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채

잔소리의 백해무익

by 정미선


햇살이 밝은 휴일, 집에 있으면 안 됩니다. 구석구석 지저분한 집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입지 않고 옷걸이에 걸려 있기만 한 옷들, 사용하지 않고 있는 찻잔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지저분해 보여 힘듭니다. 유리문이 없는 장식장에 쌓인 먼지를 보는 것이 가장 끔찍합니다.


밖은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날씨는 화창하지만, 집에 있어야 합니다. 난생처음 자매가 협력하여 담근 된장을 가르기 위해 언니가 집에 온다는 것입니다. 나와 달리 깔끔한 언니에게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청소를 시작합니다. 부엌 구석에 처박혀있는 고구마 상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어보기가 두렵습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니 분명 썩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썩었다면 구더기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열지 못합니다. 남편은 썩었을 거라며 얼른 버리라고 합니다. 용기를 내어 열어보니 세상에 고구마가 멀쩡하게 있는 것입니다. 얼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고구마는 썩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감사한 마음에 당장 고구마를 활용한 요리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가장 단순하게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방법이 있지만 구워 먹을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맛탕을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기름을 많이 넣어야 하기에 기름 뒤처리가 귀찮습니다. 다시 생각 중일 때, 딸이 고구마채 튀김을 에어프라이어로 만들어 보라는 것입니다. 고마운 유튜브에는 궁금한 모든 것이 있습니다.


고구마를 채 썰어 전분을 빼기 위해 물에 여러 번 씻어 키친타올로 닦아 물기를 제거해 준비합니다. 전분과 물기가 제거된 고구마채를 비닐봉지에 담아 식용유 두 숟가락, 소금을 약간 넣어 신나게 흔들어 줍니다. 잘 흔들어진 고구마채를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180도로 20분간 돌리면 바싹하지만, 기름기 없는 고구마스틱 과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고구마스틱은 타진 스틱, 알맞게 익은 스틱, 약간은 물컹거리는 스틱 등 일정한 맛이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심하게 섞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훌륭했습니다. 고구마 4개로 만든 고구마채를 앉은 자리에서 절반은 먹어버렸습니다. 무사한 고구마에 감격해서.


만약 일요일에 청소하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해 결국은 섞어버렸겠지. 맛탕을 할 때도 자주 뒤적거리면 바삭한 맛탕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겉이 튀겨질 동안은 가만히 두어야 합니다. 고구마도 가만히 두었더니 섞지 않고 견뎌 주었듯이 자식들도 마찬가지일까. 닦달하지 않고 가만히 두면 자신의 역할을 잘 찾아서 제 일을 잘 할 수 있겠지요.


뒤늦게 발견한 고구마의 교훈은 잔소리는 백해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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