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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에게

인생은 마라톤이니까 천천히 걸을게요

by 로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파워 J였다. 분 단위로 계획을 했기 때문이다.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지킬 수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계획을 지킬 수 없음에, 그다음 계획들이 틀어졌음에 말이다. 그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여 나를 병들게 했다. 스스로에게 가혹해졌으며 예민해졌고, 번아웃을 만들었다.


그때쯤이었다. 내가 미주신경성실신을 갖게 되고, 대중교통을 타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토를 하게 된 것이.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몸이 아파서 정신도 지쳤고, 회사에서 일하기도 어려웠다.


그때 알았다. 나의 계획적 성향이 스스로를 옥죄게 한다는 것을.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았을까?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이다. 매사에 전력질주를 하면 지친다. 지치고 나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없다.


인생이 처음이기에 나는 미숙하다. 조금씩 늘려나가도 괜찮다.


목표지점까지 천천히 걷자. 속도가 필요할 때만 뛰자.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이니까.


나는 아팠던 이후로 매일을 가볍게 살려고 노력한다. 예전처럼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하루에 할 일 1~2개를 정하고 시간이 나면 한다. 다 못 끝내면 다음날 이어서 한다. 이렇게 해도 결국 완주가 된다.


예전처럼 심신이 힘들지 않다. 삶의 질이 올라갔다.


평소에는 천천히 살아도 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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