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속에서 찾은 나의 색깔

by 용혀기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하늘은 맑았다. 그러나 지금은 흐리다.
비를 내릴 예행연습이라도 하는 듯, 하늘빛은 온통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종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더니, 잠시 비를 흩뿌리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 하늘의 색을 조율하고 있는 듯, 세상은 종잡을 수 없는 얼굴로 나를 시험한다.

그 혼란의 주범이 구름인지, 바람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풍경이건만, 왜 그런 현상이 생기는지
한 번도 근본 원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 위한 ‘사유의 안경’을 닦을 때가 된 듯하다.

태양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 존재는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구름은 그 빛을 잠시 가릴 뿐, 방해할 이유가 없다.
그저 하늘 위에서 유유히 흘러가며 스스로의 모양을 다듬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바람일까.
바람은 구름을 이리저리 밀어내며 세상의 색을 뒤섞어 놓는다.
그러나 바람 또한 억울하다.
그는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의 다툼 속에서 태어났을 뿐,
스스로 세상을 흐리게 하려던 의도는 없었다.

결국 원인은 태양에게로 돌아간다.
태양은 세상을 밝히려 하지만, 지구가 둥글다는 이유로
모든 곳에 고르게 빛을 전하지 못한다.
그 미세한 차이가 온도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가 바람을 낳으며, 구름을 몰고 와 잿빛 하늘을 만든다.
세상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면만 비추던 태양,
그 무의식이 오늘의 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문득 나의 삶을 떠올린다.
지금 내 인생의 색은 어떤 빛깔일까.
우리는 늘 무지개색 인생을 꿈꾼다.
빨강의 열정, 노랑의 낙관, 초록의 성장, 파랑의 평온….
하지만 정작 지금 내가 어떤 색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맑다가도 흐려지고, 비가 내리는 날의 마음을 잿빛이라 부르지만
나는 여전히 내 삶이 푸르다고 믿는다.
잠시 나타난 무지개를 자신의 색깔이라 착각한 채로.

희망과 목표는 다르다.
희망은 바라보는 것이고, 목표는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무지개빛 인생을 꿈꾼다면, 먼저 내 잿빛 속에서 어떤 색을 선택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빨강을 원한다면 열정으로 그 색을 덧칠하고,
파랑을 원한다면 차분함과 성찰로 그 색을 만들어야 한다.
잿빛은 여러 색이 섞여 미완성된 상태일 뿐이다.
결국, 자신만의 색을 선택하고 집중할 때
비로소 무지개다리를 완성할 수 있다.

나 역시 아직 방황 중이다.
자기계발이라는 팔레트는 손에 쥐었지만
어떤 색의 물감을 짜야 할지, 어떤 조합이 나에게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다.
붓을 든 손은 여전히 두렵지만,
그 손이 세상의 색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모든 변화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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