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목덜미

봄이 닿은 흙에는 여전히 영하의 기온이 매달려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긋던 골목처럼 희망도 미래도 평범하고픈 삶도 준비할 틈 없이 돌바닥으로 쓰러져 간다.


명분도 이유도 없이 하소연은 이미 굳어버린 침묵

멍하니 서서 바라보는 혈관처럼 얽혀있는 이해관계들이 저마다 다급하게 꼬리를 문다.


오랜 작업으로 굳어진 관절의 거친 유연함이 내뱉는 삐걱거림 그 소음이 창문 틈을 넘어 천지로 퍼진다.


이 삶의 지불기한을 지금보다 더 어떻게 찾아내라고

그래 재촉을 하는지

그래 등 떠밀어 내모는지

그래 이토록 매몰찬지


따스한 봄볕이 들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겨울의 검은 흔적이 봄의 목덜미를 억세게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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