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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에게

타인의 시선이 없을지라도

by 로베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묵묵히 매너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는 집 앞에 있는 공간 대여 헬스장을 다닌다. 1시간 간격으로 예약할 수 있고, 새벽에는 시간당 6,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가격도 괜찮고, 혼자 편하게 운동할 수 있어서 주 4일 정도 방문한다.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들뜬 마음으로 헬스장 문을 열곤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싹 가라앉는 날이 있다. 헬스장 안이 난장판일 때가 그렇다. 케틀벨과 덤벨은 선반이 아닌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렉에서 사용한 그립은 그대로 걸려있다. 스텝박스, 밴드, 벤치, 원판 등이 질서 없이 놓여있다. 학생 시절, 쉬는 시간에 뛰어노느라 엉망이 된 교실이 떠오른다. 전 이용자들이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 만들어둔 작품이다. 헬스장에서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지 모른다.


됐고, 이렇게 치우지 않는 것. 시선이 없는 헬스장에서 누릴 수 있는 편함일지 모른다. 이렇게 서로의 기준은 다른 것 같다. 나는 혼자 운동하는 게 편해서 이용하지만, 다른 사람은 뒤처리 의무가 없어 편한지 모르겠다.


이런 타인의 행동이 이해되느냐고 묻는다면, 반반이다. 시간이 없고 더 많은 운동을 하고 싶어 그런 거라면 이해가 간다. 나도 헬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시간 대비 많은 운동을 하고 싶으니까(하지만 나는 정리한다). 하지만 공용시설에서의 매너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이 든다. 같은 공간에 사람이 있었어도 정리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봤을 때 대다수가 가지런히 정리했을 거라 추측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 없으면, 당연한 일을 넘길 때가 있다. 헬스장뿐만이 아니다. 회사든, 학교든, 공용시설이든 그런 사람들이 있다.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도 기본 매너를 지키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사람이 없을 때,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며 살았는가? 헬스를 하면서 회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너를 지키자,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헬스장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단련이 되는 곳 같다. 아무튼, 헬스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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