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멈춘 기능에 감정의 언어란

by 빛나

정서 : 이 공간은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달: 시끄러운 데 익숙하면 좀 어색할 수도 있어.


정서: 아니요. 조용한 건 괜찮아요. 오히려…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달: 낯설지 않아?


정서: 네. 낯선데, 이상하게 불편하진 않네요.


달: 그런 반응, 요즘 자주 해?


정서: 아니요. 대체로 불편하거나, 그냥 아무 감정도 없어요.


달: 그럼 이건 좀 새로운 느낌이겠네.


정서: 그런 셈이죠. 뭐,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달: 유칼립투스 들어간 차야. 마셔볼래?


정서: 유칼립투스요? 감기약 냄새 나는 거요?


달: 딱 그 향인데, 묘하게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어. 지금처럼 조금씩 감각이 돌아올 때.


정서: …향 괜찮은데요. 예전엔 싫었는데, 지금은 좀 편해요.


달: 요즘 ‘괜찮다’는 말 자주 써?


정서: 괜찮다고는 하는데, 사실은 아무 느낌 없을 때도 많아서…


달: 근데 지금은 조금 다르지. 몸이 먼저 반응했단 뜻이야.


정서: 그런가… 어쩌다 보니 여기 오게 됐고,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거죠?


달: 응 ~대나무 숲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하면 돼


정서: 그럼… 반말해도 돼?


달: 나도 반말하니까, 그게 더 자연스럽지.


정서: …그럼 편하게 할게.


달: 좋아. 딱 지금이 시작이네.


정서: 근데, 좀 웃기다. 낯선 데 와서 차 마시고, 향 맡으며, 이런 얘기 하고 있는 내가. 원래 이런 거 안 믿었거든.


달: 그래도 지금 여기 앉아 있다는 건, 안 믿어도 필요해서 아닐까(?)


정서: 맞네. 요즘 숨은 쉬는데, 사는 건 모르겠어.


달: 숨은 기능이고, 사는 건 감정이야. 그 감정이 멈춰 있었던 거지.


정서: 멈춘 건지 끊긴 건진 모르겠는데, 움직이긴 해. 근데 기계처럼.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계속 피곤해.


달: ‘별일 없는데 피곤하다’는 말엔, 대개 못 느꼈던 감정이 들어 있어. 지속되면, 몸에 쌓이는 방식으로.


정서: 어제랑 오늘이 다르지도 않은데, 어느 순간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더라.


달: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 하루 루틴 중에 향을 써본 경험 있어?


정서: 아니. 뭐… 남자한텐 좀 거리감 있잖아.


달: 그럼 오늘은 하나 해보자. 이건 향으로 감정을 정리하는 심리카드야. 향의 성격을 통해 너의 지금 상태를 알아보는 방식이야.


정서: 향으로… 감정을 본다고?


달: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향은 기억하거든. 이건 아로마 심리카드라고 해. 요즘 자주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 하나 떠올리면서, 그냥 끌리는 대로 골라봐.


정서: 아무 기준 없이?


달: 네가 평소 하던 방식이랑 좀 다르게 해 보는 거지.


정서: 오케이. 그럼… 이거.


달: 자스민. 네 무의식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고 말하는 감정이야.


정서: 내가 뭘 필요한지도 모르겠는데.


달: 이건, 열정을 다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야. 계속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한텐, 멈춰서 숨 쉬는 감각이 회복의 시작이거든.


정서: 숨은 쉬지. 근데 살아 있다는 느낌은 없어. 매일 보고서 확인하고, 데이터 체크하고, 실적 분석하고, 문제 생기면 밤까지 잔업. 그게 내 일상이야.


달: 그러다 보면 감정이 닫혀. 기능은 정상인데, 감각은 멈춰 있는 상태. 이 향은 그런 걸 부드럽게 흔들어. 무의식이 잠깐 쉬어도 된다고 신호 보내는 거야.


정서: 향 맡았을 땐 괜히 편했어. 예전엔 이런 향 좀 부담스러웠거든. 말랑하고 애매해서. 근데 오늘은… 그냥 괜찮았어. 숨이 좀 풀리는 느낌? 오랜만에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기분이랄까…


달: 자스민은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감각을 돌려줘. ‘해야 한다’ 말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피어나는 상태지.


정서: 근데 웃긴 게, 회사에선 무조건 근거부터 따지거든. 감정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식이랄까. 근데 내 기분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도 모르겠어.


