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와 파김치

절제의 미덕을 생각하며

by 정미선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벚꽃을 보기 위해 고흥을 갔습니다. 2월에 간 고흥에서 벚꽃 명소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피면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는데 우리의 다짐을 실현했습니다.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실천하지 못하겠나 싶지만은 여러명이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돌발적인 일들이 생기니까요. 보성 근처의 도로에는 벚꽃이 이제 겨우 망울망울 머물렀는데 고흥은 만개를 했습니다. It couldn’t be better. 더 이상 좋을 수 없었을 만큼 만개를 한 것입니다. 꽃잎을 한 잎도 떨어뜨리지 않고 모두 매달고서.


벚꽃에 취해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퇴직 후 고향인 고흥에서 생활하시는 선배님은 연신 셔터를 눌러 주십니다. 사진작가이신 선배님의 솜씨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리막길에 서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짜리몽땅하게 찍혔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꽃그늘에 있는 우리들은 환했습니다. 벚꽃 아래를 산책하고 해물짬뽕과 탕수육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고향이긴 하지만 도시의 지인이 그리운 선배님과 숙소에서 더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우리끼리만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혹시 서운한 마음을 가지시면 어쩌나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명이 움직일 때는 모두가 의견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잠을 같이 자다는 것은 또 다른 우정을 키우는 일입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었을 것 같은 경계마저 허물어버리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것도 밤바다와 함께이면 더.

내일 아침 5시 모닝챌린지를 해야 하는 나는 11시 30분 먼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낯선 곳의 이불이 익숙한 내 집의 이불보다 푸근함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불의 푹신함이 잠결에도 느껴지며 편안하게 자고 일어났습니다. 5시 모닝챌린지를 겨우 하고 다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모두 일어나서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는지 일행의 큰언니가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부지런히 움직여 목욕탕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목욕탕을 다녀오니 몸의 때 뿐만 아니라 마음의 때마저도 벗겨지는 것 같아 몸과 마음이 개운합니다. 거기다가 바다를 보면서 마시는 모닝커피까지 더해졌으니 커피 맛은 비교불가합니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불어옵니다.


빵, 과일,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벚꽃 그늘 아래로 갑니다. 한 잎도 떨구지 않고 봉실봉실 매달린 벚꽃은 또 행복을 실어다 줍니다. 두고 가기 아쉽지만 점심 식사 장소인 녹동 바닷가에 위치한 장어집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벚꽃이 한동안 눈에 밟힐 것 같습니다. 식당에 가득찬 손님들이 맛집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추김치, 파김치가 너무 맛있습니다.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내 입맛이 좋아서 춤을 춥니다. 고추 김치 한접시를 혼자 다 먹고 장어에 파김치를 얹어 그야말로 폭풍 흡입을 합니다. 장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행여 누가 한 점이라도 더 먹을세라 정신이 없는 내 모습이 갑자기 부끄러웠습니다.그렇다고 금방 맛있게 먹던 젓가락을 놓을 수는 없어서 계속 같은 속도로 먹었는데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이 남습니다.


절제할 수 있어야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말도, 음식도, 행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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