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L’Amant)

paradoxe

by 봉팔 인

Sujin

시계를 보니 아직도 6시가 되려면 30분이나 남았다. 휴대폰에 저장해 둔 알람이 울리기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새벽부터 짜증이 난다.

문 넘어 들린 캔뚜껑 따는 소리에 순간 영화장에서 들리는 슬레이트 ‘탁’ 소리처럼 정신이 번쩍 났다.

일주일에 벌써 세 번째다.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깬 상태로 뒤적뒤적 남들 사생활, 짧은 영상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덧 6시가 넘어간다.

손가락으로 화면은 넘기고 있지만, 머릿속은 회사에서 졸리지 않아야 할 텐데, 왜 벌써부터 이런 걱정이 드는 걸까, 짜증과 쓸데없는 걱정이 일어나자마자 이런 생각 드는 것 자체가 더 짜증을 몰고 온다.

그렇게 6시 40분이 되어서야 부스스 일어난다. 아 힘들다.

A symbolic scene sho.png

Misuk

시계를 보니 아직도 6시가 되려면 2시간이나 남았다. 내 인생에 2번째 가위눌림이다.

40여 년 전, 남편과 첫 관계를 가지고 느꼈던 그 경직의 느낌 이후로 침대에서 처음이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감촉, 저기 보이는 글자, 한 걸음에 올라갈 것 같은 계단들이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다.

이틀 전, 새벽에 좀 조용히 해달라는 딸아이에 부탁에 까치발로 걷고, 얼마나 손가락에 힘을 주고 캔을 땄는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손가락에 쥐가 올라오려고 한다. 그런데도 물리적인 결과는 심리적인 요인을 철저히 배신하면서 소리로 발산하더라.

그래도 이 새벽, 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청량함이 그 모든 미움과 섭섭함을 지워버린다.

그래 이마저 나에게 주어지지 않다면, 나는 살아갈 재미가 없어. 프랑스아즈 사강이 그러지 않았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봉팔 인


#연인 #연인시리즈 #옴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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