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중간은 변덕스럽다. 송글히 땀이 맺히도록 덥다가도, 금세 찬바람이 불어온다. 추위에 오들 떨고 있으면 더위가 찾아온다. 적당히 따뜻할 때도 있다. 그런 날씨에 나는 궁시렁거리기 일쑤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와 같은 목적을 지닌 수많은 승객들. 그들의 체온이 더해져 더위는 한층 힘을 낸다. 앉을자리가 없어 버스의 창문을 마주하며 손잡이를 잡은 채 서있는다. 투명한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황금빛 햇살. 햇빛을 받는 내 얼굴과 손은 따스해진다. 봄의 햇살은 언제나 포근하다.
퇴근을 위해 지하철 한 칸에 발을 디뎠다. 버스의 창가보다 넓은 유리창. 그 사이로 보이는 한 폭의 노을. 내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지친 나의 하루를 달래어주는 따뜻한 위로다.
봄의 변덕으로 투덜대던 나의 입술은 다물어지고, 봄의 태양에 내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다. 봄은 따스함을 살포시 놓은 채 여름에게로 도망칠 준비를 한다.
날씨 때문에 투덜대다가도 햇빛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 나 또한 변덕이다. 나도 봄처럼 누군가에게 따스한 햇살과 노을이 돼야겠다. 올해는 이 다짐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