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지구를 걱정하며....

by 정미선

마치 기억의 오류 같습니다. 봄이 시작되면 산수유와 매화가 피고, 목련이 피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피고 유채꽃이 순차적으로 피었다는 사실이요.


후배가 시골로 직장을 옮겼는데 직장에 매화꽃이 만개했다고 놀러 오라고 합니다. 후배에게 가는 동안 개나리꽃도 목련꽃도 보았습니다. 산수유꽃과 매화꽃을 보는 것은 당연하고 아주 드물게 벚꽃도 피어 있습니다. 봄꽃들이 일제히 꽃을 피웁니다. 아쉽습니다. 하나씩 피어야 그 꽃을 충분히 예쁜 눈으로 즐길 수 있을 텐데…. 일제히 터지는 꽃망울들은 일제히 질 것 같기에 더 아쉽습니다. 봄날은 꽃인데, 순차적으로 피면 오랜 시간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일제히 피고 일제히 지다니….


이것은 단순한 아쉬움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 일제히 피는 꽃, 잦은 산불 등을 접하면서 더럭 겁이 납니다. 남아있는 지구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계속 더워지다 마지막은 어떻게 종말을 맞이할까. 나 살아생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지만 그 과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릴 적 시골 동네 개울에서 썰매를 탔던 기억, 처마 밑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들이 마치 잘못된 아니 조작된 기억인 듯 겨울에도 남쪽 지방에서는 고드름을 보지 못합니다.


환경 파괴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축산업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기후 위기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후배가 근무하는 고장이 전라남도 나주인지라 일행은 점심으로 나주곰탕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 작은 지방에 유명한 곰탕집이 여러 개 있습니다. 가게 이름들이 모두 00집입니다. 모두 00집으로 명칭 한 이유가 무엇일까? 나주는 왜 곰탕으로 유명하게 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소고기를 물에 푹 삶아 끓이는 맛이 얼마나 다르다고 고유 상표를 내걸고 장사를 하는 걸까. 대형주차장에는 관광버스도 여러 대 주차되어 있습니다. 나주곰탕을 먹기 위해서 관광버스를 부르지는 않았겠지, 이곳에 관광하러 온 김에 이곳의 별미인 나주곰탕을 먹는 것이겠지. 국물을 좋아하는 저도 곰탕을 좋아합니다. 담백한 국물에 깍두기 나 익은 배추김치를 얹어 먹으면 국물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한 그릇을 비우는 맛입니다. 국물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국물 요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한우만 사용한다는 글귀가 가게마다 걸려있는데 소 한마리가 1년에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소형차 1대가 1년간 내뿜는 온실가스의 양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육식을 줄일 것을 권고하지만 이미 육식에 길든 입맛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채식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되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입니다. 선천적으로 육식을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구를 위해, 생명 존중을 위해 의도적으로 육식을 피하는 것이니까요. 나를 살리기 위해 다른 생물을 죽이는 식사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가축 부분의 메탄 방출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육식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곰탕 한 그릇을 먹으며 지구를 걱정했습니다. 나부터 육식을 줄이는 일을 실천해야겠는데…. 마땅한 저녁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정육점으로 먼저 달려갈 것이나 먹는 양을 줄이는 일부터 서서히 실천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다른 방법도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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