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우리 가족은 여행을 참 많이도 갔다. 주말만큼은 반드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달라는 숙이 씨의 요청에 남편인 우리 아빠는 주말이 되면 우리를 태우고 경상도로 전라도로 강원도로 날렸다.
지금 30대인 나의 체력을 생각해 보면 그때 부모님의 체력은 불가사의하다. 육아와 집안일과 직장일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나들이 갈 체력이 있다니! 비결은 숙이 씨의 열정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도길을 따라 운전하다 해가 지면 민박집을 구해 잡을 자고 배가 고프면 트렁크에서 냄비를 꺼내 라면을 끓여 먹었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숙이 씨의 체력이 좋았다면 그려려니 할 텐데 숙이 씨는 마른 몸에 근육도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무래도 숙이 씨의 체력은 정신력에서 나오지 않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문을 나는 가지는 것이다. 그런 고로 숙이 씨는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집순이인 나를 끌어내어 여기저기 다닌 것도 숙이 씨다. 처음 애인과 헤어졌을 때 기차를 태워 대전까지 가서 밥을 먹이고 구경을 했다.(온천까지 다녀옴) 침대에 누워 눈물만 흘리던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낸 것도 숙이 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 밖을 벗어나기만 해도 마음이 조금씩 개운해졌었다. 다른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맛있는 빵이라도 하나 사 먹으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노는 게 좋은 숙이 씨 덕분에 나도 점점 바뀌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