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핵심 부동산 답사기 ①] 강남 아파트가 최고의 투자처인 이유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에게 '최종 목적지'를 물으면 대답은 똑같다.
강남, 아파트. 그 이상은 없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에 열광한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강남 아파트 청약을 '로또'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10억은 충분히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정적인 사람도 많다. 사람 많고, 차 막히고, 공기도 안 좋고, 닭장 같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강남 아파트를 못 사서 안달이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에 그렇게 목매게 된 것일까.
집이 자산의 전부가 된 이유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분류했다.
먹고 자는 생리적 욕구, 다음은 안전욕구, 사랑과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까지. 하나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다.
집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비와 맹수를 피하는데 그쳤던 집은 시간이 흐르며 집단 내에서 부와 존경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특히 서울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초토화됐다. 판잣집을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일부 부자를 제외한 서민들의 자산은 집과 함께 무너져버렸다.
사람들은 악착같이 벌어 집부터 구했다. 판잣집이라도 구하면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었다. 서울이 불어날수록 판잣집도 늘어났다.
서울시는 불어나는 인구를 감당해야 했다. 부의 계급화가 진행되면서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는 슬럼가를 밀고 그 자리에 고급 주거단지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바로 밀어붙였다.
서울, 집을 계급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등장한 대표적인 건축물이 세운상가아파트다.
종로 세운상가 자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화재가 크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워둔 땅이었다. 국유지였기에 전쟁 직후 판잣집들이 들어섰고, 종삼이라 불리던 사창가까지 자리잡았다.
슬럼가를 싹 밀고 2년 만에 완공된 세운상가아파트는 상가동 옥상을 공중정원으로, 그 위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급 아파트로 만들어 정재계·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입주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이후에도 같은 방식이었다. 무허가로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몰아내고, 땅을 매끈하게 매만진 뒤,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이 방식의 개발은 서울의 지형도를 크게 바꿨다.
서교동, 동대문, 면목동, 수유동 등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형성된 대부분의 오랜 주거단지들이 이 과정을 통해 지금의 형태가 됐다.
강남 개발의 시작
정부는 1960년대 말 폭증하는 서울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강남 일대를 계획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다.
한강 이북만 서울로 불리던 시절, 당연히 초기에는 분양도 이주도 수월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종로 일대에 있던 명문 학교들과 법원·고속터미널 등 주요 시설을 강남으로 이전하고, 지하철 등 교통망을 확충했다.
지형이 평탄한 잠실, 개포, 압구정 일대에는 고층·서민 아파트가 들어섰다. 언덕이 많은 방배, 학동 등에는 소규모 연립들로 채워졌다. 80년대 사실상 도시가 완성되고 1990년대 중반 백만 명을 돌파하면서 강남은 서울 안에서 유일무이한 신도시가 됐다.
신도시는 모두 강남을 스케치했다
신도시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거주여건은 확연히 다르다. 분당 사람에게 어디 사냐 물어보면 성남 산다고 하지 않는다. 광교 사람에게 물어도 수원 산다고 하지 않는다. 산본, 평촌, 고덕, 미사, 운정 모두 마찬가지. 원도심과 다르기 때문이다.
1980년대 1기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고 90년대 입주를 시작하면서 신도시는 새로운 주거기준을 만들었다. 거대한 아파트촌이 주는 쾌적한 환경, 집중된 학군과 상권, 도심까지의 이동 편의까지. 거대 단지 개발이 끝나면 다음 도시로, 다음 도시로 그렇게 이제 3기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있다.
신도시 개발은 강남의 형태를 그대로 따른다. 한가운데 상업·업무지구를 빙 둘러싼 택지지구, 이를 직선으로 연결한 교통망, 크게 보면 서초·강남·송파구를 압축시켜 놓은 형태다.
강남역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는 테헤란로와 강남대로의 중심업무지구. 이를 둘러싼 대형 주택지구. 각 주택지구들은 어디서든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지하철역, 학업성취율 좋은 학교와 거대한 학원가, 한강과 양재천, 대형 백화점과 극장·경기장 등 문화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 도시 안에서 일하기도, 살기도, 이동하기도 완벽한 구조. 강남의 설계도는 모든 신도시의 기준이 되었다.
재건축의 시작과 평당 1억 돌파
강남개발 당시 준공된 아파트들은 이미 대부분 재건축을 마쳤다. 현재는 80년대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반포와 개포다.
개포주공1단지를 예로 들어보자. 1982년 지어진 개포주공1단지의 42㎡ 가격은 80년대 중반 3500만원 수준이었다. 수도권 아파트 시세의 2배 이상이었지만, 강남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지역이었기에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 불렸다.
2000년대 접어들며 재건축 이야기가 본격화되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 3억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이 슬금슬금 올라 2010년대 중반 8억원대까지 상승했다.
주변 단지들과 함께 재건축을 마치고 2023년 11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한 현재 84㎡가 29~30억원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 42㎡를 보유했다면 분담금까지 3억원 가량을 들여 30억짜리 강남 신축 아파트 84㎡를 얻게 된 것이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개포래미안포레스트(개포 시영).
모두 비슷한 과정을 통해 개포지구 전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며 개포동을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탈바꿈시켰다.
반포도 동일하다. 반포자이,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 리버파크, 래미안 원베일리, 메이플자이, 현재 청약 진행 중인 래미안 원펜타스 등으로 재건축되며 84㎡가 4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서울 내 가장 비싼 입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남 주택지구 재건축은 현재 준비 중인 모든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의식주에서 자존감 충족으로, 가치의 변화
매슬로우는 훗날 5단계 욕구 피라미드는 뒤집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먹고살 걱정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사회적 지위, 넉넉한 경제상황,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유,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한 고급화가 중요하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줄 공간이 집이고, 물건은 자동차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내집마련 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이렇게 잘 산다, 행복하다'는 것을 사진·영상으로 찍고 SNS를 통해 과시하며 부족한 자존감을 충족한다. 그리고 이게 돈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직장에서 가깝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것만큼이나 '강남'이란 지명에 모두가 집착한다. 그래서 오늘날 강남 아파트는 재테크를 넘어 자존감 충족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강남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신도시와 주택지구에서 증명된 것이다. 오래전부터 부동산의 가치를 예측하고, 좋은 입지에 투자해 온 이들은 평생 일해서 번 것 이상의 소득을 거두며 은퇴 전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왜 강남 아파트의 가격이 높은지, 각 도시별 대장이라 불리는 아파트의 입지는 어떤지, 현재 내 자본금으로 투자했을 때 가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파트는 무엇인지, 이를 읽을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집은 살면서 반드시 필요하고, 평생 번 돈의 대부분을 투입해야 하며, 수십년간 갚아나가야 할 수도 있다. '강남 아파트가 왜 부동산의 왕인지' 알아두는 것은 부동산 공부의 기초이자 향후 집을 고를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