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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대에게

취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by 로베

어느 날, 취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 시작하면 잘하고 싶은 성격 탓이다. 문득, 몇 년 전에 본 배우 소지섭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는 취미로 힙합을 하고, 앨범까지 냈다. 그 내용의 기사를 검색해서 찾아 읽었다.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 프로그램 제안도 많이 왔는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누군가의 앞에 나가서 평가를 받는 일은 안 하고 싶다."


간파당한 기분이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의 나는 눈치를 많이 봤다. 그 습관이 남아 있는지 타인에게 좋은 평을 받으려 한 것 같다. 취미라는 분야에서도.


나는 다양한 취미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중학생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고, 수비를 잘했다. 학생 때부터 군대 전역까지 수비에서 이름이 꼭 불릴 정도였다. 축구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전역 이후다.


나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고치기 위해서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내 플레이가 안 나왔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장점까지 떨어졌다(중간에 부상이 있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만족시키는 축구가 아니라, 남을 만족시키는 축구를 하게 되었다. 타인을 위한 취미는 스트레스가 되었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봤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소지섭은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이유를 굳이 찾진 않아요. (중략) 내가 좋아하는 것들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싶진 않아서요.”

그냥 좋아하는 것,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그것이 취미다.


본업은 하기 싫어도 완벽에 가깝게 해야 한다. 완벽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취미는 스트레스를 푸는 환기구다. 취미를 의무로 만들지 않고, 즐길 정도로 하려 한다. 주객을 전도시키지 않은 채.


취미를 취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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