달: 감정은 분석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야. 네가 느낀 그 ‘그냥 괜찮았다’는 감각, 거기서부터 다시 살아지는 거야.


정서: 뭘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도 까먹은 것 같아, 일은 쌓이고, 여유는 줄어들고… 점점 내가 사라지는 기분.


달: 이 향은 그 사라진 틈 사이로 온기를 넣어줘. 예전에 의미 없이 웃던 순간들, 아무 이유 없이 좋았던 일들. 거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달: 방금 네가 말했던 그 무력감, 다음 카드는 그 감정에 닿아 있어.


정서: 블랙페퍼… 맡는 순간 살짝 찌르는 느낌이 있어


달: 책임감에 눌린 상태.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피로가 일상이 된 사람들한테 이 향은 좀 불편하게 느껴지거든.


정서: 난 책임감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 안 해. 그게 나를 버티게 했으니까. 근데 요즘은 그게 날 누르고 있는 기분이야.


달: 회사에선 어떤 식으로 버텨?


정서: 주단위로 돌아가. 월요일엔 실적 정리, 화요일엔 품질 이슈 대응, 수요일엔 팀 스케줄 조정… 금요일쯤 되면 그냥 “살았네” 이 생각밖에 안 들어.


달: 일 끝나면 쉰다고 느껴져?


정서: 아니. 몸은 눕는데 머리는 계속 돌아. 놓친 거 없나, 빠진 건 없나, 내일은 누구 표정부터 챙겨야 하나. 잠든 게 아니라 기절하는 느낌.


달: 그건 감각이 눌린 피로의 상태를 드러내는 향이지. 긴장한 채 살아가다 보니, 감정이 뒤로 밀리고 몸만 반응하게 되는 거.


정서: 출근하면 사람들 표정부터 보고, 실수 없게 여러 번 확인하고. 딱히 큰 문제없었는데도, 집에 오면 녹초야. 실질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데, 항상 탈진.


달: 그게 바로 너의 지금 상태야. 감정 회로는 멈췄고, 기능만 작동 중인 상태.


정서: 맡았을 땐 정신이 번쩍 들면서도 어딘가 불편했어. 이유는 없는데… 막히는 느낌?


달: 블랙페퍼는 묻는 향이야. “왜 그렇게까지 긴장하고 있니?” “지금 이건 누구를 위한 버팀이야?” 쉬는 법을 잊은 사람한테 그 질문은 꽤 묵직하게 와.


정서: 맞아. 멈추면 팀원들한테 영향 가니까. 내가 버티는 게 팀에 안정감을 준다고 믿었어. 근데 정작 내 감정은… 계속 뭉개졌지.


달: 자스민이 숨 쉬는 법을 기억하게 했다면, 이 향은 네가 무시해 온 감정 상태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야.


정서: 이건… 향이 되게 밝은데, 묘하게 어색하다.


달: 겉으로 밝은 척할 때 무의식이 기억하는 향이야. 웃고 있는데, 안쪽은 텅 비어 있는 상태.


정서: 나 회사에선 늘 그런 식이야. 분위기 안 가라앉게 리드하고, 문제 생겨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감정 드러내면 오히려 피곤하니까.


달: 계속 그런 역할을 하면, 진짜 감정은 점점 밀려나. 나중엔 뭐가 진짜 내 감정인지조차 헷갈리지.


정서: 웃는 것도 루틴이 됐어. 상대한테 맞장구 치고, 농담도 받아주고. 그게 팀장 역할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요즘은 그 반응조차 느려.


달: 그런 상태에서 이 향은 묻는 거야. “그 표정, 진짜 네 거 맞아?” “지금 이 역할, 계속 감당해도 괜찮아?”


정서: 방패 같아. 안 무너지려고 계속 웃었는데… 어느 순간 그 표정에 내가 묻혔어.


달: 그게 감정 위장이야. 사회적으로 만들어낸 안정된 인상이 실제의 널 덮고 있는 거지. 이걸 오랫동안 반복하면, 네 안에 있는 ‘진짜 감정’이 길을 잃게 돼.


정서: 감정선이 점점 닳아. 팀원이 고민 얘기해도, 예전처럼 공감이 잘 안 돼. 표정은 있는데, 안쪽은 멈춘 느낌.


달: 베르가못은 그걸 건드리는 향이야. “이 감정, 진짜 너 거 맞아?” “지금 하는 역할, 버티느라 붙잡고 있는 건 아니야?” 그렇게 네 안의 페르소나를 천천히 해체시켜.


