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머 광장에서
한국의 여름 장마를 넘기고 독일에 와서 겨울 장마를 겪고 있다.
생각해 보면 독일에 출장으로 10번 가까이를 온 것 같은데 그중에 겨울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아마 일부러 겨울을 피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지금 겨울을 겪고 있다. 그것도 장마를.
비를 보니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노트북을 열어본다.
한 번쯤 독일을 와본 분들이라면 궁금하면서도 그냥 지나쳤을 법한 모습을.
독일인은 왜 우산을 잘 쓰지 않는가? 말이다.
나도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뭐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만 하다가 이 기회에 이유나 알아보자 하고 알게 된 내용이 있어서 나눠본다.
한 나라의 문화를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간주하는 것이 가당치 않은 것처럼, 몇 가지 사실과 가설을 붙여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환경은 습관의 아버지라 해두자.
가장 큰 이유로는 독일의 잦은 비, 대신 양이 많지 않은 비 덕분에(?) 우산을 쓰기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양이 우산은 약간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한 부모들 덕에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이다. 심지어 5살 채 안 돼 보이는 아기들도 후드만 덮어쓰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조금만 검색하면 나오는 이유로는 실용적이다, 재킷을 선호한다, 우산을 거추장스러워한다와 같은 내용들은 위의 습관의 연장선이라 해두자.
두 번째 이유로 내가 몸으로 느낀 바를 적어본다.
이것은 비가 꽤 오더라도 비를 피하면서 어느 정도 이동이 가능한 도시의 구조와 건물형태에 이유를 두고 싶다.
Arkade(아르카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케이드(Arcade)이다.
건물 1층 상점들이 뒤로 들어가 있고, 그 아래로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는 구조.
이거 뭐 여의도나 강남 지하에 아케이드라는 말을 왜 갖다가 쓰는지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여하튼 이러한 건물 구조 덕분에 시민들이 우산을 덜 써도 옷이 많이 적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를 맞아도 되고 맞으면 안 되고 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그냥 그 나라의 문화인 것을, 이라고 덮어두기에는 한국 부모로서 놀랍고 부러운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이곳 유치원은 장화와 방수 재킷, 양말 여분을 필수로 챙겨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첫 Intro. 때 설명에 적혀 있었고, 어제는 같이 숲에서 신을 장화를 사러 갔다가 고민한 뒤, 방수 작업화에 가까운 신발을 샀다. 하루에 두 번 야외활동, 일주일에 한 번 숲체험이 수업인 것이다. 오늘 그 작업화에 대한 사용 후기를 듣고 싶다.
봉팔 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