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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에게

행복은 전염된다고 믿게 된 날

by 로베

취미로 드럼을 치는 친구가 있다. 학원에서 몇 달을 배웠다. 얼마 전에는 학원이 주최하는 공연에 올랐다. 공연 며칠 전부터 친구는 긴장된다고 말했다.


무대 시작 2시간 전, 홀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앞둔 친구를 만났다. 애써 웃지만 긴장된 미소, 땀으로 축축한 손, 놓치지 않기 위해 고무패드로 감싼 드럼스틱을 보았다. 다른 친구에게 전해 듣기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이 간 친구들은 본인이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흥건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이러쿵저러쿵해서 친구는 무대에 올랐다. 앵콜 곡까지 5개를 연주했다. 무대 위에 친구 모습은 떨려 보였지만, 즐거워도 보였다. 무대가 끝나고 듣기로는, 공연 중 실수를 했다는데 나는 전혀 몰랐다. 속으로 '웃으며 끝냈으니 그거면 됐다'라고 생각했다.


친구를 보려고 모인 지인은 10명이 넘었다. 와준 게 고맙다고 몇 명을 데리고 자체 뒤풀이를 열었다. 1차로 간 양갈비집. 친구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실수는 했지만 끝나서 후련하다고 말했다. 2차로 간 술집에서는 정말 행복하다고, 행복할 때 너네들이, 특히 여자친구가 옆에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최근 본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내 친구라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2차 술집은 90년대부터 2000년 대의 추억의 노래를 틀어줬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춤추며 놀았다. 그렇게 거나하게 취해있었다. 공연을 한 친구는 술과 행복에 취해있었는데, 고맙다는 이쁜 말을 연신 쏟아냈다. 우리는 답했다. "너 덕에 모였고,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우리가 더 고맙다." 오그라들지만 다들 그렇게 취해 있었나 보다(나는 술을 안 먹지만 분위기에 취해버렸다).


친구에게 감동스런 말을 들었다. "ㅇㅇ아, 내가 왜 공연한 줄 알아? 너 몇 년 전에 연극해서 무대에 올랐잖아. 그거 보고 한 거야. 내가 공연을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날 본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너무 하고 싶은 거야. 너 덕분에 버킷리스트가 생겼고 올해 이뤘다."


나는 '알겠어, 고맙다'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그 문장들은 내 가슴에 남았다. 나는 그저 하고픈 걸 한 거다. 그 일이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줄지 몰랐다.


깨달았다. '나의 행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구나'

그리고 작은 행동도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평소에 더 배려하고, 더 친절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더 행복할 거고, 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행동과 행복은 옮겨 갈 테니까.

(이번에 공연을 한 친구를 보고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친구들이 생긴 걸 보니 더욱 그렇게 생각된다.)


공연을 즐기러 갔는데, 되려 온기를 얻고 왔다. '잘 살고 있구나' 느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친구는 내게 최고의 드러머다. 사람의 마음에 이리 감동을 주다니! 연주도 마음도 따뜻한 친구다.


ps

혼자서 학원 뒤풀이에 빠지고, 우리랑 시간을 가져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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