정서: 예전엔 버티는 게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냥 익숙해서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지금 진짜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달: 지금 그 질문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증거야. 이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조금씩 꺼내볼 차례야.


정서: … 요즘은 팀원이 무슨 얘길 해도, 머리로만 듣게 돼. 예전엔 같이 화도 냈는데, 지금은 그냥 “그래, 수고했어”만 나와.


달: 감정을 느끼기보다, 일단 정리부터 하게 되는 거야?


정서: 응. 해결부터 하려다 보니까… 이젠 내가 뭘 느끼는지도 잘 모르겠어. 공감이라기보단, 그냥 역할 같아.


달: 그게 티트리가 건드리는 지점이야. 감정의 회복은, 공감에서 시작돼. 남한테 말고, 네 감정한테.


정서: 내 감정한테 공감이라… 좀 낯선 말이네.


달: 참아왔던 마음들한테,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허락해 주는 향이야.


정서: 첨 맡았을 땐 좀 셌어. 근데 이상하게… 맑더라. 딱히 좋다 나쁘다보다, 그냥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


달: 그게 진짜 감정이 고개 드는 순간이야.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그냥 네가 네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만들어.


정서: 며칠 전엔 회의 중에 말이 안 통해서 기분이 좀 상했는데… 옆자리 팀원이 “괜찮아요?” 하고 묻는 순간, 목이 턱 막히는 거야. 표현 안 했지만, 그냥 울컥하더라.


달: 감정은 숨보다 먼저 몸에 와. 누군가 알아봐 주는 그 순간, 잠깐이지만 감정 회로가 다시 열려. 그렇게, 눌려 있던 감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해.


정서: 나 자신한테 그런 말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달: 네가 남한테 해주던 공감, 이제는 너 자신한테도 줄 수 있어. 참았던 마음에,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향이니까.


정서: … 나도 그 말, 해보고 싶다. 지금 내 감정한테.


달: 감정이 다시 연결되면, 무의식 속에 묻어둔 기억도 천천히 떠올라. 다음 카드는… 라벤더야.


정서: 라벤더… 익숙하네. 어릴 때 어딘가에서 자주 맡았던 향 같아.


달: 흔하지만, 사람마다 기억에 저장되는 방식은 달라. 라벤더는 상처를 감싸는 부드러운 온기 같은 향이야. 예전엔 몰랐어도, 돌아보면 분명 네 마음을 감싸주던 순간이 있었을 거야.


정서: 지금 맡으니까… 확실히 안정감이 들어. 자극적이진 않은데 감각이 선명해. 그냥 편한 게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어줬던 느낌?


달: 감정이 막 다시 흐르기 시작한 사람들에겐, 이 향이 과거의 정서를 조용히 끌어와. 그땐 못 느꼈던 따뜻함이, 지금에서야 감지되는 거지.


정서: 그러고 보니 입사 초반이 생각나. 허둥대던 시절, 같이 야근하던 선배가 말없이 커피 한 잔 내려주고 가던 장면. 그땐 별거 아니라고 넘겼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


달: 의식은 잊어도, 몸은 기억하거든. 네가 그 따뜻함을 저장하고 있었단 뜻이야.


정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기도 해. 누군가 내 상태를 걱정해 줬던 기억. 나도 누군가 앞에서 솔직했던 적. 그 뒤로는 줄곧 눌러왔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와서 보니, 그 선배 입장도 이해되더라. 나도 어느새 같은 위치에 있으니까.


달: 라벤더는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하진 않아. 다만, 그때의 감각이 여전히 안에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향이야. 사라진 게 아니라, 눌려 있었던 거야


정서: 예전엔 스쳐 지나간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게 의외로 큰 위로였던 것 같아.


달: 감정이 열리면, 기억도 따라 흐르기 시작해. 티트리가 그 흐름을 만들었고, 라벤더는 그 위에 겹쳐진 안정감을 꺼내주는 향이야.


정서: 향은 조용한데… 이상하게, 감각은 더 오래 남더라. 한 줄 대사 없이도 느껴지는 위로 같았어.


달: 따뜻했던 기억이 살아났다는 건, 이제 무거운 것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다는 뜻이야. 다음 카드는… 그레이프프룻이야.


정서: 향이 상큼하네. 공기부터 정리되는 느낌?


달: 감정 정화에 가까운 향이야. 눌렸던 마음을 환기시키는 역할. 웃음조차 무거워졌을 때, 다시 숨 쉬게 해 줘.


