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핵심 부동산 답사기 ②] 재건축 신화 개포동 이야기
'살기 좋은 동네'라는 말에는 여러 조건이 포함됩니다.
직장과의 거리, 우수한 학군, 편리한 교통, 생활편의시설까지. 복잡하고 비싼 서울 안에서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을 찾기란 의외로 쉬운 편입니다.
가장 비싸고, 언론에 많이 언급되는 지역을 고르면 됩니다.
과거 비만 오면 냇가가 범람해 개흙으로 뒤범벅되던 동네가 있습니다. 마을 이름도 이를 따서 열開 물가浦를 써서 개포라고 불렀죠.
정부는 여느 강남 개발과정과 같이 하천과 땅을 개간하고, 이곳을 5층짜리 주공아파트로 가득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곳을 강남이지만 강남이 아니라며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 비아냥댔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천지개벽을 거친 지금은…
지금 강남에서 가장 핫한 동네 중 하나로 떠오른 개포동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980년대 개포동
강남개발은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 테헤란로의 중심업무지구(상업지구)를 주택지구가 둘러싼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동쪽으로 잠실, 서쪽으로 반포, 남쪽으로 도곡·대치, 북쪽으로 압구정·신사. 이들 지역에 거대한 규모의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섰습니다. 논현·학동·역삼·서초 등 언덕이 있는 동네에는 다닥다닥 붙은 연립이 자리잡았습니다.
개포동의 이름이 세간에 등장한 것은 이보다 조금 늦은 1980년대였습니다. 서민들이 거주할 주거지역이 필요했던 서울시는 양재천 이남 개포동의 거의 대부분을 소형평수 아파트단지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공아파트만 해도 1단지부터 7단지까지. 여기에 개포시영, 공무원아파트 등을 더하면 세대수는 수만가구에 달했습니다. 개포동 하나가 위례신도시 전체보다 크니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1990~2000년대 개포동
1980년대 초반 입주가 시작되고 한동안은 아파트 시세가 오르기도 했으나, 10여 년이 흐르자 사람들은 개포동을 두고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 불렀습니다. 가격은 경기도 안양, 수원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2~3배에 달했으나 실제로는 '연탄 때는 아파트'에 불과했으니까요.
집주인들은 1990년대 1기 신도시가 개발되며 분당으로, 2000년대에는 도곡·잠실 재건축 아파트로 많이 옮겨갔다고 합니다. 이때 부동산에 가면 항상 들을 수 있었던 말이 '얼른 팔고 신축으로 가라'는 것이었죠.
재건축을 노리는 투자자들로 집주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개포동 전체가 낡기 시작했습니다. 시설이 열악해도 강남의 저렴한 집을 찾는 임차인들이 몰리면서 임대 걱정은 없었지만, 시설투자는 누수·보일러 등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버스를 타고 처음 개포동을 가본 사람들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웅장함에 한번 놀라고, 양재천 다리 건너 펼쳐진 5층짜리 주공아파트밭(?)에 또한번 놀랐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2010년대 개포동
2000년대 중반, 70년대 준공된 강남 아파트들이 대부분 재건축을 마치고 나서야 개포동에도 재건축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거나 거주한 소유자도 많고, 재건축을 노리고 비싼 가격에 매입한 사람도 많고, 상가 소유자까지 서로 의견이 달라 재건축 이야기는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10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저층 주공아파트들은 완전히 슬럼화되면서 월세 시세가 웬만한 서울 원룸과 비슷할 정도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재건축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렬로 늘어선 5층 주공아파트들이 재건축되면서 지금 양재대로의 스카이라인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했으니까요.
<재건축 전후 단지명>
개포주공1단지 →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개포주공2단지 → 래미안 블레스티지
개포주공3단지 →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주공4단지 → 개포자이프레지던스
개포 상록8단지 → 디에이치자이개포
개포시영아파트 →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현대사원아파트 → 래미안 루체하임
대우아파트 → 디에이치 포레센트
현재 개포동
요즘 개포동을 두고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라고 합니다. 옛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4만 세대에 달하는 신도시로 탈바꿈해 오랜만에 가보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니까요.
저층 주공아파트 자리에는 20~30층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고, 노후된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도 빠르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포동은 업무, 상업시설, 학원가로 둘러싸인 도곡·대치동과 달리 외부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조용하고 편안한 생활을 원하는 실거주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개포동 어디에서든 북쪽으로 직진만 하면 테헤란로에 닿고, 대치동 학원가와 백화점·극장도 차량으로 10대에 충분히 이동할 수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단지 내 커뮤니티에는 식당·카페·사우나·골프연습장·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고, 아파트 내 고급스러운 조경의 산책로나 공원도 충분합니다. 남쪽으로는 1시간 코스인 대모산과 구룡산 등산로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양재천 북쪽과 단절됐다는 단점이 재건축하고 보니 장점으로 바뀐 셈입니다.
지금 개포동에 투자한다면?
재건축이 완료된 신축과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를 따로 놓고 봐야 합니다.
최근 입주한 신축 아파트는 모두 하이엔드급으로 평당 1억원 내외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하이엔드급이기에 시세가 비슷하게 형성된 편입니다. 실거래가에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RR(로얄동 로얄층)과 비선호 호수 차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올해 2월 입주를 마친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6702세대로 강남구에서 가장 거대한 아파트단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고, 단지 내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을 품고 있어 교육환경도 우수합니다.
래미안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는 '뒷산'격인 개포공원과 개포도서관을 품고 있어 거주환경이 특히 좋습니다. 인피니티풀로 유명한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도 3,375세대 대단지에 초등학교를 품고 있어 만족도가 높습니다.
재건축을 앞둔 구축의 경우 시세가 높게 형성된 편입니다. 구축 중층 아파트의 시세는 신축과 비교해 84㎡의 경우 3~5억원 가량 낮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재건축 추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공사비도 급격히 오르는 것을 고려해 보면 개포주공1~4단지와 같이 재건축을 통해 드라마틱한 수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들이 대부분 역세권이기에 입지로만 보면 개포동에서 가장 노른자땅이라는 것은 재건축 이후를 기대하게 합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개포주공 5단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개포주공 6·7단지, 경우현이라고 부르는 경남·우성3차·현대1차, 현대2차 아파트를 눈여겨볼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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