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추천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정치 관련 책으로, 읽었을 때는 대선 한 달 전이었다. 시의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하나의 정치색에 치우쳐 있지 않다. 중점은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 분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미국 역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다. 그럼에도 본질을 되짚다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와 관련해 사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론에 앞서 미리 말하자면, 나는 어떠한 정치색도 가지고 있지 않다. 중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늘 그러려고 노력한다. 또한 이 글은 책에서 다루는 몇 가지 주제 중, 부분적인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거기에 내 생각을 보태어 작성했다.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읽었음 한다.
본격적으로 양극화의 원인을 맛보기 해보자.
『정치적 정체성이 너무 강해서 사실상 마음을 바꿀 만한 어떤 후보도, 정보도, 조건도 없었던 셈이다. 우리는 우리 편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뭐가 됐든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할 것이고, 그 결과는 기준, 신념, 책임감 없는 정치다.』
-16쪽
양극화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짐'이다. 중간 없이, 양극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그렇다면, 양극화는 왜 위험할까? 중간 없이 양극으로 갈라진다면, 분열이 생긴다. 이것은 사소한 갈등부터 전쟁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양극화는 서로를 증오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특히 정치를 보면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양극화가 생기는지 크게 네 가지로 알아보자.
『이제 50명의 미국인은 대마초가 합법화되기를 원하고, 또 다른 50명은 대마초가 불법화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양극화다. 중간에 남은 의견이 없는 채로 의견들이 양극을 중심으로 결집한 것이다.』
-62쪽
개인은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혹은 찾으면서 산다. 정체성은 거창한 게 아니다. 태어난 국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외향적인 내향적인지, 자신의 전공과 직업은 무엇인지,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투자를 하는지, 가족의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젊은지 늙은 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양한 종류다. 이 책의 중점은 이런 정체성이 정치색을 고르는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A는 환경 친화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런 정책은 진보당이 추진한다. 그렇다면, 그 당의 친환경 정책을 보고, 그 당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는 문제없다. 지지하는 당을 갖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것도 문제가 될 건 없으니 말이다. 문제는 네거티브와 합리화다.
먼저, 네거티브부터 살펴보겠다. 지지당이 상대당을 보고 "저 당은 환경을 파괴하는 당입니다"라고 하면, 친환경 운동가들은 상대 당에 대한 증오가 커진다. 자신의 당을 더욱 지지하게 된다.
증오는 집단을 더욱 결집하게 만들며, 양극화를 부추긴다. 상대 당이 친환경을 유보하자는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눈은 감고 귀를 막게 된다. 상대 당의 네거티브 반박도 있을 수 있다. 두 당의 네거티브가 반복된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네거티브로 양극화가 심화된다.
두 번째는, 합리화다. A는 친환경에 앞장서는 당을 선택했다. 만약 지지당이 다른 분야에서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고, 당원들은 비도덕적인 일을 자행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에도 A는 친환경 실현을 위해서, 그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여론조작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해서, 다른 그릇된 행동을 못 보게 된다. 객관적 사고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이 합리화다.
정체성 하나가 이성적 판단을 망가뜨린 것이다.
『결과는 정체성 강화였다. 한 번 채택된 정체성은 의견을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 사람들을 그들이 아끼는 공동체 묶어주는 정체성을 버리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202쪽
대다수의 사람은 최소 하나의 스포츠를 즐겨본다. 응원하는 팀이 있다. 자신의 팀이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간혹 스포츠 뉴스를 보면, 선수 간에 혹은 팬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이는 승리를 향한 광적인 부작용이다. 정치도 이와 비슷하다.
하나의 당을 지지하게 되면, 하나의 스포츠팀을 고르게 된 것이다. 지지하는 당이 선거에서 지는 것을, 유권자들은 원치 않는다. 선거 운동 때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상대 당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상대의 패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래서 당원이 잘못을 하더라도 옹호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가짜뉴스도 스스럼없다. 자신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상대는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인간은 '우리'와 '그들'을 분류하는 특성이 있다.
'그들'로 분류되면, 지나치게 차별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감싸준다. 이것이 정치적 양극화의 위험함이지 않을까 싶다.
정체성만큼이나 정치색도 바꾸기 쉽지 않다. 정책과 당원이 어떻든 그저 이기려 할 뿐이다.
『열성 당원들의 행동은 더 큰 선을 위해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사려 깊은 시민들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스포츠 팀원이 소속 팀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과 유사하다.』
-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