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녹내장 진단을 받았을 때 엄마는 올 것이 왔다고 했다.
녹내장의 위험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 몇 년 동안 정기 검사를 받던 와중이었다.
아홉 살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뒤로 수십 년 동안 엄마는 내 시력에 걱정이 많았다.
없는 형편에도 안경은 항상 비싼 것을 사 주었고 눈에 좋다는 음식을 종류별로 먹였다.
"그러게 눈 소중히 하라고 안 했나!"
버럭! 숙이 씨는 내가 아프면 항상 화부터 낸다. '허구한 날 스마트폰 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엄마 말은 허투루 듣다가 결국 이 지경이 되었다고 숙이 씨는 말했다.
그리고 늘 허투루 듣던 그녀의 걱정이 현실이 될 때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엄마 자신 몸 하나 돌보기도 힘들 텐데 그녀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었다 생각하니 아파서 속상한 것보다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숙이 씨는 눈에 좋은 음식이나 눈에 좋은 습관들을 나열하는 신문기사를 수시로 보내주고
통화를 할 때는 내 좋지 않은 습관들을 나열하며 몸이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이것들을 모두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단 음식을 먹지 마라, 운동을 해라. 심지어 울지 마라고도 했다.
'옛날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슬피 울다가 눈이 멀어버린 사람이 있다더라. 엄마가 죽어도 너는 절대 울지 마라.'
말문이 턱 막혔다. "엄마는 뭐 그런 말을 하노?" 역정을 내 보지만 숙이 씨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그런 숙이 씨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가도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나는 그렇게 엄마를 걱정해 본 적이 있던가.
숙이 씨도 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니 같은 딸 니도 낳아봐라!"는 숙이 씨처럼 엄마가 되어 보기 전까지는 그 마음을 절대 알 수 없겠지.
오늘도 나 때문에 노심초사할 엄마를 떠올리면 더욱 단정하게, 더욱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