정서: 예전엔 그냥 웃었는데, 요즘은 웃음도 계산해. 누가 듣고 있나, 어떻게 들릴지.


달: 반복되면 웃음도 기능이 돼. 그레이프프룻은 되묻는 향이야. “진심으로 웃은 게 언제였지?”


정서: 지금은 웃고 싶어도 잘 안 나. 근데 이 향은 묘하게 맑다. 차분해지고, 조금은 가벼워져.


달: 그게 정화야. 감정을 억지로 비우는 게 아니라, 숨통부터 트는 거지.


정서: 낙천적이란 말, 나랑은 거리 있었거든. 근데 요즘은 그런 사람이 부러워.


달: 그들은 가볍게 흘려보내는 법을 아는 거야. 이 향은 그런 감정 해방을 상징하지.


정서: 내려놓으란 말은 많이 들었는데, 오늘은 진짜 좀 납득돼. 그냥…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고.


달: 낙천성은 긍정적인 척이 아니라, 감정을 인정하고도 나를 가볍게 해주는 힘이야.


정서: 혼자 다 짊어지고 살다 보니, 무게 자체에 익숙해졌던 것 같아.


달: 이 향은 묻는 거야. “꼭 지금, 네가 혼자 들어야 해?” “잠깐 내려놔도 괜찮지 않아?”


정서: 오늘은 그 말이 진짜 와닿네.


달: 감정이 정리되면, 웃음도 따라와. 의무가 아니라, 진심으로.


정서: 나도 다시 웃고 싶어. 억지 말고, 진짜로.


달: 웃고 싶다는 그 마음… 그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야. 다음 카드는 넛맥이야.


정서: 향이 좀 묘하네. 따뜻한데… 내면에서 뭔가 다시 움직이는 느낌?


달: 그게 넛맥이 주는 감각이야. 감정 에너지를 다시 불러오는 향. 무너진 걸 억지로 세우는 게 아니라, 내면에서 천천히 살아나는 힘.


정서: 생각해 보면, 사람을 대할 때도 요즘은 감정이 아니라 기능으로 반응하더라. 감정 줄이고, 흐름만 정리하고, 대화도 일처럼 처리하고…


달: 감정이 마비된 상태에선, 리더십도 기계적으로 굴러가. 그게 오래되면, 사람은 남는데, 마음은 멀어져.


정서: 그게 딱 지금까지의 나였던 것 같아. 문제 생기면 대응하고, 리듬 깨지면 바로 구조 바꾸고. 근데 그 안에 내 감정은 없었어. 그게 공허함으로 돌아오더라고.


달: 이제는 네 감정도 다시 살아나야 사람을 대할 때,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진심이 흐를 수 있어.


정서: 예전엔 실적이 먼저였고, 그게 사람을 위한 길이라 믿었어. 근데 지금은… 실적보다 먼저, 내가 무너지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달: 맞아. 리더십은 방향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너 자신이 살아 있어야 가능해. 이 향은 그 감정을 다시 데려와.


정서: 맡다 보니까, 이상하게 힘이 난다. 쥐어짜는 에너지가 아니라, 조금씩 회복되는 에너지, 숨 고르고, 다시 나아가는 느낌?


달: 그게 재생이야. 이 향은 억지로 태우는 불이 아니라, 남은 온기를 지키면서 천천히 다시 피어오르게 해.


정서: 이젠 좀 달라지고 싶어.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웃으면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으로. 그게 리더로서 내가 다시 찾고 싶은 방향이야.


달: 네가 감정을 되찾는 순간, 그 감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다시 따뜻하게 연결해 줘. 그게 바로 이 향이 전하는 힘이야.


정서: 근데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달: 그걸 비추는 향이야. 다음 카드는, 베티버.


정서: 향이 묵직하네. 가볍진 않은데,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


달: 베티버는 ‘내가 보는 나’의 감정을 보여주는 향이야.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소진되고 방향을 잃은 상태. 멈추지 않으면 놓치는 포인트가 있어.


정서: 요즘이 딱 그래. 뭘 해도 충족이 없고, 바쁜데 허하다. 성과는 나는데, 내 자리는 흐릿해져 가는 기분.


달: 겉으로는 잘 버티고 있지만, 안에서 계속 무게가 쌓이고 있었던 거야. 불안이 켜켜이 쌓이면서도, 멈출 타이밍을 못 찾는 상태.


정서: 사실 멈추면 무너질까 봐 계속 움직였던 것 같아. 근데 지금은… 멈추는 게 무섭다기보다, 뭘 위해 달리는 건지 모르겠어.


