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금요일, 평소처럼 헬스장을 갔다. 데드리프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
최근에 퍼포먼스가 좋아서 중량 욕심이 났다. 원판을 많이 꽂았다. 하필 이런 날에, 시간에 쫓기어 복압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부정확한 자세로 무거운 바벨을 들었다. 종일 허리에 뻐근함을 느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음날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했다. 허리에 통증이 생길까 봐 쉬려 했지만 그냥 나갔다. 오버헤드킥, 태클, 스프린트 등 큰 동작을 해도 괜찮았다.
통증은 일요일에 찾아왔다. 앉았다 일어나는데 아래쪽 허리가 아팠다. 버틸만해서 '금방 회복되겠지'하고 넘겼다.
월요일에 출근을 했다. 오래 앉아있던 탓인지 통증이 늘었다. 앉았다 일어나면 아파서 바로 걷지를 못했다. 선반 같은 곳에 기대어, 몇 초 서있은 후에 걸을 수 있었다. 수그리는 것도 힘들었다.
10년 전 겪었던 추간판탈출증이 생각났다.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의자에 앉는 것도 힘들었다. 물건은 집는 것도 어려웠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동반해야 했다. 너무 아파서 MRI를 찍었었다. 진단 결과 4, 5번 디스크의 추간판탈출증이었다. 지금의 통증을 방치하다가 그때처럼 아플 것 같았다.
퇴근 후 회사 근처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X-ray부터 찍자고 했다. 나는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X-ray실로 걸어갔다. 촬영 내내 통증과의 싸움이었다. 서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촬영 후 다시 진료실로 향했다.
의사는 말했다.
"X-ray 상으로는 문제가 없고, MRI를 찍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디스크 5, 6번 쪽에 통증이 생긴 거 같아요. 예전에도 아픈 적이 있나요?"
나는 답했다
"네 10년 전에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어요. MRI를 찍었는데 4, 5번이 안 좋다고 했어요."
"아, 비슷한 위치니까 그럴 수 있네요. 주사 맞고 약 드시면 될 거 같아요. 수시로 스트레칭도 많이 해주세요."
"네"
주사실로 향해 주사 7방을 맞았다. 통증이 즉각적으로 줄지는 않았다. 인포로 나와서 이틀 뒤 재진을 예약했다. 병원 근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집에 와서 씻고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잤다.
다음날 아침, 통증이 많이 줄었다. 조금의 고통을 안고 일과를 보냈다.
이튿날은 예약일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치기 전처럼 멀쩡했다. 상쾌하게 출근을 했고, 퇴근 후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운동해도 되나요?"
"안 아프면 해도 되는데, 하다가 아프면 바로 쉬세요."
"네"
"주사 한 대 더 맞으면 좋을 거 같은데 맞으시겠어요?"
"아니요"
"물리치료받으시고 집 가시면 됩니다. 무리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부상 전까지 근육량 증가와 체지방 커팅이 잘되고 있었다. 허리가 괜찮아졌으니 이 흐름을 바로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운동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금주까지는 쉬기로 결정했다. 욕심을 부리다가 더 악화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다치기 전에는 중량, 시간적 욕심을 부렸다. 이번에는 잠시 동안 운동 자체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내 상황에 맞는 방법과 쉼이 필요한 때였다.
일주일 만에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중량을 줄였다. 소근육부터 코어까지 기능적인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퍼포먼스가 감소했다. 하지만 괜찮다. 이참에 리빌딩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 기초를 쌓는 시간이다.
다친 게 서럽지만 배운 게 있다.
1) 욕심을 버릴 것
2) 욕심으로 화를 입은 이후라면, 재정비의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할 것.
아픔에는 배움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