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글을 쓰면서 자기 성찰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성찰'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 운운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자기 마음을 반성하고 깊이 살피는 것을 '성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단어의 안에는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성장과 발전을 다짐하는 것까지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고로 성찰을 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자기 성찰을 자기반성으로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잘해보고자 마음을 다지지만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잘못된 것에 대한 반성만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현실의 고단함을 토로하면서 마음만 추스리려 하고 있다. 어제의 다짐이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내일의 계획을 세우지만 그 또한 장담하지 못한다. 삶이 계획한 대로 살아지지 않음을 알지만 계획한 대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려는 노력이 있을 때 그나마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갈 때도 있지만 살아질 때도 있다고 말하는 성현들의 이야기를 진리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 타인의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맡겨버리고 그렇게 인내하면서 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삶이다. 이러한 삶이 얼마나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그래도 질긴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내 맘대로 어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살아지는 삶은 살지 않으려는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뺏기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내 감정은 온전히 내것이지만 우리는 내 감정이 이끄는 데로 살아오지 못했다. 지금도 자신이 감정을 억누르며 주어진 삶 속에서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는 모습이 당연하고 평균적인 삶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외부의 환경과 주어진 역할 수행에 대한 압박의 무게를 우리의 감정은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사회 속에서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데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만은 속이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민감한 나라다. 체면과 겸손을 미덕이라 포장하고 세상의 상자 안에 어울리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인간관계에서 양보와 배려의 마음은 미덕이지만 자신의 감정까지 희생하면서 상대방을 위한 관계는 진실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마저도 알고 있다. 그렇게 세상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가식과 허영의 관계이다.
자본주의 원칙과 계급의 형성이 이런 관계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적어도 자신의 감정전부를 내어주기보다는 조절의 방법을 사용해 보자는 것이다. 감정조절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타인의 삶에 구속되기보다 자신에게 정체성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끔씩 성찰을 통하여 그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주어진 정체성의 공간을 채우는 것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핵심가치나 신념이나 경험들로 채워져야 한다. 내가 만들어낸 정체성이라는 공간의 형태와 재료를 파악하고 여기에 자기 성찰과 관찰을 통해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요소들로 채워야 한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무엇이고 이러한 것들이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석하고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과 지금 내가 집중하고 있는 생각이나 활동 등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도구로 삼을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체성은 나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체성의 공간도 내 안에 있다.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시선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아니다. 오롯이 나만의 기준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명확한 구분의 능력이 있어야 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담아야 한다. 주어진 역할의 수행으로 인하여 나만의 역할의 존재를 망각해서는 안된다. 여러 사람들의 장점을 모방하되 복제는 안된다. 이상적인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현명한 공식을 찾아야 한다. 철수의 끈기와 영희의 유머감각과 희동이의 통찰력을 조합한 나만의 공식으로 정체성의 공간을 채워야 한다.
나의 핵심가치는 열정이다. 그러면 나는 열정적으로 세상을 만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확신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쓸모 있을 거란 막연함으로 쥐고 있는 것들이 공간을 차지해서는 안된다. 정체성의 건물은 준공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증축하며 리모델링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아닌 내구성에 중점을 두고 기초를 탄탄하게 설계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필요한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