달: 베티버는 그런 상태에서, 다시 중심을 잡게 도와주는 향이야. 버텨온 시간과 감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네가 어디쯤 와 있는지 조용히 들여다보게 해 주지.


정서: 낯설진 않아. 혼자 생각할 땐 자주 느꼈던 거니까. 방향은 안 보이는데, 멈출 수 없던 그 시간들.


달: 이제는 그 흐름에서 잠깐 빠져나와도 괜찮아. 감정이 살아났고, 에너지도 다시 돌아왔잖아. 이젠 네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걸어갈 준비를 할 수 있어.


정서: …주니퍼. 향이 깔끔하네. 복잡한 냄새가 아니라, 정돈된 느낌.


달: 이 카드는 ‘타인이 보는 너’를 보여줘. 주니퍼는 준비된 사람, 침착한 사람의 이미지야.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묵묵히 정리를 해내는 사람.


정서: 사람들이 나한테 딱 그렇게 말해. “항상 침착하다.” “믿음 간다.” “웬만한 일로 흔들리지 않잖아요.” 근데, 그 말 들을수록 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


달: 어떤 면에서?


정서: 감정을 드러내면 그 이미지가 깨질까 봐. 차분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진짜 감정을 밀어내더라. 그렇게 쌓이다 보니까, 내 안도 같이 조용해지는 기분이야. 텅 빈 쪽으로.


달: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안정적인데, 실제로는 계속 조율하고 있는 거지. 흔들리지 않으려는 내면의 긴장. 그 경계에서 이 향은 그 침착함, 진짜 너한테도 편안해져야 해


정서: 익숙하긴 해. 실무도 팀 관리도 내가 중심 잡고 가야 하니까. 나까지 흔들리면 전반이 무너지니까. 근데 그걸 감정으로 다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데이터처럼 다뤘던 것 같아.


달: 리더가 감정을 조율할 줄 아는 건 강점이야. 하지만 그 조율이 자기감정까지 차단하는 방식이면, 언젠간 고립감이 따라와.


정서: 맞아. 같이 일하면서도 혼자 있는 느낌. 팀원들한텐 편하게 말하라고 하지만,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대화도 어느새 업무 정리처럼 돼버려.


달: 주니퍼는 그런 고요함 속에서도, 감정을 다시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줘. 안으로만 쌓이던 것들을 침착하게 풀어낼 수 있게 해주는 향이야.


정서: 맡고 있으니까 머릿속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 소음은 아닌데… 뭔가 정리된 공간에 앉아 있는 기분. 차분한데 낯설지 않아.


달: 네가 그동안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건, 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정리해 왔기 때문이야. 그건 약점이 아니라, 너만의 방식이었던 거지.


정서: 침착한 리더. 그 이미지가 나를 지탱해 준 것도 사실이야. 근데… 지금은 그 안에 나 자신이 조금은 들어 있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결국 또 멀어질 것 같아서.


달: 지금 그 감각, 아주 중요한 시점이야. 타인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의 간격. 주니퍼는 그 간격을 좁혀주는 향이거든.


정서: 예전 같으면 지금 이런 대화도 거리 뒀을 텐데… 지금은 그냥 담담하게 말하게 되네.


달: 침착함은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잘 다루는 힘에서 나오는 거야. 너한텐 그 힘이 이미 있어. 이제는 그 힘 안에 너 자신도 포함시켜야지.


정서: … 조금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달: 지금 그 침착함 속에 네가 있다는 말, 바로 다음 카드로 이어진다. 미르야.


정서: 향이 좀 묘하네. 처음엔 잘 안 느껴지다가, 갑자기 깊이 들어오는 느낌?


달: 이건 , 너의 내면 깊은 곳과 연결된 향이야. 겉으론 차분해 보여도, 안에서 혼란이 있거나 감정이 단절됐을 때, 그 조용한 틈을 파고들지.


정서: 그 말, 좀 와닿는다.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지냈는데, 정작 내가 뭘 느끼는지는 모르겠더라.


달: 감정을 밀어내는 데 익숙해지면, 방향도 흐려져. 더 나아가면, 감정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멀어져 버려.


정서: 요즘이 딱 그래. 뭔가 생각은 많은데, 그게 감정인지, 그냥 피로인지조차 헷갈릴 정도.


달: 미르는 그 끊긴 회로를 다시 잇는 향이야. 겉으론 잘 버티는 것 같아도, 내면에서 균열이 시작되면, 어느 순간 무너지기 쉬워.


