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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에게

거슬러 오르는 검은 물고기

by 로베

작년 6월 아침, 무더운 날씨였다. 전에 임보하던 강아지와 개천을 산책하고 있었다.

물장구 소리가 들려왔다. 돌다리를 거쳐 흐르는 얕은 물가가 보였다. 물이 사방으로 튀는 중이었다. 사람도, 오리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갔다. 전완근만 한 검은 물고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물결과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조용히 지켜봤다. 물고기는 흐르는 물과 힘을 겨루고 있었다.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에 백수였고, 취직이 힘들어 포기를 익혀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물고기는 이겨내야 한다고,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물고기가 왜 반대방향으로 헤엄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만을 안다.

나는 목표 없이 살았다. 정확히는 꿈은 있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그때 결심했다. 목표를 위해 매진하리라. 물고기가 필사적이듯, 나도 전력을 다해서 살아가리라. 목표를 세우고, 겁먹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그냥 움직이리라. 좌절을 맛보아도 다시 일어나리라. 목표를 위해 그저 나아가리라.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검은 물고기처럼.


ps

직접 본 물고기는 영상으로만 찍었는데, 동영상 업로드가 안되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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