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다음 세대로 교체됩니다. 인류는 그렇게 이어져 왔고, 우리는 누군가의 바통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시대와 더불어 변화하지만,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행복을 향한 열망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본질인 듯합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행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기꺼이 고뇌하는 삶을 감수해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으며, 이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깊이 고뇌하고 사색합니다. 책을 읽으며 위로를 얻고, 글을 쓰며 새로운 열망을 담아내면서, 우리는 과거의 사고 선구자들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찾아보고자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지혜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삶을 탐색합니다. 삶의 선배로서 많은 경험을 통해 가르침을 주려는 자기 계발서 등에서 올바른 길을 찾으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을 살아가려면 지금 시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내가 찾는 해답이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만 있으리라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책은 10여 년 전에 출간된 자기 계발서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읽었던 책들의 상당수는 시대를 넘어선 먼 과거에 쓰였고, 서양의 고전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책들이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심지어 수천 년 전의 생각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삶과 행복,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사고에서 통찰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때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고 지금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삶의 정체성과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적인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처럼 외부 환경이 번잡하지 않아 사고의 깊이가 더욱 깊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어록이나 사상들은 시대를 이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려 노력합니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에게 가르침을 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를 배우며 그 정의를 새롭게 하거나 확장시켰던 과정을 우리는 읽어 나갑니다. 그 시대 사고의 확장은 공리주의나 계몽주의와 같은 사상을 만들었고, 에피쿠로스 학파나 스토아 학파 등의 학문적 결합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고뇌했고, 현재의 삶과 영생에 관한 사고의 문도 열었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수천 년 전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인용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고전 인문학이나 철학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인 면에서 같은 인류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대를 초월한 그들의 지혜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을 공유합니다. 희로애락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은 수천 년 전의 사람들도 느꼈던 감정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볼 때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탐구했고, 정의를 추구하고, 행복을 염원하며,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것들은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본원적인 욕구와 내면의 질문들은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한다 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수백 년 전의 젊은이들도 사랑 때문에 괴로워했을 것이고, 사랑 때문에 헌신했을 것입니다. 불의에 맞서 싸우기도 했을 것이며, 삶의 무상함에 빠져 회심곡을 부르기도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이 했던 인생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본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지금 제가 자주 던지는 질문들과 같습니다. 그때도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저 역시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서양에서는 위에 언급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와 가르침으로 본질적 존재를 탐구하는 근간을 이루었고, 동양에서는 공자나 맹자, 노자 등이 삶의 지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펼쳤던 사유의 과정과 깨달음을 지금 우리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과 학습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만은 분명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가 되지만, 우리는 과거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지혜와 경험이 담긴 책들은 단순히 시대가 지나간 옛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영원한 기록이자 과거와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방법이 됩니다. 오래된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거울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비춰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고의 샘물, 즉 인간 정신의 위대한 유산은 다음 세대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격을 갖추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자신의 사고 영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더욱 필요한 이유이며, 이로써 나의 삶을 올곧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는 수천 년 전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