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미움에 방 한 칸만 내어주면 되는 거니까
회사에선 적을 만들지 말라
지난 고과면담 이후, 내 마음엔 미움의 싹이 텄다. 난 정말이지 누군가를 쉽게 미워하고 안 좋은 마음을 품는 사람이 아닌데, 게다가 회사에서라면 더더욱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데, 그 면담이 내게는 너무도 큰 임팩트였나 보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상사가 너무 미워져서 쳐다도 보기 싫은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마치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고 링 위에 나자빠진 패배자,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주먹으로 흠씬 두들겨 맞은 피해자 마냥 무기력해졌고, 나를 아프게 만든 그 사람이 너무나 미웠다.
그리고 정말 한동안은 미워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그 사람과 관련된 것엔 아무것에도 엮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피하기도 했었다.
"사회 생활 하셔야죠"
그러던 중,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보다도 더 부당한 대우를 받은 처지였다.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예 안 좋은 고과를 받게 되어 버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다 속상하고 화가 났다.
물론 그 상사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을 거다. 상황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었다.
안 그래도 나도 면담 이후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지라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그 동료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저는 아직도 그 사람이 미워요. 아직도 화가 나요. " 나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그 동료는 농담처럼 내게 이렇게 말했다.
" 저는 지난주에 그런 일이 있고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아졌어요. ㅇㅇ님은 오래가시네요. 그래도 사회 생활 하셔야죠. "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번쩍 하는 느낌이었다
나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던 그 동료는 며칠 만에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섰는데, 나는 면담에서 그깟 소리 좀 들었다고 이렇게 여태 주저앉아서 신세 한탄만 하고 한 사람을 미워하는데만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니. 갑자기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미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말자
어렸을 적 인상 깊게 봤던 <내 머리속의 지우개> 라는 영화에 나온 명대사가 있다. "용서란 미움에 방 한 칸만 내어주면 되는 거예요"
예전에 누군가가 미워죽겠을 때, 종종 이 말을 떠올리곤 했었다. 한 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게 문득 생각이 났다. 맞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랬다. 미워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마음의 방 한 칸만 미움에게 내어주면 되는 거였다.
감정에 너무 휘둘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쁜 것들에 굳이 많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는 거였다.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