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화했더니 숙이 씨 수다력이 터져버렸다. 한 시간 반 통화 내용의 99% 이상이 건강 얘기다. 밤 11시가 넘어가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난 잘거라 말하곤 끊어버렸는데 끊고 보니 너무 매정했나 싶었더랬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 와 전화했노? 사랑한다고 말할라고 전화했나!
나: 어?ㅋㅋㅋㅋㅋ어..
엄마: 나도 사랑한다고 말할라고 전화받았다.
나: 어? 아ㅋㅋㅋ 진짜 웃기네
갱년기인 숙이 씨는 날더러 젊은애가 왜 이렇게 일찍 자냐고 한다. 밤 11시에 잠들면 당신은 새벽에 깨서 더 늦게 자야 한다, 엄마 체력을 좀 본받아라.. 등등. 대화는 '딸이랑 오랜만에 통화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리고 내가 속으로 내뱉는 말
'이러니까 전화를 몬하지!!'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엄마가 집 전화기를 붙들고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하는지 두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숙이 씨는 지금도 말하는 걸 좋아한다. 아니면 나랑 말할 일이 요즘은 많이 없어서 한 번 할 때 그렇게 와르르 쏟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식구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엄마랑 같이 밥을 먹는 날이 안 먹는 날보다 적다. 자연히 말할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고향집에 가면 엄마가 나를 식탁에 붙들어두고 끊임없이 말을 하나보다.
식탁 앞에서 엄마가 끊임없이 내어주는 음식들을 먹으며 숙이 씨의 이야기를 듣는 그 시간들이 지나고 보면 그립고 애틋해지는 순간이 언젠간 오겠지 생각하면 숙이 씨의 수다도 조금은 더 들어봄 직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