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내가 살 이유를 말해봐

by 로베

저번 주말이다. 몇 년 간 미뤄둔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았다.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됐다. 내용, 연기, 메시지 모두 훌륭하다. 알 파치노의 연기는 그가 왜 명배우인지, 내용과 메시지를 보면 왜 명작인지 알게 된다. 실제로 알 파치노는 이 영화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줄거리

찰리는 가난한 고등학생이다. 집은 학교와 멀리 떨어져 있어 기숙사생활을 한다. 집을 가기 위한 차비를 벌기 위해서 단기알바를 구한다. 알바는 맹인 퇴역장교를 돌보는 일이다. 장교는 언행이 거칠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장교는 대뜸 뉴욕으로 갈 것이니 따라오라고 한다. 그렇게 찰리와 슬레이드(장교)의 며칠 간의 뉴욕 일정이 시작된다. 그 일정 속에서 각자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양한 명장면과 메시지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면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실수도 인생의 일부다]

슬레이드는 찰리를 데리고 고급 식당을 간다. 장교는 후각으로 근처 자리에 여성이 있음을 알아챈다. 마침, 찰리도 그 여성을 눈에 담아뒀던 터였다. 슬레이드는 찰리에게 안내하라고 하며 여성이 있는 자리로 함께 간다. 장교는 여자에게 같이 식사할 것을 권유하며, 자연스럽게 탱고 얘기를 꺼낸다. 여자는 탱고를 좋아하지만 남자친구가 싫어서 안 배웠다고 말한다. 슬레이드는 괜찮으니 자신이 가르쳐준다고 말하였고, 여자는 실수가 무섭다고 한다. 슬레이드는 말한다.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인생과는 달리 단순하죠. 탱고는 정말 멋진 거예요. 만약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고 그게 바로 탱고죠."

둘은 식당 가운데에는 작은 연주단이 있는 무대로 가서 탱고를 춘다.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이다.


우리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나도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실수는 별거 없으며, 다르게 보면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실수도 인생의 한 부분인 것 같다. 실수를 하면 받아들이고, 배우면 된다.



[삶의 이유는 별 거 없어도 돼요]

숙소에 있던 슬레이드와 찰리. 슬레이드는 찰리에게 밖을 나가야 하는 심부를 시킨다. 슬레이드는 그전부터 자살을 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찰리는 나갔다 바로 숙소로 돌아온다. 아니다 다를까. 슬레이드는 제복을 입고 총을 준비하고 있었다. 총을 머리에 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이다. 찰리는 그를 말렸고, 거친 몸싸움이 일어났다. 슬레이드는 찰리의 멱살을 잡으며 벽에 밀치고 묻는다.


"내가 살 이유를 하나만 대봐"

찰리는 겁을 먹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두 개를 대죠. 중령님은 누구보다 탱고를 잘 췄고 페라리를 잘 몰았어요."

중령은 호흡을 가다듬고 답한다.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찰리는 총을 달라고 말하고, 중령은 건네준다. 그리고 슬레이드가 묻는다.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찰리는 대답한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에요"


고등학생이 퇴역장교의 삶의 이유를 찾아줬다. 별거 없는 이유다. 사는 이유는 별거 없어도 된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지금에서도 만족을 찾으면 된다. 목표를 쫓고 압박을 받으며, 많은 것을 놓치는 우리에게 울림이 되기 충분한 장면이다. 또한, 그런 압박에 이기지 못해 최악의 최후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에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삶의 이유는 작아도 되고, 실수를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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