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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l 26. 2024

숙이 씨는 옛날 사람

엄마는 60년대생이지만 옛날사람 같은 구석이 있다. 옛날도 보통 옛날이 아니다. 마치 조선 시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삼시 세끼는 꼭 챙겨 먹어야 하며 여자는 차가운 데 앉으면 안 되고 물건은 꼭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사야 한다 등. 


숙이 씨의 이런 모습을 평소에는 그려려니 하다가도 여자는 이래야 하고, 몇 살에는 이래야 하고,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그런 말이 나오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그리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말을 하냐고 기어이 그녀에게 면박을 주고 마는 것이다.


숙이 씨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니다가 일을 하면서 가까운 도시로 왔다. 그리고 평생 동안 같은 도시에서만 살았다. 내가 직장을 구해 서울로 왔을 때 숙이 씨는 차창 밖의 한강을 보며 "이런 풍경이 있구나- 역시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더니!"라고 말했었다


때로는 숙이 씨의 옛날 사람 모먼트에 화가 날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는 숙이 씨가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숙이 씨가 스스로 두는 그 한계가 곧 내 것이 될 것만 같아서, 그래서 본능적으로 더 반발심이 생겼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자유롭길 바라는 만큼 숙이 씨가 자유롭길 바란다. 나이나 성별, 그녀가 속한 환경에서 벗어나 더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기를.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그녀가 여태까지의 굴레 속에서 해방되기를. 


나도 내가 왜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지 모르지만 꼭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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