정서: 나한텐 늘 ‘잘한다’, ‘믿는다’는 말이 따라다녔어. 근데 그 안에서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던 것 같아. 내 역할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뿐이었어, 괜찮냐고 물어보는 편이 아니라.


달: 그 역할이 오래될수록, 네 감정은 점점 멀어져. 미르는 역할과 진짜 너 사이에 가려졌던 감정을 다시 불러내는 향이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다시 연결하자는 메시지지.


정서: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한테 “괜찮냐”라고 묻고 싶었던 거 같아. 근데 그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어. 어느 순간 나조차 내 상태를 몰랐으니까.


달: 그 혼란 속에서도, 내면 어딘가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거야. “이 방향, 맞는 걸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같은 질문들.


정서: 그 질문, 요즘 자주 떠올라. 예전엔 성과나 인정이 나를 끌어줬다면, 지금은 그게 부족해. 더 깊은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 그게 바로 영감이야. 미르는 외부 자극이 아니라, 너의 내면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게 해주는 향이거든. 다시 말하면, 지금의 혼란은 새로운 감정과 연결되기 위한 과도기일 수도 있어.


정서: 그러니까… 지금 이 혼란도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라, 한번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신호란 거지?


달: 맞아.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묻혀 있던 진짜 질문을 마주하는 시간이야


정서: 외롭거나 무기력하단 말보다… 방향을 잃었다는 말이 더 가까운 것 같아. 감정도, 일도, 사람도. 뭔가 새로 연결돼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기도 하고.


달: 그 감각을 네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새로운 연결이 시작됐다는 뜻이야. 미르는 그 시작을 조용히 밝혀주는 향이니까.


정서: 조용히, 근데 분명히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어. 아직 말로 설명은 안 되는데… 이상하게, 확신 같은 게 생기네.


달: 바로 그 감정, 그걸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돼. 마지막 카드는… 바질이야.


정서: 향이 되게 선명하다. 복잡한 향은 아닌데, 딱 맑고 또렷해.


달: 바질은 감정을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향이야. 억눌렀던 말들, 눌려 있던 마음들이 천천히 드러나는 시점. 그동안은 감정을 숨기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지?


정서: 맞아. 드러내는 게 더 피곤하다고 느껴졌거든. 말하면 오히려 더 복잡해질까 봐… 그냥 넘기는 게 편했어.


달: 근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 그건 감정이 다시 흐르고 있다는 증거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너의 언어로 꺼내는 과정.


정서: 그동안 조용했던 건… 사실,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였던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컸고.


달: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약한 게 아니야. 오히려 그 표현을 통해 네가 더 단단해지는 거야. 이 향은 네 안에 남아 있던 진심을 다시 꺼내는 힘이야.


정서: 예전엔 감정이 흐르면 컨트롤 못 할까 봐 두려웠는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오히려 정리가 되는 느낌이야.


달: 감정은 흘러야 가벼워져.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네가 너한테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그게 회복이야.


정서: … 오늘, 처음엔 좀 낯설었는데. 지금은 그냥 내 얘기를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아.


달: 넌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어.

이제는 ‘잘 버티는 사람’ 말고, ‘잘 살아가는 사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정서: 앞으로도 흔들리긴 하겠지.

근데 오늘 여기서 했던 말들, 내가 내 감정을 다시 느꼈다는 사실… 그건 잊지 않을 거야.


달: 그 기억 하나면 충분해. 감정은 다시 길을 찾을 거고, 너도 너 자신을 더 잘 지킬 수 있을 거야.


정서: 고마워. 말로 꺼내본 적 없는 감정들이… 오늘은 참 자연스럽게 나왔어.


달: 향이 그걸 도와준 거지. 그리고 네가 그걸 받아준 거고. 이제, 네 감정은 네 편이야.

에필로그


정서는 조심스러웠다.

감정보다 역할이 먼저였고,

표정보다 흐름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향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처음엔 한 겹, 두 겹 경계가 있었고,

한참을 돌아서야 마음이 열렸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

그는 누구보다 분명하게 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리더였다.


기능처럼 감정을 다뤄온 시간 속에서도, 감정은 멈춰 있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냈다.


오늘의 흐름은

아로마 심리카드 11장이 안내했다.

이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계속된다.


블로그에서는 정서의 대사 없이,

달과 함께 아로마 카드 12장, 타로 카드 12장을 나누며, 정보와 통찰이 흐르는 대화 에세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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