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아〉 65화 : 대답 없는 너(감성 대사 편)
루안 : … 내일도 볼 수 있을까?
초아 : 왜 꼭 내일이어야 해?
루안 : 오늘 대답을 못 들었으니까. 하루만 더 기다리면… 달라질 수 있을까 해서.
초아 : 내 마음은 하루 사이에 바뀌지 않아.
루안 : 그래도 확인하고 싶어.
초아 :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데.
루안 : … 청소는 계속할 거야?
초아 : 응. 어질러진 자리 그대로 두면 더 숨 막히니까.
루안 : 그럼… 윤설과의 계약, 이제 나랑 다시 하면 안 될까?
초아 :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어. 윤설과 정식으로 계약서를 쓴 후 일을 이어왔지만, 정을 많이 줘서…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루안 : 우린 처음부터 감정이 앞선 상태로 시작하니 힘들다는 뜻이야?
초아 : 응, 공과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게 나한텐 어려운 것 같아.
루안 : 근데 난 궁금해. 연구실에 있던 네가 왜 여기까지 와서 청소, 아니… 이런 일을 택한 거야?
초아 : 이런 일이라니… 나름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야. 단순히 치우는 게 아니라, 공간의 결을 정리해 사람의 생활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일. 나한텐 연구실에서의 논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야.
루안 : 네가 그렇게까지 확신하니까… 네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 있을 거라 생각해. 다만 네가 연구하는 업과 전혀 다른 걸 선택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했어.
초아 : 연구실에서 내 자리는 늘 치열했어. 결과는 언제나 숫자와 데이터뿐이지만, 여긴 달라. 정리된 자리는 바로 표정으로 돌아오거든. 작은 고마움이든, 편안함이든, 그게 내가 버틸 이유야.
루안 : 그럼, 그 표정 속에 나는 없을까?
루안 : 우리, 대학 시절 얘기 하나 해도 돼?
루안 : 기억나? 네가 도서관에서 밤새던 날, 새벽에 커피 흘려서… 내가 수학 문제집으로 닦아줬던 거.
초아 : 그때 너, 괜히 영웅인 척했잖아. 결국 문제집 다 버리게 돼서 혼났잖아.
루안 : 사실 그날 이후로, 네가 웃는 모습이 계속 남았어. 학회 발표보다 더 선명하게. 흰 가운 입은 네 모습도, 아로마와 호흡 연구하겠다던 네 모습도.
초아 : 그땐 내가 그 연구 계속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지금의 내가 되었네.
루안 : 근데, 너 왜 갑자기 자퇴 후 떠났어. 내가 얼마나 널 찾았는데…
초아 : 글쎄, 왜 다 그만두고 떠났는지는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 안 나. 하지만 분명 번아웃에 한참 힘들던 때였어.
루안 : 누가 널 괴롭힌 거야?
초아 : 학업도 집안 환경도 벅찼던 시기였어. 이미 지나간 얘기 또 꺼내는 건 싫어.
루안 : 알겠어. 네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게 중요해.
루안 : 있잖아, 나 사실 네가 떠난 후 연구실 복도 한참 서성였어. 문만 열리면 네가 다시 올 줄 알았거든.
초아 : 난 그때 지친 상태라 몰랐는데… 누군가는 날 생각해 주는 사람도 있었네.
루안 : 근데 이렇게 네 앞에 다시 앉아 있으니까… 그때 놓친 시간을 조금은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초아 : 루안, 우리 지금 너무 빨리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루안 : 늦은 거야. 빠른 게 아니라, 난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렸어.
루안 : … 초아야. 나, 이제 멈출 수 없어.
초아 : 루안, 우리…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루안 : 난 오래 기다렸어. 널 다시 만난 순간부터, 더는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기 싫어.
루안 : 초아야, 사랑한다면… 우리 몸도 같은 시간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진짜인 것 같아.
초아 : 루안아, 사랑은 증명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더 오래 지켜보는 거야.
루안 : 난 달라. 네가 멀어질까 봐 겁나서 더 깊이 붙들고 싶은 거야.
반야 : 또 시작이네. 감정에 휘말리면 결국 저런 식이야.
반야 : 초아야, 네가 진심으로 저걸 사랑이라며 받아들일 거야? 저건 쓸데없는 집착이야.
초아 : 나도 잘못됐다는 건 알아. 그리고 지금 시간 너머에, 화면 속 초아도 분명 알고 있어.
반야 : 알면 뭐 해. 왜 거절 안 해? 둘이 벌써 상황이 엉켜 있는데… 루안이 널 끌어안는 장면을 내가 지켜봐야 한다는 거, 그게 얼마나 비참한 건데. 내 입장 좀 생각해 줄래?
초아 : 우리가 보고 있는 건 과거의 한 조각일 뿐이야. 이미 흘러간 시간이잖아.
반야 : 과거라니… 넌 쉽게 말하네. 난 그 장면을 다시 겪을 때마다 안이 다 타들어 가. 지금도 희미해져 가는 거 안 보여? 너 정말 내가 이렇게 사라지는 걸 바라는 거야?
초아 : 아니야. 나도 널 구해야 해. 그래서 매듭을 풀어야 하는 거잖아. 그래야 우리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루안 : 반야, 이제 그만해. 초아를 몰아세우지 마. 나도 지금 이 장면을 보면서 똑같이 느껴. 과거 속 내 모습, 그 집착이 얼마나 두려운 거라는 걸… 초아는 그걸 그대로 겪은 거잖아.
초아 : 나는 지금 누구도 마음 아프게 하기 싫어. 너도, 너도… 다 소중해. 하지만 누군가를 택하는 순간, 이 공간은 더 무너질 거야. 그러면 우리 셋 다 현실로 돌아가지 못해.
반야 : …그럼 넌 언제까지 망설일 거야?
초아 : 망설임이 아니라, 연결이야.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을 잘 묶어야만 해. 그래야 이 감정 시스템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루안 : …그럼 난 기다릴게. 네가 말한 그 매듭이 완성될 때까지.
달 : 오늘 내 호흡도 마찬가지였어. 대답 없는 여백, 망설임의 간격… 그 틈을 호흡으로 확인한 하루였어.
몸 : 피곤이 쌓여 머리는 무거워져, 다리는 늘어져 있었어.
숨결 : 하지만 발걸음 하나마다 들숨, 또 하나마다 날숨을 맞추니 … 생각이 단순해져
바람 : 얼굴을 스칠 때마다 긴장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기분이야
어깨 : 가벼워, 다리에 쌓였던 무거움도 서서히 흘러내려
마음 : 완전히 편안해진 건 아니지만, 답답함 대신 여유가 있어.
생각 : “잠시라도 숨과 걸음을 맞추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별 : 몰입 속에서 지치던 뇌가 호흡 하나로 균형을 되찾는 게 신기했어.
달 : 결국, 짧은 걷기와 호흡이 무거운 하루를 가볍게 만드는 작은 틈이 되어 주는 건 호흡 일지 기록이자 이번 화 〈대답 없는 너〉와도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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