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긴 연휴였다. 직장인으로서 긴 휴일이 기대가 되었고, 즐거울 줄만 알았다. 딱 3일 즐거웠다. 나흘 째 되는 날부터는 밤낮이 바뀐 탓에, 몸이 피곤해져 자도 자도 졸렸다.
나는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밤 9~10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난다. 뉴스를 보고 운동을 다녀온 뒤 출근을 한다. 출퇴근 길에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퇴근 후에는 일기를 쓰고 책을 읽은 뒤 잠에 든다.
최근에는 이 일상에 이직 준비가 더해져 지쳤다. 준비 자체도 힘들었지만 더 늦게 자고 더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격증 시험도 봤었다. 시험 이후에 바로 이직을 준비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연휴 때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원 없이 헬스와 풋살을 하고 영화와 만화를 봤다. 친구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밤낮이 바뀐 피로로 인하여, 연휴 나흘 째부터 이 모든 것들이 귀찮아졌다. 모두 하긴 했지만 일상 때처럼 즐겁지는 않았다.
이 감정은 SNS로 손을 가게 했으며, 쇼츠를 많이 보게 만들었다. 귀찮아도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 같다. 3일 동안 쇼츠를 본 탓에 뇌가 망가지는 느낌이었다. 소위 뇌가 절여지는 기분. 과한 SNS 사용으로 우울과 공허가 깊어졌고, 쉽게 잠들지 못했다. 게으름도 찾아와 침대에서 나오기 어려웠다.
연휴 6일째 되는 날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생각을 바꾸었다.
'9월까지 쉼 없이 달렸으니 6일 동안 생각 없이 쉰 걸로 치자.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그렇다고 남은 연휴를 똑같이 보낼 수는 없었다. 내게 맞는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고쳐야 할 것, 해야 할 것 등을 적었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이것들을 고려하여 방향을 잡았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글쓰기, 독서, 꿈, SNS 운영, 이직, 마인드셋 등을 구체화했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어느 뇌과학 책에서 봤는데,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런 덕에, 목표의식이 생겨서 의욕이 넘쳤다.
연휴 동안 신남, 우울, 의욕을 순서대로 경험했다. 우울이 있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번 연휴는 이 정도로 만족스럽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목표를 향한 걸음이다. 열심히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