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야 고마워
살다 보면 누구나 시련을 겪고 좌절한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각 시련에는 배움이 있고, 극복한 뒤 성장하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작은 생명에게 배움을 얻었다.
회사 면접을 보고 온 다음날 아침 7시였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통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임보견이 아버지와 산책을 하던 중, 하네스에서 빠져나와 도망갔다는 내용이었다(이 임보견을 이제 S라고 하겠다). 나는 옷부터 갈아입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찰나에 유기견 단체 관계자께 전화가 왔다. S가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있으니 서둘러 가보라고 하셨다. S가 한 번 갔었던 병원이었다. 도착하고 S를 봤다. 외상이 없어 안심했다. 하지만, 의사는 내부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척추골절, 폐출혈, 방광파열 의심... 나는 당황했다. 무엇보다 뒷다리를 쓸 수 없다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말량한 S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상태였다. 평일 아침이었지만, 유기견 단체 관계자 두 분이 병원을 찾아오셨다. 함께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척추를 봤을 때 바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폐출혈이 안정되어야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시간은 48~72시간이라고 하셨다. 그 시간 전까지 다른 검사들을 하기로 결정했다. S는 산소방에 들어갔고, 나와 관계자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우선 살리겠습니다. 돈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전화 너머의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셨다.
나는 그날 너무 힘들었다.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이 들기까지 모든 게 꿈같았다. 아버지께 투정도 부리고, 밖을 정처 없이 떠돌고, 친구들에게 전화로 푸념하기도 했다. 새벽에는 경찰서를 찾아가 CCTV를 문의했다. 담당자는 내일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영상을 받았다. 사각지대였기에 사고를 볼 수 없었다. 안 보는 게 낫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S의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면접을 본 회사에서 합격 통보가 왔다.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S의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취업난 속에서 취직을 했다는 점으로 말이다. 그리고 더 힘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훌훌 털고 일어나야 S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다수의 큰 병원을 찾아다녔다. S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기에 병원 자료를 가지고 혼자 방문했다. 모든 병원은 "정말 심각합니다"라고 똑같이 말했다. 몇 병원은 "이런 케이스는 처음입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나를 무섭게 한 것은 숫자였다. 정상으로 돌아올 확률 5%, 수술 중 사망 확률 40%, 재수술 가능성 50%라는 수치들... 공포였다...
S의 골절과 폐출혈이 심했기에 이동이 어려웠다. 그래서 입원시킨 병원에서 수술키로 했다. 2차 병원이 아니기에, 큰 수술을 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S를 위해서 장비까지 구매하여 수술해 주셨다. 후에는 극진히 케어해 주셨다. 그 덕분일까? S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병원에서는 S의 나이가 어려서 빨리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S의 나이 고작 8개월이었다.
현재 약 6개월이 지났다. 약도 먹이고, 재활도 하고, 휠체어도 맞췄지만 여전히 걷지는 못한다. 대소변도 손으로 짜줘야 한다. 그럼에도 점점 차도가 있다. 서지는 못하지만, 뒷다리를 움직이고, 꼬리도 조금 흔든다. 우리 네 가족과 S는 잘 이겨내고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함께여서 행복하다.
이 일을 통해 '시련 속에는 배움이 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명의 소중함, 좌절하기보다는 해결 방안을 찾고 행동하기 등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 사고 이후로 생명을 더욱 아끼려 노력한다. 작은 고난이 와도 해결 방법을 찾고 바로 실천한다. 이 마음을 축적시키며,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 이 배움은 S가 준 것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참 아픈 일이었다. 가족과 단체는 많이도 울었다. S도 힘들었을 것이다.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겨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여러분도 겪고 있는 혹은 겪을 시련과 고난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각각의 배움이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당신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나를 위로해 준 여자친구, 알바를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지만 이해해 준 매장 매니저님, 계속 웃게 해 준 친구들, 입사를 연기해 준 지금의 회사, 오히려 감사하다는 단체, 수술을 무사히 마쳐주신 의료진, 함께 이겨내 준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 무엇보다 우리를 미워 않고 늘 곁에 있어주는 S. 고맙다. 앞으로도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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