꺼내선 안 된다고 생각해. 객관적이고, 차분해야 하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 말에도, 내 마음이 반응하기 전에 논리부터 세워져.
달 : 티트리는 직관과 분석 사이의 균형을 회복시켜. 감정이 먼저라고 꼭 유약한 건 아니야. 너의 판단이, 마음에서 나온다면 더 단단해지기도 하거든.
초림 : 그 말, 좀 위로된다. 나만 너무 둔해진 줄 알았어.
달 : 두 번째 카드는 패출리(Patchouli). 자기부정, 정체감 혼란, 내면의 고립. 최근에 너 자신에 대해 회의적인 순간, 있었어?
초림 : 사실 요즘 그런 생각 자주 해. “난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 그런 거. 일상은 흘러가는데, 나만 계속 정체된 느낌.
달 : 패출리는 그런 혼란의 중심에 ‘자기 수용’을 놓아줘. 누군가의 기대나 성과 대신, 너 자체를 통합해 주는 힘이 있어.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거든.
초림 : 그러니까… 정답이 아니라, 나라는 물음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거구나.
달 : 마지막 카드는 넛맥(Nutmeg). 감정 에너지 상승, 추진력 회복, 긍정 자극의 오일이야. 지금의 넌, 이미 안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중이야.
초림 : 이상하지? 오늘 아침까지도 피곤한 피곤했는데 , 지금은 이상하게 뭔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달 : 그게 바로 넛맥이 말하는 감정의 에너지 힘이야.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증거. 피로함 너머, 내 안의 살아있는 열정.
초림 : 오늘은, 나를 뭉근하게 데우는 날이었네. 기운이 확 도는 건 아니지만… 안에서부터 다시 켜지는 중.
달 : 그래, 그런 날도 있어.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숨 쉬듯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충분해
초림 : 이상하게… 지금처럼 조용한 것도 괜찮다. 그냥, 아무 기척 없이 가만히 있어도 편안해.
달 : 그럴 수 있어. 내가 방금 샌달우드 아로마를 피웠거든, 소리 없이 준비했지만, 네 마음을 위한 향이야.
초림 : 아하 ~
달 : 외부 자극은 줄이고, 내면의 평화를 부드럽게 초대해 주는 향이야.
초림 : 그런가 봐. 어쩐지 머릿속도 덜 산만해지고…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야.
달 : 이 향은 복잡한 감정을 정화하고, 생각이 자꾸 튀는 날에도 중심을 붙잡아줘. 마지막으로 그 고요 속에서 네 감정을 좀 더 들어보자. 심리 카드는 이번에도 세 장.
초림 : 음… 이거. 그리고 이거. 마지막은… 이 카드.
달 : 첫 카드는 일랑일랑(Ylang Ylang). 감정 억제, 기대에 대한 실망, 그리고 좌절의 기운이 담겨 있어. 혹시 누군가에게 내심 바랐던 이해나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닐까?
초림 : …응. 최근에 가까운 사람한테 실망한 일이 있었어. 기대한 만큼 말해주지 않더라고. 내가 바란 게 너무 많았나 싶으면서도… 허전했어.
달 : 감정은 참 아이러니하지. 너무 바라면 아프고, 너무 포기하면 무너지고. 일랑일랑은 그런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는 향이야. 기대를 내려놓는 대신, 너 자신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거지.
초림 : 말 안 해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나를 자꾸 묶는 것 같아.
달 : 두 번째 카드는 펜넬(Fennel). 위축감, 마무리 회피,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이 담겨 있어. 최근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졌던 적, 있었어?
초림 : 사실 하나 있어. 이직 제안이 왔는데, 아직 답을 못 했어. 기회인 것 같으면서도,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거든.
달 : 펜넬은 그런 두려움 속에서도, 자기 신뢰를 다시 붙잡게 해 줘. 결단력은 완벽한 확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믿는 데서 시작돼.
초림 : 마음은 이미 어느 정도 기울어 있는데… 자꾸 확신이 안 서서 망설였어. 또 거기 가서 하루 종일 회의에 지칠까 봐 그리고 또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할까 봐
달 : 마지막 카드는 페퍼민트(Peppermint). 명확한 목적, 집중, 방향 회복의 카드야. 지금의 넌 어쩌면, 이미 네 안의 답안을 다시 꺼내는 상태일지도 몰라.
초림 : 정말, 이상하게 마음이 선명해졌어. 오늘 이 세 장을 보고 나니까… 뭔가가 안에서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인간에게 다시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달 : 맞아 , 그게 바로 페퍼민트의 힘이야. 엉켜 있던 생각이 풀리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감각. 네 안의 의지는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흐려졌던 것뿐이야.
초림 : 그러네… 오늘, 이 방은 나한테 되게 큰 정리가 된 것 같아.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진짜 괜찮아졌어.
달 : 그래, 다행이다 너의 모든 순간을 항상 여기서 지켜볼게.
초림 : 그 말들이니 힘이 된다. 그리고 갑자기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란 노래가 떠오르네
달 : 의도한 거야 함께 듣자. 그 노래처럼, 너의 모든 날을 함께 응원할게.
에필로그
상담실의 공기는 늘 조용하다.
하지만 그 고요는 비어 있지 않다.
어떤 날은 무거운 에피소드로,
어떤 날은 깊은 감정으로,
또 어떤 날은 조심스러운 용기로
향처럼 피워내곤 한다.
어떤 감정은 입술보다 향이 먼저 알아채고,
어떤 회복은 위로보다 숨이 먼저 기억한다.
그렇게 초림이 떠난 자리엔
샌달우드의 잔향이 남았다.
조용히 우려낸 차 한 잔,
천천히 펼쳐든 아로마 심리카드 세 장.
그 속에서 우리는 치유에 대해 배운다.
숨을 크게 쉬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살아 있는 감정 하나,
오늘의 향이 너를 다시 켜주기를.
숨처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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