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을 들어설 때의 그 적막감이 그를 휘감을 때면, 손에 쥐고 있는 비닐봉지의 맥주캔만이 그에게 안도감을 준다.
4개 만원 하는 수입 맥주, 그 묵직함은 혼자 사는 그에게 마치 사냥터에서 최소한 사슴 한 마리는 등에 얹어서 복귀하는 마음과 비등하다.
그 안도감을 뒤로하고,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한 달 전에 누웠던 독일의 차가운 침대가 생각났다.
새벽 네시, 그 또렷했던 순간의 기억.
그 새벽잠을 깨웠던 그 발자국 소리들을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문 앞에 있구나. 그들이 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구나.
그날 그들의 발자국 소리는 그에게 마치 원효대사 해골물 같은 것이었다.
그를 깨우는(wake up) 소리이자, 깨우는(awakening) 소리였다.
수입 맥주 4개는 그대로 식탁에 있었고, 문 너머로 그의 작은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봉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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