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의 여정 6
스승을 처음 만났던 그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남 보성 문덕에 막 터를 잡아 뿌리내릴 그 땅을 고르던 시기였지만 법회 소식에 주저 없이 서울행 고속도로에 올랐다. 처음 듣는 법문이라 낯설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이미 나는 마음속으로 ‘저분이 바로 내 스승님 이시다!’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미래의 스승과 마주한 순간이었기에 환희와 기쁨으로 흥분할 만도 했지만 나는 그저 담담했다. 그리고 은근한 호기심으로 <반야심경> 법문에 귀 기울였다. 첫 법문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가지에 관한 기억이다.
하나는 ‘마음과 마음이 서로 즉卽해 있다’는 상즉(相卽)의 도리다. 스승께서는 즉(卽)에 관해, 모양도 색깔도 없는 마음을 방안의 수많은 등불 빛을 비유로 들어 설하셨다. 2003년 여름의 나는 즉卽이란 마음과 마음의 연결 그 이상을 넘지 못했지만 2025년 지금은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사람의 간절한 소망은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연금술사>의 문장이 상즉의 도리와 통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또 다른 법문 하나는 중국의 유명한 스님이신 마조선사(禪師)의 조카 장 설에 관한 내용이다.
'방에 관세음보살 탱화를 걸어 놓고 그 앞에서 조석으로 지극히 기도하던 소녀 장설이 어느 날 물가에서 빨래를 하다 말고 갑자기 빤 빨래와 아직 빨지 않은 빨래를 한 곳에 섞어 담더니 화난 듯도 해 보이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집으로 돌아와 관세음보살 탱화를 떼어 꼬깃꼬깃 접어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았다. 이 모습을 본 부모는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당대 유명한 선지식이었던 마조스님께 사정을 알렸고 선사는 이내 장설을 불러 찻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마조스님과 더불어 먼저 차담을 나누고 있었던 스님을 시작으로 장설과의 '최초의 원인'에 관한 문답이 몇 차례 오갔고 장설은 마조스님으로부터 어떻게 벌써 그런 경지에 이르렀느냐는 인정과 칭찬, 감탄의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소녀가 어떻게 대 선지식 앞에게 기죽지 않고 그토록 탕탕하게 선문답을 나눌 수 있었을까, 그와 같은 호연지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장설의 이야기는 내게 호기심과 재미 너머 대평등한 마음 공부를 꼭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제대로 된 순간이었다. 장설은 얼마나 지극하고 간절한 마음을 발했기에 그토록 위풍당당하게 깨달았을까? 아주 많이 궁금했고 부러웠다. 그날 이후 부터 나는 장설처럼 지극히 공부해서 그이와 같은 호연지기를 회복하기를 소망했고 더불어 나와 인연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릇을 갖추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108배 기도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